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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의장 하연호)이 23일 오전 전북도청 앞 광장에 벼 약 60톤을 쌓는 항의 행동(야적)을 하며 ‘쌀 목표가격 23만원 보장’, ‘기초농산물국가수매제 실시’ 등을 촉구했다.

 

▲23일 전농 전북도연맹이 전북도청 앞에 도정을 하지 않은 벼 약 60톤을 야적했다.

 

정부는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을 424만톤으로 전망했다. 이는 전년도 생산량 400만톤에 비해 5.8%로 늘어난 수치. 언론은 올 농사를 풍년으로 기록하고 있지만, 23일 전북도청을 찾은 농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추수 시기만 되면 늘어나는 걱정”

 

전북도연맹 이효신 사무처장은 “추수시기 갑자기 닥친 멸구 피해로 수확이 좋지 않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면서 “정부의 생산량 추정은 이 멸구 피해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정부와 언론이 풍년을 노래하는 것은 쌀값을 떨어뜨리기 위한 수작이라 농민들은 근심이 크다”고 말했다.

 

23일 전북도청 벼 야적투쟁에 참여한 이용주(완주군 구이면, 68세)씨는 40년을 벼농사만 지어온 농민이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농사지을 때는 즐겁지만 추수 때는 걱정하는 것이 농민의 마음”이라면서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의욕도 생기지 않고, 매년 그렇다 보니 농민 후계자도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자식에게 농사를 물려주고 싶어도 희망이 없는데 어떻게 물려주냐”며 “벼농사가 희망이 없으니 밭작물로 돌리는 농민들도 있는데, 그러면 밭작물이 과잉생산되어 또 피해를 본다”고 한국사회 농민들의 삶이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씨에 따르면 농민들이 추수한 벼를 판매하는 방식은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과 정부의 공공비축수매 방식, 농협 수매 방식으로 나뉜다. 농민이 아는 지인들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과 공공비축수매 방식은 한계가 있고, 대부분이 농협 수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전농 전북도연맹의 야적투쟁

 

“80Kg 쌀값 17만원으로 생산비 보장은 고사하고 손해만”

 

21일부터 정부가 2013년산 공공비축수매에 나선 포대벼(나락) 물량은 40만 3,000톤이다. 이 포대벼 매입 가격은 8월 산지쌀값 17만6903원/80Kg을 40Kg 벼로 환산한 6만 1,321원의 90%를 선 지급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 산지쌀값을 조사결과에 따라 내년 1월에 사후 정산한다.

 

농민이 생산한 벼를 농협이 수매할 때 가격은 이 공공비축수매 당시 가격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형성된다. 

 

이용주씨는 “40Kg 벼를 도정할 할 경우 약 27Kg의 쌀이 나오는데, 약 5만 5,000원에 팔린다. 80Kg 쌀 한가마니로 가격이 직불제 등을 합치면 17만원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면서 “농사지으면 지을수록 농민들은 손해”라고 말했다.

 

23일 전북도청 앞 야적투쟁과 함께 기자회견을 개최한 전농 전북도연맹도 이런 점을 지적했다. 도연맹은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17만 83원인 쌀 목표가격은 생산비를 보장하는 선인 23만원으로 올라야 한다”면서 “이는 8년 전 쌀값에서 물가상승률과 영농비 상승률 등을 고려한 수치이다”고 말했다. 쌀 목표가격을 23만원으로 보장된다면 최소한 농민들이 벼를 농협 등에 21만원 수준에서 판매할 수 있어 농사로 손해를 보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것이 도연맹의 설명이다.

 

 

도연맹에 따르면 1995년 쌀값 13만 2,000원을 기준으로 단순 물가상승률만 고려하더라도 현재 80Kg 쌀값은 30만 6,000원이 된다. 그래서 물가상승률에 한참 미치지 못한 현재의 쌀값에 대해 도연맹은 한국농업에 대해 무관심하고 물가를 잡을 때 쌀값만 억제해 온 정부가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정부는 쌀 목표가격을 현재가(17만 83원)보다 4,000원 인상하는 계획을 밝혀 농민계의 반발을 샀다. 이에 국회 농해수위는 22일까지 새로 정부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 정부는 23일까지 쌀 목표가격을 제출할 예정이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로 농업 보호해야”

 

또한 도연맹은 “쌀값 형성을 시장에 맡기고 이 쌀값을 기준으로 벼 수매가를 책정하는 공공비축 수매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주요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생산비를 보장하는 수준에서 결정한 가격으로 국가가 수매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법안은 통합진보당과 전농에서 계속 요구했으며 새누리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로 발의한 상태이다. 

 

전농 전북도연맹 이효신 사무처장은 “쌀 목표가격 23만원을 보장하는 것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를 실시하는 것은 풍년이면 쌀값 하락을 걱정하고, 쌀값이 인상되지만 흉년으로 상처를 받는 악순환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농업 정책”이라면서 “농업을 살리고 국민들에게 우리 농산물로 안전한 밥상을 차릴 수 있도록 국가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농 전북도연맹은 쌀 목표가격 보장과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도입, 공공비축 수매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11월 총 투쟁을 기획하고 있다. 이효신 사무처장은 “11월 초, 전북지역 곳곳에서 야적 투쟁을 벌이고 22일에는 서울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차원의 대규모 상경집회도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는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가 기초농산물(쌀․콩․고추․마늘․배추 등)을 직접 적정가격에 수매하는 제도다. 해당 농산물 가격이 미리 정한 최저가격과 최고가격을 벗어나면 방출하거나 계속 비축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다. 이로써 농민은 실질소득을 보장받고 국민은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공급받을 수 있고 정부는 가격통제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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