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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지방 "기본소득으로 받은 50만원, 나를 위해 썼어요."

전라북도 기본소득 실험에 참가한 시민이 경험한 기본소득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2.22 21:37

“(기본소득을 받아서) 제가 하고 싶은데 못한 것에 썼어요.”

전북 익산시에 사는 시민 김희경(46, 여)씨는 수줍게 웃으며 이렇게 말을 꺼냈다. 22일, 전주시 고사동 우깨(문화공간)에서 열린 기본소득 전북네트워크 정기총회 현장. 작년 5개월에 걸쳐 매달 50만원씩 기본소득 전북넷이 지급한 기본소득을 받고 난 경험을 김씨는 조심스럽게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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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전북지역 기본소득 실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본소득 전북넷은 ‘전라북도 기본소득 실험 – 쉼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주 화평교회의 도움으로 마련한 1,200만원을 모두 4명의 시민에게 매달 6개월씩 50만원을 지급하고, 기본소득이 해당 시민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관찰하는 프로젝트이다. 프로젝트 참가를 신청한 참가자 중 무작위로 추첨을 통해 선발했다.

김희경씨는 이 프로젝트에 선발되기 전에는 기본소득의 개념도 몰랐다. 김씨는 “친구들은 처음에 곗돈 탄 것처럼 생각하고 한 턱 쏘라는 말을 하더라구요.”라고 선발 당시를 기억했다. 김씨는 급한대로 기본소득을 친구들에게 설명해줘야 했다. 그래서 인터넷 포털사이트 백과사전에 언급된 기본소득 개념을 그대로 불러줬다.

‘술 사줘, 밥 사줘’라는 이들에게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기본소득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이들도 늘었다. 물론 이들은 나중에 실험 참가를 신청했지만, 추첨에서 떨어졌다. 그래도 기본소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어느 정도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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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처음 받는 기본소득으로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자전거를 샀어요”라고 답했다. 처음으로 자신이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것, 자신을 위해 기본소득을 사용했다. 육아와 노동을 병행하는 삶, 자신을 위한 투자는 가급적 아끼는 것이 우리네 인생. 김씨는 “아직 배우는 단계지만 46년을 살면서 하고 싶었던 것을 하게 되니 마음의 여유가 생겼어요”라고 말했다.

한국사회에서 기본소득이 이슈가 되면 언제나 듣게 되는 말은 “일 안하고 사람들이 놀기만 할걸요”는 말이다. 기본소득으로 근로 요인이 떨어지고, 낭비가 심해질 것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김씨는 직접 받아 6개월을 살아보니 “기본소득 때문에 먹고 놀 사람을 없을 것 같은데요”라고 잘라 말했다.

오히려 “일을 하면서 육아와 가정 경제로 할 수 없었던 것을 새로 시작할 수 있었어요”라면서 “여유가 생겼다고 하던 일을 덜 하거나 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6개월의 기본소득을 받아보니 김씨는 우리 사회 더욱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했다. 김씨는 “특히 노인과 실직한 청년, 일자리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기본소득이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체험한 것.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정부 보조금이 나온 적이 있었어요. 당시 형편이 어려웠는데, 나라에서 보조를 한다고 하니까 무척 고마웠어요. 그리고 잠시 구직을 해야 되는 시기에는 실업급여를 받았는데, 마음의 부담을 상당히 덜었어요. 만약 기본소득이 도입이 된다면 이와 같은 마음을 모든 국민이 느끼지 않을까요?”

기본소득 도입을 위해 당장 세금을 조금 더 내야 한다고 하면 김씨는 “낼 마음이 있어요”라고 자신있게 답했다. 군산대 서정희 교수는 “기본소득 30만원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다고 하면 전체 가구의 80%는 단 돈 1만원이라도 세금보다 많은 돈을 받는다”면서 기본소득이 일반 시민들의 세금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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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본소득 전북네트워크는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기본소득 공약 실현을 위한 여러 활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에 앞서 전북지역에서 기본소득을 바로 알리기 위해 지난해 실험한 기본소득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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