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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전북도청, 11일 장애인만 선별적으로 출입 통제, 차별 논란 점화

전북도청, "뒷통수 치고 점거한 적 있다"는 부적절한 발언도... 장애인단체, "점거한 적 없는데"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8.11 19:54

전북도청(도지사 송하진)이 11일 장애인들만 선별적으로 청사 출입을 막는 등 차별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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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2시경 전북도청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출입을 통제했다. 이유는 장애인들이 점거를 할 수 있다는 것. 그동안 장애인들이 전북도청 곳곳을 점거한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전북도청도 사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노코멘트'로 답변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지체장애인 A(여, 평화동 거주)씨는 11일 오후 1시경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전북도청 1층 로비를 방문했다. A씨에 따르면 오후 2시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 가입한 장애인들의 모임이 전북도청 1층 로비에서 있을 예정이었다. A씨는 오후 5시에는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자림원 성폭력 문제와 장애인 활동 보조 등 문제를 두고 진행되는 면담 대표자였다.  

A씨는 화장실을 이용하고, 시간이 남아 더위를 피해 1층 구석에 있는 민원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뒤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청원경찰들이 자신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것. 

A씨는 “전북도청 마당에서 현관으로 가는 동안에도 청원경찰이 무전을 날리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여 이상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렇게 따라다닐 줄 몰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2시가 가까워지면서 차별철폐연대에 가입한 장애인들이 속속 청사를 찾았는데, 전북도청은 그때부터 현관을 봉쇄하고 장애인들의 출입을 막았다. 그래서 약 10명의 장애인들이 도청 출입을 제지당했다. 이들은 화장실이라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묵묵부답. 현장에는 장애인 복지를 담당하는 장애인복지과 공무원도 있었지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A씨도 동료들이 청사 입구에서 제지당했다는 소식에 밖으로 나온 후, 더 이상 청사 내부로 들어가지 못했다. 1시간 가까이 이들은 들어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장애인들은 3~4살의 어린 자녀를 데리고 나와 더위라도 피해야 할 상황이었지만, 청원경찰과 공무원들은 답변과 안내도 거부한 채 장애인들을 무시했다. 이날 오후 3시 전주시의 기온은 영상 29도였다.

결국, 장애인들은 도청 옆 전주시의회 1층 로비에 있는 휴게실로 자리를 옮겼다. 휴게실로 통하는 장애인 보행로는 경사가 높아 한 장애인의 전동휠체어가 뒤로 넘어가려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한 장애인은 “전북의 어떤 행정도 장애인들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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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도청 출입이 막혀 장애인들은 더위를 피해 전북도의회 1층 로비에 있는 휴게공간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이 휴게공간으로 오르는 장애인 보행로가 높아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장애인 선별 통제 왜? 
전북도청, “신뢰 깨고 뒷통수 맞은 적 있다”...장애인단체, “점거한 적 없는데”

이날 전북도청은 정문과 후문 2곳에 청원경찰을 배치하여 사실상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만 선별해서 출입을 막았다. 

3시 30분경에는 지체장애인 서모(30)씨의 경우, 후문을 이용하여 들어가고자 했지만 문을 봉쇄하는 일도 있었다. 청원경찰은 왜 못 들어가는지와 다른 방법을 안내하지도 않고 멀리서 지켜만 볼 뿐이었다. 덕분에 다른 민원인들도 덩달아 들어가지 못했다. 

잠시 후, 서모씨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그때서야 민원인들의 출입을 허용했다. 이마저도 기자가 지켜보자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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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애인이 전북도청 후문에서 들어가게 해달라는 요구를 했지만, 청원경찰은 멀리서 뒷짐을 쥔 채 안내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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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경찰의 안내가 없자 문이 열려있는 줄 알고 한 비장애인 민원인이 대신 문을 열어주려 했다. 그러나 문은 이미 닫혀있었다.

이처럼 전북도청이 장애인들만 선별 통제한 것은 장애인들이 점거를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병용 사무국장은 “1층 민원실이나 로비에서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통제를 풀 것을 요구했지만, 신뢰가 깨졌다면서 거부당했다”고 설명했다. 

노인장애인복지과 고재욱 계장은 기자에게 “오후 5시 (대책위)와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면담이 잡혔고, 4명의 대표자만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식으로 점거를 하면 안 되지 않나”면서 “면담자 4명이 대표성을 가지는 것이지 이렇게 전부 오면 대표성이 없지 않냐”며 장애인 약 10여 명이 전북도청을 찾은 것 자체에 심한 거부감을 보였다. 

점거를 한 적이 있었냐는 물음에는 “노코멘트”라고 답변했다.  

김병용 사무국장은 “우리가 전북도청에 10명 모두 송하진 지사를 만나겠다고 말한 적도 없는데, 우리의 뜻을 듣지도 않고 무조건 점거하려고 한다고 받아들이니 답답하다”면서 “이미 지난주에 공문을 통해 송하진 지사 면담 대표자 4명의 명단도 제출한 상태인데, 이렇게 막아서니 유감이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도청의 장애인 거부감은 심각했다. 끝내 신원을 밝히지 않는 한 과장급 인사는 기자가 있는 자리에서 “저번에도 뒷통수를 치고, 농성을 했지 않나”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직책을 묻자, “직책 알아서 뭐 하려고 그러냐”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과장급 인사가 농성이라고 표현한 일은 지난 7월 28일에 있었다. 일부 장애인들이 장애인 활동지원 24시간 보장 등을 요구하는 민원을 넣기 위해 청사 진입을 시도하다 막힌 바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점거한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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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전북도청 노인장애인복지과 공무원들과 청원경찰들은 장애인 출입을 막기 위해 현관 곳곳을 지키고 있었다. 

김병용 사무국장은 “비장애인들도 1인 시위나 기자회견을 하고 민원을 넣기 위해 도청을 종종 방문한다”면서 “유독 전북도청은 장애인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갖고 이렇게 막는다”고 말했다. 

한편, 5시에는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면담 대표자 4명과 송하진 전북도지사가 30분의 면담을 가졌다. 면담 말미에 대표자들은 오후에 있었던 상황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명했고 송 지사는 해당 사실을 몰랐다며 ‘미안하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당시 자리에 있던 사회복지과 공무원은 “신뢰가 깨져서 그런 것”이라고 해명해 잠시 분위기가 냉각되기도 했다. 

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번 사태에 대해 “전형적인 행정기관의 장애인 차별”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 등 관련 기관에 차별 진정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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