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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익산시는 이제 사죄해야 한다

익산장점마을 암발생 사건

홍정훈( icomn@icomn.net) 2019.04.23 07:26

“주민들이 죽어 가는데 익산시는 무엇을 했는가. 도대체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라도 익산시가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의무이다.”

 

마을 주변에 비료공장이 들어서고 난 이후 사람들이 암에 걸리고 죽고 병들기 시작했다.

익산 함라면의 한 시골마을, 장점마을은 45가구 80여 명의 주민들이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곳이다. 익산장점마을민관대책협의회 위원이 되고 이곳을 방문한 자리에서 마을 주민들은 이장님 댁에 보관해 놓은 새카만 물이 담긴 물통을 내게 들이밀었다. 냄새를 맡아보라니 코를 대고 한숨 들이키기도 전에 코끝을 찔러오는 악취가 내 머리를 아프게 만들었다. 마을 주민들은 마을의 젓줄 같은 방죽의 물이라 했다.

 

한적한 시골마을 장점마을에서 주민들이 암으로 죽어가기 시작했다. 장점마을 주민들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27명이 암에 걸렸고, 그 중 14명이 사망하였으며, 13명 정도가 투병 중에 있다. 암뿐이 아니라 피가 나도록 긁어야 할 정도의 피부병이며 각종 질병이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원인은 무엇일까. 마을주민들은 장점마을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장점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는 위치에 있는 한 비료공장을 지목했다. 비료공장이 2002년도에 들어서면서 악취가 발생하기 시작하더니 대기가 정체될 때는 공장에서 내뿜은 뿌연 안개 같은 연기가 마을을 몇 시간이고 뒤덮고 있었다고 했다. 비료공장에는 마을 주민들도 몇몇 일을 하였는데, 비료공장에서 나온 시커먼 물을 공장 옆 산언덕에 뿌렸더니 나무들이 말라죽었다고 했다. 비료공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이곳저곳에 파묻었다고 했고, 비료공장에서 나온 폐수가 도랑을 흘러 방죽으로 유입되었다고 했다. 2009년부터는 방죽의 물고기가 때죽음을 당해 떠올랐다고 했다. 어느 날부터는 지하수에서 기름 같은 것이 뜨기 시작했고 상수도가 없던 마을은 그 지하수를 마시고,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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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료공장은 폐기물처리시설이다

사실 위 비료공장은 폐기물처리시설이다. 담배를 만들고 남은 연초박, 청산가리 독성의 6,000배가 넘는다는 리신이 든 피마자박, 어박·주정박 등 가공식품을 만들고 남은 폐기물을 가져다가 비료를 생산(재활용)하는 폐기물종합재활용업 공장이다. 비료공장은 익산시에 혼합유기질비료 1일 138.4톤, 부산물비료(퇴비)는 1일 30톤을 생산하겠다고 신고하였다. 혼합유기질비료는 폐기물을 건조기(로터리 킬른) 안에 넣고 열(380℃)을 가해 건조시켜 인이나 칼륨 등과 섞어 비료를 만드는 것이고, 부산물비료(퇴비)는 폐기물에 열은 가하지 않고 썩혀 퇴비를 만드는 공정이다. 위 비료공장은 익산시에 열을 가하지 않는 퇴비의 원료로만 사용하겠다고 신고했고 나머지 피마자박 등은 혼합유기질비료로 사용하겠다고 신고했다. 비료공장은 2010. 9.경 기존 건조시설을 더 확대하여 폐열에너지회수 시설로 변경하였는데, 보일러에서 건조기로 열을 통과시킨 그 열을 다시 보일러를 통해 건조기로 보내 계속 순환하는 구조이다. 폐열이라고 되어 있지만 사실은 건조기를 통과하며 만들어진 먼지부터 각종 오염물질이 들어있는 뜨거운 공기를 그대로 다시 건조기에 투입시키는 것으로 열효율을 좋으나 열효율이 좋다는 의미는 건조기의 온도가 더 높아진다는 의미로 건조기 안의 폐기물들(비료의 원료)이 탈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기도 하다.

 

비료공장은 퇴비의 원료로 사용하겠다며, 2009년부터 2015년까지 kt&G로부터 2,242톤의 연초박을 반입하였다. 폐기물을 반입하면 올바로시스템(폐기물적법처리시스템)으로 등록이 되므로 익산시를 위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위 비료공장은 2001년 최초 폐기물처리업허가를 얻을 당시 부산물비료(퇴비) 시설만 갖추고 실제로 가동한 적이 없고 퇴비를 생산한 적도 없었다고 한다. 연초박은 퇴비 이외의 비료의 원료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물질이다. 퇴비 등 생산은 익산시에서 관리한다.

 

그럼 이 많은 연초박은 어디로 갔을까? 연초박은 사실 담뱃잎이니 평상시에도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가 나오지만 건조기에 넣고 열을 가하면 TSNA라는 오염물질이 더 발생하게 된다. TSNA는 공장 내부, 마을까지 광범위하게 발견되었다. 연초박을 퇴비의 원료가 아닌 건조기에서 열을 가해 혼합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한 것이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이다. 비료공장에서 일했던 마을 주민은 연초박을 380℃의 건조기에 넣어 건조시키는 것을 목격하였다고 한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익산시는 연초박이 퇴비가 아닌 혼합유기질비료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까. 몰랐다면 더 큰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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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 직무수행 태만 또는 방기

주민들은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악취와 방죽 물고기의 때죽음을 보며 관할 관청인 익산시에 수십 차례 민원을 제기하고 시위도 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고 한다. 그런데 익산시는 2016. 9.경까지도 악취방지법에서 정한 악취기준을 넘지 않았다거나 관련 법령을 위배한 사실이 없다며 단 한 차례도 비료공장에 대한 처분을 하지 않았고 시위를 한 주민들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시민사회가 결합하여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하자 익산시는 2016. 9.경부터 갑자기 16건의 폐기물관리법 위반 등과 관련한 행정처분을 하였다. 익산시는 2017. 3. 30. 비료공장에 대기오염물질을 걸러 방지하는 ‘대기방지시설에 불법으로 공기조절장치 설치’되었다는 사유로 조업정지 처분 등을 했고, 같은 해 4. 24.에는 비료공장은 특정대기유해물질인 중금속 등은 발생하지 않는 시설이라고 하였는데 검사결과 ‘대기배출시설에서 특정대기유해물질인 니켈이 허가 기준보다 4.7배가 초과 검출었다’는 사유로 폐쇄명령을 하기에 이른다.

 

그 이전에는 왜 단 한 차례도 행정처분을 하지 않았을까? 시민사회가 결합하여 대책위가 꾸려지자 비료공장이 하지 않던 위반행위를 하기 시작했을까? 아니면 그간 익산시가 조사 등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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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물질은 법적 허용기준 이하이고 발암물질은 검출되지 않는다니?

심지어 익산시와 전라북도보건환경연구원은 2017. 2.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공장과 마을의 지하수, 하천수, 대기, 토양 시료를 채취하여 검사한 결과 오염물질이 법적 허용기준 이하로 검출되었으며, 발암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 익산시는 폐기물 매립 사실이 드러나자 그제서야 고발을 하였다.

그러나 전북대학교 환경공학과가 2017. 11. 발표한 ‘전북 익산시 함라면 장점마을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실태조사 용역 중간보고’ 결과를 보면 비료공장 내 침적먼지, 폐수, 굴뚝 잔재물, 비료완제품과 공장 아래 소류지 저질토, 마을 농업용 지하수와 음용용 지하수 등에서 발암물질인 TSNA와 PAHs가 검출되었다고 한다.

 

환경부가 2018. 12. 4.부터 같은 달 5.까지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비료공장 주차장 부지 지하와 식당 부지 지하에 폐기물이 약 1,395㎥가 매립된 사실이 밝혀지기까지 하였다. 그간 장점마을 주민들은 수차례 익산시에 폐기물 매립사실을 이야기 하였으나, 익산시는 이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가 위 매립사실이 밝혀지자 그때서야 고발을 하면서 고발조치 등을 하였다며 자화자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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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 관련 공무원들은 특별사법경찰관이다

그러나 이는 직무를 태만히 하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익산시 공무원들은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 환경법률 등을 위반한 경우 전문성이 일반 경찰에 비하여 공무원이 훨씬 더 전문적이므로 법률은 각 시의 관련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위를 부여하고 수사를 직접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익산시는 익산시 환경부서 공무원들이 직접 수사를 해서 환경법 위반 사실을 밝혀야 하나, 특별사법경찰관의 지정 등이 잘되어 있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관할 익산경찰서에 고발하는 조치만 하고 그 후 과정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는 ‘비료공장 천정에 구멍이 뚫려 있고 비가 오면 비료공장 바닥부터 물이 흘러 지하수 관정으로 오염물질이 씻겨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해 조치를 했어야 한다.

폐기물처리업체의 관리감독청인 익산시는 알고 있었다. 아니 알고 있어야만 했다. 퇴비의 원료로 쓰겠다며 비료공장에 다량의 연초박 등 폐기물이 들어오고 있는데 퇴비는 생산되지 않았고, 거대한 건조기가 돌아가면서 열을 가해 만드는 혼합유기질비료만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언제든지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조작할 수 있는 구멍이 방지시설에 설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폐수 처리시설도 없이 공장을 가동하다가 2010. 8.경 최초로 설치 신고를 하였는데 폐수는 실제로 1회 밖에 위탁 처리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특정대기유해물질이 배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비료공장에서 사용하는 지하수 관정이 있다는 사실을. 비료공장 천정에 구멍이 뚫려 있고 비가 오면 비료공장 바닥부터 물이 흘러 지하수 관정으로 오염물질이 씻겨 유입되고 있다는 사실을. 비료공장에서 나온 폐기물 등이 비료공장 내부와 주위에 매립되어 있다는 사실을. 익산시는 알아야 하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익산시는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할 때 공기중에 악취가 나는지 여부만 볼 게 아니라 그 악취물질이 무엇인지 확인했어야 했고, 지하수에 기름이 뜨고 물고기가 죽어갈 때 세균검사를 할 게 아니라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 확인을 했어야 했으며, 공장에 쌓여 있는 연초박이 어떻게 가공되고 있는지를 확인했어야 했고, 중금속이 발생하는지 중금속 검사를 했어야 했으며, 공장에 가득 쌓여있는 먼지나 방죽을 조사했어야 했고, 방지시설에 가득 담겨져 있는 새까만 폐수의 성분을 조사했어야 했으며, 주민들이 그토록 호소한 폐기물 매립현장을 굴착해봤어야 했고, 주민들이 암으로 죽어가니 발암물질(PAHs)검사를 했어야 했으며, 연초박을 재활용하는 공장이니 TSNA(담배특이니트로사민) 검사를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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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책임자는 처벌하고 엄중 문책해야 한다.

주민들이 죽어 가는데 익산시는 무엇을 했는가. 도대체 행정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2014. 4. 16. 우리 사회는 국민이 죽어가는 나라, 죽어가는 국민을 살리지 않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처절히 깨달았다. 그럼에도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익산시는 사죄해야 한다. 책임자는 처벌하고 엄중 문책해야 한다.

 

장점마을대책위와 익산시민단체는 2019. 4. 18.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에 익산시와 전라북도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제라도 익산시가 먼저 자신들의 잘못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그것이 최소한의 의무이다.

 

 

* 홍정훈 변호사는 참소리 편집인이며, 전북평화와인권연대 운영위원, 전북민변 회원 등 활동을 하면서 이 지역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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