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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불편한 진실, 나의 반려견 출생지는 강아지 공장

박정희의 동물이야기 제 5 탄

박정희( icomn@icomn.net) 2019.10.24 10:04

거리를 걷다 보면 참으로 많은 펫샵을 지나게 된다. 개인적으로 나는 펫샵을 지나는 것이 무척이나 힘들다. 쇼윈도우 넘어 아주 작은 공간에 작고 여린 생명체들을 보면서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의 모습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귀엽고 사랑스럽다. 그들의 모습에 반하면 누구라도 그 앞에서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강아지를 처음 만나는 곳은 주로 거리에 수많은 펫샵을 통해서이다. 사람들은 상점 안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물이에 반해 그들을 돈으로 산다. 그리고 다들 자신의 강아지들을 사랑하며 그 상점 안의 다른 강아지들도 내가 구입한 강아지처럼 착하고 책임감있는 구매자를 만나길 바라면서 그 가게를 나올 것이다. 그러나 매우 유감스럽게 남은 강아지들의 삶은 절대로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지 않다.

오늘 나는 이러한 반려동물 구매의 숨은 잔인한 면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이면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잔인함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모두가 알아야 하며 또한 분명하게 바꿔내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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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마이뉴스)

 

2016년 우리는 강아지 공장의 현실에 공분했었지, 그러긴 했지.

 

쇼윈도우에서 귀여움을 뿜어내는 강아지들을 바라보면서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을까를 생각해본 사람들을 나는 만나본 적이 드물다. 그들 대부분은 강아지공장 또는 퍼피밀(Puppy mill)이라고 불리는 곳으로부터 태어난다. 강아지 공장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대한민국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었다. 일요일 아침이면 많은 사람이 시청하는 TV동물농장의 2016년 5월 15일 방송이었다. 그간 많은 사람이 외면했던 강아지 공장의 실태를 고발하는 방송이 나왔다. 이 방송 이후 많은 사람이 공분했고, 이후 시민들의 힘으로 2017년 3월,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강아지 생산에 대해서는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전환되었고, 반려동물 판매시 온라인을 통해 홍보하는 경우 등록번호와 업소명, 주소 및 전화번호를 표시하도록 모든 규정을 강화하였다.

강화된 법만큼 바뀌었을까? 불행히도 바뀌지 않았다. 개인적 경험 모든 상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나, 동물권활동가의 입장에서보면 3년이 지난 현재도 여전히 강아지 공장, 아니 불법 강아지 생산업자들은 성업 중이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묻는 당신께 나는 우리 때문이라 감히 말한다. 펫샵에서 강아지들을 귀엽다고 바라보고 구매하는 바로 우리 때문에 하나도 변한 게 없다고 말이다.

 

도대체 강아지 공장은 어떤 곳이길래.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된 강아지는 주로 경매를 통해 전국 펫샵에 유통된다. 반려견 시장은 이미 조 단위를 넘어섰으며 지속해서 성장 중이다. 국내에서 길러지는 반려견의 대부분은 강아지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가정 분양이라 하는 곳도 실제로는 강아지 공장 출신을 경매에서 데려와 파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가정에서 태어나는 강아지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기 때문에 가정 분양이라는 말로 소비자를 속일 뿐이다.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지는 현재 한국에서 강아지 공장의 수를 파악해보면 알 수 있다. 대부분 불법으로 운영되며 약 3000~4000곳 이상이 운영되고 있다고 추정된다(2014년 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실태보고서 기준). 반면에 신고된 생산업자는 얼마 되지 않는다. 2018년 11월 기준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에 신고된 동물생산업체 수는 545개소 정도이다. 또한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반려동물 보호 및 관련산업 육성 세부대책’에 따르면 연간 생산·유통되는 반려동물은 약 61만 마리다. 국내 강아지 경매장은 지난 2016년 12월 기준 19개소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매주 약 5000마리가량이 경매를 통해 유통된다.

우리가 펫숍에서 만나는 귀여운 강아지들의 유통경로는 경매장을 통해 판매업체(펫샵)로 넘겨지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이다. 한 마리당 평균 가격은 31만3000원 정도라 한다.

동물보호법이 강화되었지만 반려동물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판매업체(펫샵)도 늘어나고 있고 결국 늘어난 판매업체에 납품하는 강아지 공장도 더 늘어나거나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자신이 구입하는 강아지가 출생하는 강아지 공장을 직접 가보는 고객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가장 혐오하는 개농장과 강아지 공장은 지칭하는 단어만 다를 뿐 현장의 모습은 똑같다.

 

2018년 완주군의 불법 강아지 공장을 폐쇄한 적이 있었다. 현장은 지옥이었다. 어미견들이 죽을 때까지 새끼를 낳는 공간은 뜬장 구조이었다. 철창으로 된 뜬장 아래에는 수십 년간 한 번도 치운 적이 없는 배설물이 가득했고, 배설물에는 구더기가 잔뜩 끼어 있었다. 검은 비닐 구조물 안에 숨겨진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 물그릇과 먹이통은 검은 오물로 뒤덮여 있었고, 살아있는 동물에게 줄 수 없는 썩은 물과 더러운 음식물이 담겨져 있다. 한쪽에는 마취제 약통과 주사바늘이 나뒹굴고 있었다. 수차례 임신과 출산을 해온 어미견들이 새끼를 잘 낳지 못하는 상황이 오면 그곳 주인은 직접 제왕절개 수술을 했기 때문이다. 개들에게 발정유도제를 먹이기도 하며 그래도 교배가 안 될 때는 공장 주인이 직접 수정을 시킨다. 강아지 공장 업자들은 “직접 인공수정을 하면 더 많은 새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전직 강아지 공장 주인들의 말로는 일반적으로 1마리의 개가 1년에 3번 정도 출산을 하고 평균적으로 이 어미견들은 강아지 공장에 사는 동안 평균 50마리의 새끼를 출산한다고 한다. 더 잔인한 것은 이들 어미견이 더는 강아지를 낳지 못하게 되면 이들은 식용으로 팔려간다.

 

강아지 공장을 없애려면, “입양”하자!

 

지옥 같은 강아지 공장을 없애기 위해서는 단순하게 생산업자에 대한 법규제를 강화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강아지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 즉 강아지를 구매하는 시스템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산업구조 안에 들어와 누군가가 돈을 벌고 있기에 이러한 구조를 변화시키는 것은 절대 만만하지도 않을뿐더러 그 구조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계 수단이라며 변화에 대해 매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즉 강아지를 가족으로 들이는 우리가 바뀌면 된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우리 모두 펫샵에서 구매하지 않는 것이다.

구매가 아닌 “입양”을 하는 방향으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문화가 바꿔야 한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를 줄이는 데 영향을 준다. 첫 번째는 이제껏 이야기한 강아지 공장, 그리고 바로 1년에 10만 마리 이상 버려지는 유기견.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나는 특정 품종견을 원하는데, 유기견은 뭔가 문제가 있어 버려지는 개들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귀여운 강아지를 펫샵에서 구매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강아지와 만나는 방법이다 라고.

 

이 생각에는 틀렸다. 대부분 버려지는 개들은 개에게 문제가 있어서 버려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다. 그들은 개가 짖는다는 민원 때문에, 자신의 결혼 때문에, 자신의 직장 때문에, 생각보다 켜져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돼서, 가족이 싫어해서 등등 자신들의 문제로 인해 버린다. 즉 유기견은 문제견이 아니다.

그리고 유기견들 대부분은 펫샵에서 비싸게 팔렸던 품종견들이다. 1박2일에서 나왔던 상근이들이, 삼시세끼에 나왔던 장모치와와들이, 주병진이 키우는 웰시코기들이 유행이 시들해지면 유기동물로 쏟아져 나온다. 유기동물 보호소에는 푸들이 포메리언이 말티즈가 시츄가 치와와가 보스턴테리어가 리트리버가 보더콜리가 가득하다. 특정 품종을 원한다면 유기동물보호소에 특정 품종이 들어올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면 된다.

 

다행히 요즘 #사지말고입양하세요 운동이 널리 퍼지면서 펫샵에서 사는 것보다는 유기견을 입양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혹 우리 주변에 강아지를 키우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큰소리로 권해보자, “요즘 누가 생명을 돈주고 사나, 입양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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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 전주기전대학 교수

동물을 위한 행동 공동대표

딸 1, 강아지 5, 고양이 7 엄마

다음 편에는 “추운 겨울, 마당견의 서글픈 삶”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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