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오피니언

[독자투고] 상산고 살아 남다

이청재( icomn@icomn.net) 2019.07.26 21:21

상산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게 됐다는 기사를 접했다.

나는 아무런 이해관계도 없는 전주시민이다.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기에 과감하게 때론 과격하게 생각을 정리해도 나쁘지 않을 듯싶어 몇 가지 참을 수 없는 상산고 사태의 가벼움에 대해 글을 쓴다.  

65285637_2485374164839996_4589851886458241024_n.jpg

(사진 : 상산고 게시판에 게재된 상산고 2019학년도 합격자)

 

사실 상산고가 자사고 지위를 유지하든 일반고로 전환되든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지만 아래와 같은 말이 안되는 소리에 화가 치밀 뿐이다.  전라도 사투리로 ‘긴걸 아니라고 하고 아닌걸 기다고하면 바닥을 기어야 한다’를 말하고 싶을 뿐이다. 


1.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명문 학교로 우뚝 섰다. 
2. 홍성대 이사장이 사재를 쏟아붓고 열정 하나만으로 일군 학교다.
3. 상산고가 전북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

 

상산고는 전북 학부모의 자사고가 아닌 서울 경기 학부모들의 자사고


우선, 상산고가 지역인재를 양성하는 명문 학교라고 선전한다. 과연 그런가? 사실을 들여다보면, 전국 단위에서 입학생을 모집하는 상산고는 지역인재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2017년 상산고 신입생 383명 중에 서울, 경기의 수도권이 57.2%였고 기타 지역이 42.8%를 차지한다. 전북은 전체의 20%라는 낮은 수치를 보인다. 전북 학부모의 자사고가 아닌 서울 경기 학부모들의 자사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산고가 과연 지역 교육 발전에 어떠한 이바지를 하고 있단 말인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상산고에 20% 정도가 전북지역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인 셈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서울권 등 타지역에 진학하고 지역에  남은 학생은 거의 없을 것인데, 하물며 전북 지역을 연고로 하지 않는 서울을 비롯한 타지역 학생들은 두말하면 잔소리지 않나.  그리고 또 하나 따져 보자. 진심으로 묻고 싶다. 상산고 학부모들은 솔직한가? 지역 교육 발전을 운운하는데 이 말은 집어치우시라. 차라리 내 자식 좋은 환경에서 공부 시켜 입시 결과 좋은 상산고를 통해서 서울 상위권 대학에 진학시키고 의,치, 한의대 갈 수 있도록 도움받고 싶다고 솔직히 말해라. 뭐 되지도 않는 지역 교육 발전 운운하지 말고 말이다. 


둘째, 홍성대 이사장이 사재를 쏟아붓고 열정 하나만으로 일군 학교다? 상산고는 ‘수학의 정석’ 저자인 홍성대씨가 설립한 학교다. 게재된 여러 매체 기사를 읽어 보면 홍성대씨는 이 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을 남은 삶의 정열을 교육 활동에 바치겠다는 신념(?)으로 1980년 학교 법인 상산학원을 설립하고 1981년 전주에 상산고등학교를 개교했단다. 451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출연하고 기숙사 확충에 190억원을 더 보태 상산고를 지원해 개교 초기부터 명문으로 자리 잡았다고 선전해 주고 있다. 홍성대씨의 신념이건 어쩌건 간에 그따위는 관심 없다. 사실 자기만족이라고 나는 홍성대씨의 신념을 가치 평가절하하고 싶다. 솔직하지 못하지 않은가? 2011년 9월 27일자 전북일보 기사를 읽어보면 이런 인터뷰 내용이 나온다. ‘태인 중학교가 생기면서 100여명이 중학교에 진학했고 …… 사립학교가 없었다면 국민중 3분의 2는 중고교 문턱에도 가지 못했을…… 그래서 사학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만 볼 게 아니라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바라볼 필요가……’ 여기서 정말 가관의 인터뷰가 있다. ‘한국 자선단체가 네팔에 10억짜리 학교 지어주자 학생과 학부모, 정부가 그렇게 고마워하던 광경이 부러웠고 우리도 그 풍토가 있어야 한다……’ 경제적 여력이 없어 10억을 투자해 배울 기회를 상실한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무지에서 벗어나 좀 더 밝은 생각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을 지닌 학교 설립 취지와 한 학기에 수 천만원이라는 교육비가 들어가도 전혀 지장이 없어 보이는 경제력 여유가 있는 아이들을 위한 귀족 명문(?)학교를 설립이 어찌 같단 말인가. 이 얼마나 이율배반적인가? 솔직하게 자신의 사재를 출연해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학교를 설립했다고 운운하지 말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아이들 입시 결과 좋은 학교 밑에서 좋은 대학 보내 본인 자신 마음 한켠에 훈훈함을 채우고자 학교를 설립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않을까? 교육기관이니 영리 목적은 아닐 테니 수익금이니 뭐니 하는 말은 하지 않겠다.

 

입시 전문고등학교 상산고

 

셋째, 상산고가 전북 지역 발전에 크게 기여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무슨 기여를 했다는 말이지? 상산고는 일명 의,치,한 전문 고등학교라는 웃푼 닉네임을 가지고 있고 학생 대다수가 전북을 연고지로 하는 학생들이 아닌 타지역 학생들이다. 그럼 과연 한 아이가 전북권 의대를 진학 했다고 하자. 이 아이는 예과, 본과 6년을 마치고 수련의 생활을 할 즈음이 되면 전북에 남을까? 아니면 자기 동네(대다수가 서울 및 수도권)에 가서 수련의를 이어갈까? 불 보듯 뻔하지 않은가?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인 상산고가 위치한 전북 전주 지역으로 회귀하여 전북 의료 발전에 이바지할까? 두말하면 입만 아프겠다. 전체 학생 수의 소수를 차지하고 있는 20%의 전북 지역 출신 학생들은 어떨까? 약 80명의 학생 중에 과연 몇 명이나 고향에 본거지를 두고 사회생활을 할지 의문이 든다. 또한 대부분 3년도 모자라 4년제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또 다른 우픈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도대체 상산고를 다니는 이유는 지역 발전이고 인재양성이고 뭐고 간에 오로지 좋은 대학, 여기서 말하는 좋은 대학은 서울대, 연,고대등 상위권 대학 진학과 의,치,한의대에 목표를 두고 있는 학교인데 뭔 지역발전이라는 가당치도 않은 말을 어디 감히 함부로 가져다 대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말 다른 지역발전은 모르겠고 그 중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 기숙사를 없애고 원룸이나 여타 아파트 같은 곳에 거주하게 하고 수업료 지금보다 더 올려서 지방세를 내보는게 어떻겠는가? 자동차에 기름 넣어도 교육세가 붙는 판국에 그렇게 지역 경제 발전에 공헌하고 싶으면 자발적으로 지방세를 내어 보는 것을 권해 본다. 다시 강조한다. 좀 솔직해졌으면 좋겠다. 그저,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개인적 부귀영화(富貴榮華)와 영달(榮達)을 위해 고액의 수업료를 지불하고 다니는 입시 전문고등학교라고 말이다. 다시는 지역발전이라는 터무니없는 말 가져대 대지 말기를!


짧게 교육부에 대해서 언급해 본다.


도대체 교육부는 어떤 집단인가? 교육부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주는 교육 환경을 만들어 보다 질적으로 높고 학생 중심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밑거름이 되어줘야 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이번 상산고 사태에서 보여준 교육부의 행태는 정말 기대 이하의 질적으로 수준 낮은 정치 놀음의 저질 행정기관이라고 볼 수 밖에 없을 듯하다. 순수한 시민으로서 교육부의 오늘과 같은 작태를 보자면 정치적 놀음에 이용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을 품게 한다. 교육부는 상산고만을 위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상산고를 포함한 다수의 일반고를 위한 행정기관이다. 서울의 주요 상위권 대학과 의,치,한의대에 목매 있는 상산고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만을 위한 행정기관이 아닌 상산고를 포함한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우리 학생 모두를 위한 행정기관이다. 교육부의 본질을 찾기 바란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성의 조화로운 발달에 있다


눈치보느라 정작 제대로 된 평가도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는 교육부. 교육백년지대계(敎育百年之大計)라고 하는데 너무나도 자주 그리고 쉽게 교육 정책이 바뀐 게 사실이다. 단편적인 지식 습득과 단순 문제 풀이 적 시험인 학력고사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사고력과 논리적인 사고력을 길러 보다 미래지향적 청소년을 배출하고자 시행된 수능이라는 현 시험제도는 과연 어떤가? 그리고 우리 학생들을 스펙(specification)이라는 어쭙잖은 영어의 줄임말을 대학 진학에 있어 대단한 캐치플에이즈 (catchphrase)로 삼고 있는 대학들의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의 숨은 그림자를 왜 교육부는 수수방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깜깜이 전형이라는 오명이 있는데도 실질적 문제점들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교육부는 학생들을 볼모로 직무유기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숙고해 보길 바란다. 


끝으로 페스탈로치(Johann Heinrich Pestalozzi)의 명언으로 글을 갈음할까 한다. “올바른 사회는 어린이들에게 참된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만들어질 수 있고 사회적인 불평등은 오직 바람직한 교육을 통해서만 해소할 수 있다. 교육의 목적은 인간성의 조화로운 발달에 있다.”
 

----------------------------------------

이청재 : 입시학원 원장

 

주) 참소리 독자의 의견으로 본사의 입장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