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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조국(曺國)의 절제와 검찰 개혁

이창수( icomn@icomn.net) 2019.10.15 10:34

조국 법무장관이 14일 취임한지 한 달 남짓 만에 사퇴했다. 조국 장관을 둘러싼 야당은 물론 검찰과 언론의 무차별 공격은 전대미문의 사례였다. 검찰 개혁을 스스로의 책무로 여겼던 조 장관(후보자)에 대한 기득권층의 표적 공격이었다.

그는 이제 시민으로 돌아갔다. 검찰 개혁이 잘 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사실 검찰개혁은 국회가 법률로 처리해야 할 부분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 개혁에 미온적이었다. 그가 법무장관 후보자 신분일 때 그만 두었다면 국회에서 검찰 개혁은 지지부진한 상태가 되었을 것이다. 그는 중도사퇴하지 않고 검찰 개혁의 ‘불쏘시개’가 되었다. 이 과정에서 그 동안 소수의 엘리트 집단의 문제로 여겨졌던 검찰 개혁이나 언론 개혁을 국민 대다수가 자신의 문제이고 정치의 중요한 의제라는 점을 체화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서초동에 불꽃들을 밝혔다. 이제 정치권은, 국회는, 검찰 개혁의 법제화를 미연미연할 수 없게 되었다. 그가 오욕을 참아가며,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졌을 2달을 감내한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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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오마이뉴스 제공)

사회변혁운동가로, 형법학자로, 정치사회운동가로, 민정수석과 법무장관으로 살아왔던 그는 이제 ‘시민’으로 돌아 왔다. 그는 시민으로 다시 사즉생(死卽生)을 결단해야 할 정치적인 소명을 부여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검찰권의 절제를 주장했다. 이것은 무소불위의 검찰권을 쪼개 경찰에 수사권을 부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통해서 검찰의 권력을 견제하고 균형 잡힌 검찰을 만들고자 하는 문재인 정부와 철학이 유사하면서 다소 다르다. 그는 형법학자이면서 민주주의자이면서 인권옹호자이다. 그는 도덕의 문제를 형벌로 처벌하려는 “과잉도덕화된 형법은 그 자체로 억압”이고,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는 고사한다고 본다. 형벌만능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해 왔다. 그는 장관 임명 과정을 통해서 이런 형벌만능주의, 즉 형벌의 칼자루를 “망나니의 칼처럼 휘두른” 검찰에 희생자가 되었다. 그는 형법이라는 칼은 “의사의 메스처럼 조심스럽고 서세하게 사용되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그의 논문 모음집인 《절제의 형법학》 제2판(2015)의 서문을 읽으면서 그의 검찰 개혁을 생각한다. 그의 사퇴는 조국 한 사람의 사퇴가 아니라, 우리의 정치와 검찰 등 사법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그는 이미 이 책의 서문에서 모든 걸 예견했다. 나는 그가 바란 검찰 개혁의 철학을 이 책의 서문을 인용하면서, 검찰 개혁이 단순한 조국 장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한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를 공유하고자 한다.

 

다루는 주제 모두는 학술적 차원에서 논쟁적일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차원에서도 화염성(火焰性)이 강한 주제들이다. 학문적 비판 외에 반(反)지성·반학문적 공격도 예상된다. 피할 수 없다. 〈신곡〉(神曲)에서 베르길리우스가 단테에게 준 조언, "남들이 뭐라 해도 넌 너의 길을 가라"를 되뇌며 정진할 뿐이다. (중략) 근래 몇 년간 학자로서 현실 정치에 깊이 개입했다. 좋은 법이 가능하려면 좋은 정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학문의 영역과 달리 정치의 영역은 반대파는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고 칼날을 들어대는 곳임을 새삼 느꼈다. 온갖 저급·저열한 흑색선전, 허위중상, 무고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저자의 작은 참여로 과잉우경화된 정치지형이 조금이라도 ‘정상화’되는 쪽으로 변화했다면 그것으로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는 절제 있게 퇴진했다. 이제 검찰의 절제를 위해서 정치가 답할 때다. 물론 현재의 국회 상황을 보면서 좋은 정치를 기대할 순 없다. 그래도 국민은 검찰 개혁을 확실히 요구하고 있다. 일부 수사권을 검찰이 갖고 공수처 도입한다고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하나를 놓치고 있다. 모든 권부의 권한은 절제시키는 가장 확실하고 현실적인 방법은 국민이 통제권을 직접 행사하는 것이다. 공수처 도입과 함께 공수처 대상 사건에 대해 기소 배심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적인 검찰 개혁이고, 무소불위의 검찰을 절제시키는 유일한 현책이다.

 

* 조국, “절제의 형법학”(제2판), 2015, 박영사, pp. ⅳ-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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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수(법인권사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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