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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26일 시내버스 파업을 종식시켰던 노사 합의가 10개월 만에 휴지조각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주 시내버스 노동자들이 업무에 복귀한 지 1년도 안되어 다시 투쟁 깃발을 들어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체불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민주노조 인정을 받기 위해 2010년 12월 8일, 전북고속을 비롯한 7개 버스회사의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전주시청과 사측, 노동부는 이 합법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낙인을 찍어 파업 문제를 장기화 시켰다.

 

“전북버스사측이 민주노조만 인정하면 되는데”
“사측이 노조사무실만 제공했지, 중요한 단체협약을 맺지 않고 있다”

 

당시 4.26 노사 합의는 노조인정, 성실교섭, 민형사상 고소고발 취하, 노조의 현장복귀 및 기존의 단체협약 준용 등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는 파업을 불러왔던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민주노조 인정 등의 문제를 노사대립이 아닌 노사대화를 통해 풀어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작년 4월 26일, 버스노사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11번의 만남. 사측의 침묵과 회피는 전북버스파업을 다시 불러오고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났지만,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총 11차례의 교섭자리가 마련되었지만, 현안 문제 논의만 되었을 뿐, 임금 및 단체협약(노동조건에 대한 규정)은 사측의 침묵으로 진전된 내용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진전도 없는 상황에서 교섭만 길어지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면서 “사측이 시간을 벌어서 조합원 이탈을 유도하는 기회를 줄 필요가 없다. 다시 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고 있는 것 같다”며 2차 파업을 암시했다.

 

▲전주시내버스 5개사와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현장실천단을 꾸려, 20일부터 각 민주노총 버스사업장을 돌며 순회집회를 하고 있다.

 

전주 시내버스 교섭이 이렇게 지리멸렬한 상황이면, 2차 파업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작년 노사합의를 통해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한국노총 단체협상을 준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민주노총의 이름을 얻었지만, 실제 노동조건의 개선의 효과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그리고 노조 인증의 증명이라고 볼 수 있는 단체협약도 사측과 맺지 않은 상황이라 무늬만 민주노총에 불과한 것이 현재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2차 총파업 조직을 목표로 시내버스 현장실천단을 구성하고, 이번 한 주 동안 5개 시내버스 사업장을 돌며 결의대회를 갖고 있다. 또한 현장실천단 교육을 통해 내부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노동부에 단체교섭조정신청 제출, 조정되지 않으면 파업
“단체협약 없는 노동조합은 족보 없는 자식”

 

한편,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22일 교섭조정신청을 노동부 전주지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전북지부는 “단체협약을 맺자고 11차례 교섭을 했다. 그러나 사측은 오는 4월까지 회피할 심정인 지 좀처럼 단체협약을 맺으려 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노동부에 조정신청을 낼 예정이며, 조정이 되지 않으면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단체협약은 노동조건 등의 내용을 사측과 합의한 협약으로 노동조합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문건 중 하나이다. 남상훈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장은 “단체협약 없는 노동조합은 족보 없는 자식이랑 마찬가지”라며 단체협약의 의미를 강조했다.

 

▲버스파업 이후, 두번째 겨울. 버스노동자들은 다시 파업을 준비하고 있다. 요구조건은 단 하나, 사측의 노조인정을 확인하는 단체협약 체결이다.

 

또한 작년 4월 합의를 통해 시내버스 노사 양측은 “단체협약이 체결되기 전까지는 한국노총과 사측의 협약을 준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민주버스본부 전북지부는 전북지역자동차노동조합(한국노총 소속 버스노조)과 사측간의 협약에 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남상훈 지부장은 “한국노총 단체협약에 따르면 우리는 징계를 피할 수 없게 된다”면서 “그 협약에는 사측이 징계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어 징계에서 노조에게 불리하게 돼 있다. 그리고 근로조건 개선이나 근로시간 문제 등 노동자들이 풀어야 할 여러 가지 숙제들이 한국노총 단체협약에는 남겨져 있다”고 새로운 단체협약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민주노총 민주버스본부 시내버스 5개 노조가 노동부에 교섭조정신청을 제출하면서, 전북버스문제는 파업이냐, 합의냐 중대한 기로에 놓여있다. 현재까지 전북고속 파업이 사측의 거부로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나 사측의 수장격인 김택수 이사장이 사주로 있는 호남고속에서 버스노동자의 대한 탄압이 가장 극심하다는 점에서 노동부 조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측이 민주노총 민주버스본부를 인정하지 않고, 단체협약을 맺는데 미적거리는 사이 노동자들의 분노는 시한폭탄처럼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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