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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볼 수는 없는 것인가!

전교조 결성 30주년, 법외노조 그리고 ILO 핵심협약 비준

김정훈( icomn@icomn.net) 2019.05.24 11:23

참교육·학교민주화와 교육자치운동, 전교조 결성 30주년

올해 5월 28일은 전교조 결성 30주년이다. 1986년 5.10 교육민주화선언 이후 들불처럼 번진 평교사 운동이 1989년 5월 28일 교육노동자들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으로 우뚝 선 것이다. 입시 경쟁교육에 스러져가는 아이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사립학교 재단의 부패와 독선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어서, 군부독재 정부의 비민주적인 교육통제와 교육 도구화라는 굴욕을 더는 참을 수 없어서, 이유는 조금씩 달라도 서릿발처럼 밀려들 불이익과 탄압을 감수하고 전교조를 결성했다. 그리고 30년, 전교조는 불법에서 합법을 거쳐 지금은 법외노조이다.

 

불법에서 합법으로, 그리고 법외노조로......

30년 동안 전교조는 교실 안에서부터 사회 곳곳에까지 참교육으로, 학교민주화와 교육자치 운동으로, 노동・생태・평화・통일의 각 부문 운동에 까지 참다운 교육 가치를 만들어내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것이 교육노동운동 30년 민주주의의 길이었다. 그러나 정권은 극우, 보수, 자유주의 정권할 것 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전교조를 견제하거나 폄훼하거나 탄압해 왔다. 국가(정권)와 자본이 정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쌓아올린 권력과 부에 대한 전교조의 교육적인 비판과 실천 행동 그리고 역사의식을 그들은 두려워했다. 그 두려움이 박근혜 정권으로 하여금 2013년에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게 한 것이다. 전교조를 자신들 이념의 잣대에 올려놓고 난도질을 한 것이다. 전교조 조합원 6만명 중에 해직교사 9명이 있다는 이유로, 전교조가 그 9명을 지켜 함께하겠다고 결정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정권은 전교조를 법외노조로 만들었다. 노조법 시행령에 근거한 팩스 문서 한 장으로! 당시 박근혜 정권은 민주주의와 그 역사를 부정하고 군부독재 시대의 망령을 소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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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마이뉴스)

 

흔들리거나 꺼진 촛불?: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해결과 ILO핵심조약 비준 공약​ 

박근혜 국정농단 정권이 저질러놓은 적폐를 치우라는 열망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켰으나 전교조는 여전히 법외노조이다. 전교조 문제만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에 의한 민주주의 정부를 자임하고 있으나 촛불 앞에서 한 문재인의 약속은 지금 현재 흔들리고 있거나 꺼졌다. 나라다운 나라는 민주주의를 세우는 길 위에 있고, 민주주의는 약속의 실천에서 출발한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 민주주의를 한낱 정치적 치장물로 만들고 있다는 증거와 징후는 차고 넘친다. 박근혜 정권과 검찰은 물론 사법권력까지 나서서 만들어낸 전교조 법외노조는 박근혜 정권이 저지른 적폐의 맨 앞에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전에 약속했다. 당선되면 전교조 법외노조 해결한다고. 그리고 ILO 핵심 협약 비준하겠다고. 집권 여당 관계자들도 여러 차례 약속했다. 지금 그 약속의 이행 방안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노동권을 제대로 가지지 못하는 교사의 노동교육, 참교육......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가‘노동자는 재벌로 통칭되는 자본에 순응․종속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야 될 것인가. 교사가 자본과 결탁한 기득권 권력과 국가 권력에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학생들에게 그래야 한다고 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은 독재 정권의 폐습이자 기득권이 놓지 않으려는 패악이다. 8.15 해방 이후 칠십 몇 년이 흐르는 내내 재벌 자본의 이익에만 봉사해온 권력의 행태를 가지지 못한 약한 자들에게 다가서는 권력, 그들과 함께 만드는 권력으로 변화시키라는 것이 천만 촛불의 함성이다. 전교조는 그 함성으로 숨을 쉬고 삶을 그린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은 수구 야당의 눈치, 재벌 자본의 눈치를 보며 이 핑계 저 핑계 차일피일 적폐 청산의 길에서 벗어나더니 전교조에게 노동자에게 굴욕적인 패퇴를 강요하고 있다. 자본의 노예가 아닌 생산의 주역이 노동자라고 가르치는 교사가 진정한 교사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스스로의 노동권도 확보하지 못한 교사가 참다운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동의와 관련 입법 병행 방안 발표​ 

문재인 정부의 노동부는 5월 22일 드디어 ILO 핵심협약 3개 조항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EU와의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ILO 핵심협약 8개에서 미 비준한 4개 중 3개에 대한 비준 절차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ILO 187개 회원국 중 8개 기본협약을 모두 비준한 나라는 현재 144개 국가나 되고,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기본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한국을 포함하여 7개 국가 뿐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모든 공을 국회로 넘기는 발표를 하는 함정을 팠다. 기존의 선 관련 입법 후 비준에서 비준과 입법 병행으로 입장을 바꿨다. 하지만 선 비준은 아니라는 노동부 장관의 발언은 노동법 개악안과 ILO 핵심협약 비준을 연계시킨다는 의미이다. 국회 상황 운운하며 수구 야당과 재벌들의 손을 들어주고 노동자의 목을 움켜쥐겠다는 것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거래와 흥정의 시장판에 던진 것이다.

 

ILO핵심조약 선 비준이 답이다

ILO 핵심협약이 비준된다면 단결권의 확보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가 해결될 단초를 여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등이 관련법 개정에 동의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또한 노조 할 권리의 대부분을 제약하는 각종 노동법 개악안이 줄줄이 깔려있는 상황이다. 협약비준으로 일부 형식을 주고 내용을 옭아매어 노동자를, 노동조합을, 노조 할 권리를 식물인간으로 만드는 흥정과 거래에 수긍할 노동자는 없다. ILO 핵심협약 비준은 선 비준이 답이다. 유예기간 1년 동안 협약의 내용과 가치에 맞는 노동법 및 관련법 개정에 들어가면 된다. 그것이 약속을 지켜야하는 이 정부의 최소한의 태도여야 한다.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철회해야​ 

전교조 결성 30년. 문재인 정부는 전교조 법외노조를 철회해야 한다. 법외노조 통보 자체를 취소하고 전교조 법외노조화의 근거였던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을 폐기하면 된다. 대통령의 권한 아래 가능한 정당한 일이다. ILO 핵심협약 선 비준과 법외노조 통보 사실 취소는 지금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 이제는 약속을 지키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라! 민주주의의 길은 계속 닦아나가야 한다.

 

“ 한라에서 백두까지 물결쳐라 전교조-” 민주주의의 길 위에 전교조는 늘 함께 서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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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 전 전교조 위원장,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 공동대표, 참소리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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