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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9월 17일 경기도 파주시 한 돼지농장에서 국내 첫 아프리가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 ASF) 확진 판정이 나온 후, 23일 경기도 김포시에서도 ASF가 발생하였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작년 여름 중국 랴오닝성 선양에서 처음 발병한 이후 올해 까지 중국 마카오를 제외한 전 지역에서 발병을 하였다.

중국 전역에 확산되는 것을 보면서 우리정부와 동물단체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판단하였다. 이후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베트남, 캄보디아, 몽골 등을 통해 북한까지 전파되었고 우려는 현실로 나타난 것이다.

동물단체에서 가장 우려한 부분은 밀집사육하는 돼지 농가들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것이었다. 열악한 환경은 결국 무서운 속도로 이 바이러스를 확산시키기 때문이다. 이들 농가 대부분은 바이러스 전염의 통로인 음식물 잔반을 사료로 주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한 농가라도 감염이 되면 돼지 유통시스템 또한 주요 전염 경로가 될 것이 너무도 뻔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 무서운 질병 앞에 실은 모든 이가 불안하기만 하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도대체 어떤 질병?

 

1921년 아프리카 케냐에서 처음 발견된 이 질병은 본디 아프리카 풍토병으로 존재해 왔다. 따라서 아시아에서는 낯선 전염병이다.

돼지에게는 매우 살벌한 질병이다. 걸리면 20일 안에 100% 가까이 죽기 때문이다.

1957년 앙골라에서 포루투칼 리스본에 입항한 배를 통해 유럽으로 들어왔다. 선원들이 배 안에서 먹다 버린 음식물 속 돼지고기에 바이러스가 살아있었던 것이다. 바이러스는 이후 여러 전파를 통해 농장의 돼지까지 옮겨왔다.

1960년 두 번째로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유럽에 유입되었다.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앙골라를 통해 스페인에 들어왔고 스페인 전 지역에 확산되었다. 이후 프랑스, 이탈리아, 몰타, 벨기에, 네덜란드로 퍼졌다. 이후 쿠바를 통해 브라질, 도미니카공화국 등 중남미로도 전파되었다. 2007년에는 마찬가지로 아프리카 동부에서 유럽의 발칸 반도를 거쳐 러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전파 경로는 동일했다. 배를 통해 들어온 음식물 속 돼지고기가 매개체였다.

2007년 이후 전문가들은 러시아에 퍼진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은 시간 문제라 했고 예측한 대로 중국으로 환산된 것이다.

아프리카 30개국 이상, 유럽은 동부를 중심으로 러시아를 포함해 17개국,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중국을 시작으로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북한 그리고 대한민국까지 6개국으로 확산되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얼마나 없애기 힘든 질병인지는 스페인의 경우를 살펴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스페인은 1960년 들어온 이 질병을 1995년에서야 끝낼 수 있었다.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 현실에서 충실한 방역을 통해서 해결했지만 무려 35년이나 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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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마이뉴스 제공)

 

2010년 구제역의 악몽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2010년 경북 안동에서 시작한 구제역 사태를 되돌아보게 된다. 당시 구제역으로 인해 350만 마리의 소와 돼지를 땅에 묻었고, 3조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만 했다. 당시 살아있는 돼지들의 살처분 환경은 많은 국민에게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충격을 넘어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가로 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바로 구제역 사태였다.

다시는 그 때와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먹는 동물들의 삶을 제대로 살펴봐야 한다.

그러나 암담한 것은 이 질병은 우리가 겪었던 구제역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파괴적이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어쩌면 대한민국 모든 돼지를 없애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동물질병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이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이야기할 수도 자격도 되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권 활동가로서 나는 이 문제에 국한된 방법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변화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바이러스의 유입에는 언제나 사람이 먹고 남긴 감염된 돼지고기였다. 즉 감염된 음식물이 동물들의 먹이로 흘러들어가는 것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

물론 이 질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음식물이라도 섭씨 80도 이상에서 30분 이상 충분히 끓이면 바이러스가 없어진다. 그러나 음식물 잔반을 동물 먹이로 사용하는 경우 이러한 방법은 현실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음식물 속 바이러스가 돼지 몸속에 들어가는 순간 돼지는 감염되고 만다. 그래서 환경부에서는 올해 남은 음식물 급여를 일부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완전히 남은 음식을 먹이는 관행을 없애지 않는 이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또한 밀집도가 너무 높은 공장식 축산 환경을 개선해야한다. 그러려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의 ‘고기’의 선택기준을 바꾸어야 한다.

 

당장 가능한 실천, 먹거리에 까다롭게 굴기

 

고기를 먹는 것에 너무 익숙한 그것도 낮은 가격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채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 하지만 질이 좋은 생산품을 공급하는 방식은 소비자로 하여금 까다로운 선택을 하도록 할 수는 있다. 점차 높아지고 있는 소비의식과 지구 온난화로 등 환경 문제를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삶의 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하면 대다수가 바로 고기 없이는 못 산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선택지를 ‘동물복지’로 하라고 권한다. ‘동물복지’ 고기나 달걀을 선택한다는 것은 동물의 삶도 구하고 지구 환경도 구한다. 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생산과 삶의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님을 우리 모두는 안다. 개인의 생각의 변화가 궁극적인 사회의 변화로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부, 축산업자, 유통업자, 소비자가 다양하게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고기의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내가 먹기는 ‘고기’ 이전의 생명으로서의 ‘동물’이 어떤 삶을 사는지 우리는 매우 까다롭게 살펴보고 선택해야 한다.

 

궁극적인 근본의 변화는 긴 시간을 요구 한다. 그러나 2010년 구제역 그리고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마주한 우리는 그 시간을 어떻게 하든 줄여야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너무 많은 생명을 우리의 땅에 묻어야하며, 그 이후 모든 결과는 우리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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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기전대학 교수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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