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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 낮 꿈이었던가 싶은, 이주자 카라반

림수진 교수의 중앙아메리카 이주자 리포트 3

림수진( icomn@icomn.net) 2019.12.22 23:24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약한 시작이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 미약했던 시작이 그토록 창대해지리란 사실을. 2018년 10월 5일, 처음으로 '이주자 카라반 Caminata de Migrante' 포스터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었다. 자율 모집이었고, 누구든 관심이 있거든, 일주일 후, 10월 12일 오전 8시 온두라스 제 2도시인 산뻬드로 술라San Pedro Sula 버스 터미널에서 모이자는 내용이었다. 그 아래 자세히 봐야 보이는 작은 글씨로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 있었다. "우리도 원해서 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폭력과 가난으로부터 쫓겨 가는 것이다" 그 외 더 이상 자세한 정보는 없었다. 정확한 출처 없이 이 사람 저 사람 통해 날라지던 포스팅이라 과연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는 내용일까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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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2018년 10월 5일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된 ‘이주자 카라반’ 모집 공고 포스터. )

 

그렇게 시작되었다.  미약한 시작이었다. D day로 잡힌 2018년 10월 12일 오전 8시, 온두라스 산뻬드로 술라 버스 정류장에 160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북쪽’으로 방향은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어디를 경유하여, 어떻게 이동하며, 어디까지 가는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없었다. 다만 매년 사순절 즈음에 '수난의 길' 혹은 '십자가의 길'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던 카라반 정도일 것이라 여겨졌다. 이주자 혹은 그들의 가족이 모여서 멕시코 남쪽 국경 근처까지 순례 형식의 행진을 하며 그간 이주 과정에서 희생된 가족들을 기리는 행사였다. 카라반 중간에 사람들이 조금 더 붙는다 해도 수백 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다. 당일 모인 160명 가운데, 여성과 아동이 남성의 숫자를 능가했다. 그들이 가진 짐 또한 각자 등에 맨 작은 배낭 하나가 전부였으니, 그 누가 봐도 전형적인 이주자의 무리로 보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들 중 누군가는 집에서 키우던 개도 끌고 온 참이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불과 사나흘 만에 숫자는 4천 명을 넘어섰고, 그들이 멕시코 남쪽 국경에 닿았던 10월 18일에는 최소 7천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이 상황 앞에 가장 먼저 이주자들 스스로가 놀랐을 것이고, 그들의 자국인 온두라스와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정부가 놀랐을 것이다. 물론, 작은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7천 여 명과 대치해야 했던 멕시코 정부의 당혹스러움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쿠바인들과 아이티인들이 수백 명씩 집단을 이룬 채 멕시코 남쪽 국경에 닿았고, 멕시코 정부의 협조 아래 멕시코를 통과하여 미국을 향해 간 적은 있었다. 하지만 7천 명이라는 숫자 앞에서는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가 않았다. 가뜩이나 열악한 멕시코 남쪽 국경에는 그들의 입국을 통제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자체가 부재했다. 멕시코가 뾰족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는 사이, 이주자들은 계속하여 불어났다. 게다가 그들의 뒤를 이어 과테말라, 온두라스, 엘살바도르에서 계속하여 새로운 이주자 카라반들이 꾸려져 북쪽을 향해 올라오고 있었다. 모든 정보는 시시각각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었다.

 

멕시코 정부와 중앙아메리카 북부삼각지대로 불리는 3개국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을 때 미국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만이 연일 날을 세운 채 북쪽을 향해 올라오는 이주자들과 그들의 자국 정부, 그리고 멕시코 정부까지 싸잡아 압박하고 겁박하였다. 이주자들에 대해서는 중동 지역으로부터 잠입한 테러리스트로부터 조정을 받는 무리라고 갈음했고, 이주자들의 출신 국가들에 대해서는 당장 해당 정부가 나서서 이주자 대열을 만류하지 않는다면, 그간 이 나라들에 지원되던 모든 경제적 원조를 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물론 멕시코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도 놓치지 않았으니, 불법으로 쳐들어오는 이주자들을 막을 능력이 없는 무능한 정부로 일갈했다. 더불어 즉시 멕시코가 이주자들을 막기 위한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한참 재협상 과정에 있던 나프타NAFTA를 전면 파기해버릴 것이라고 협박하였다. 자국인 미국 의회에 대해서도 하루 빨리 이들을 막기 위한 장벽을 설치할 수 있도록 예산에 대한 법을 통과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이 모든 압박들이 연일 트위터를 통해 공개되었다. 이주자들에게 페이스북이라는 무기가 있었다면,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트위터가 있었던 셈이다. 

 

연일 쏟아지는 도날드 트럼프의 트위터 맹공 앞에서 혹여 그간 받아왔던 원조가 중단될까, 혹은 어렵게 재협상을 끌어가던 나프타NAFTA가 파기될까 하는 걱정에 이주자들의 출신 국가들과 멕시코도 뭔가는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온두라스를 비롯한 중앙아메리카 각 국은 정규 방송마저 중단하고 즉각적으로 이주자 카라반 대열에 합류한 자국 국민들에게 다시 자국으로 돌아와 줄 것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서둘러 남쪽 국경에 연방경찰과 군 병력을 배치했다. 그럼에도 이주자 수는 계속 늘어갔다.

 

합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할수록 이주자 카라반의 규모는 증폭되었다

 

과테말라 국경도시 ‘떼꾼우만Tecún Uman’과 멕시코 국경도시 ‘이달고Ciudad de Hidalgo’를 잇는 인터내셔널 다리Fuente Internacional 위에 7천 여 명의 이주자들이 몰리면서 긴장감이 증폭되었다. 게다가 중앙아메리카 각 국에서는 계속해서 이주자 카라반이 만들어져 북상을 하는 중이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미국의 압력을 받은 각 국 정부가TV 방송을 통해 자국 국민들에게 이주자 카라반 합류를 자제해줄 것을 요청할 수록 이주자 카라반의 규모는 증폭되었다. 정부는 자제를 요구하기 위해 하는 방송이었으나, 많은 사람들이 이 방송을 통해 이주자 카라반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계속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이주자 카라반에 합류하는 결과로 작용하였다. 특히 바로 직전 대통령 선거 개표 과정에서 불거진 부정 의혹과 그로 인한 자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던 온두라스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주자 카라반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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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및 출처: 과테말라 국경도시 떼꾼우만Tecun Uman과 멕시코 국경도시 이달고Ciudad de Hidalgo를 잇는 인터내셔널 다리에 정체된 이주자 카라반. https://www.nytimes.com/es/2018/10/30/opinion-oscar-martinez-caravana-migrante/?smid=tw-espanol&smtyp=cur&fbclid=IwAR3HjA24HK_Z2_OxWA9Iy-_2OJsEz0jT3b9j_2ChU3i00O2C3dbRavebS80 )

 

멕시코 정부의 기본적 입장은 이주자 카라반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지만, 사실상 멕시코의 남쪽 국경은 카라반 선두에 선 이주자들의 발길질 몇 번으로 허망하게 무너졌다. 2018년 10월 19일, 일단 7천 여 명의 이주자들이 멕시코에 들어왔다. 바로 위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이들에 대한 맹공을 트위팅 하고 있었지만, 막상 이들이 멕시코로 진입한 이상, 멕시코 정부와 시민사회는 이들에게 우호적이었다. 이주자 카라반이 북쪽을 향해 가면서 어느 마을을 거치게 되든, 음식과 잠자리가 제공되었다. 연일 보도되는 내·외신을 통해 멕시코 시민들도 이주자 카라반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또한 그들이 어느 도시를 지나게 되는지에 대한 정보도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수천 명의 이주자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은 주로 지방 소도시 중앙 광장에 노숙 형태로 마련되었고, 해당 지역 주민들이 그곳에서 취사 시설을 설치하고 이들에게 음식을 배급해주는 방식이었다. 일부 지방정부에서는 이들에게 무상으로 교통편을 제공하기도 했다. 사실 멕시코 자체가 미국으로 가장 많은 수의 이주자를 보내는 나라이다 보니, 자국 내 이주자들에게 늘 관대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2018년 10월 이후 이주자 카라반에 대해 보여준 호의는 그간에 있었던 관대함의 정도를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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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및 출처: 이주자 카라반이 멕시코의 남쪽 국경을 통과하여 북쪽을 향해 이주해가는 동안 수많은 차량들이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했다. https://www.nytimes.com/es/2018/10/23/caravana-migrante-mexico-estados-unidos/ )

 

이주자들이 북쪽으로 향해 갈수록 시민사회와 지방 정부가 제공하는 호의 역시 더욱 구체화되었다. 이들이 도착하는 곳이라면 어김없이 의료 자원 봉사가 이어졌고, 또한 아이들의 참여가 많다 보니 이들에 대한 심리 상담도 지원되었다. 멕시코를 통과해 미국으로 가는 이주가 공개적으로 전환되자, 이들에 대한 정부 혹은 민간 단체의 지원도 공개되기 시작했다. 그 중 대부분은 교통편 제공이었는데, 베라크루즈Veracruz 주 정부는 이주자 카라반에게 150대의 차량 지원을 약속하기까지 했다.

 

지방 정부의 차량 지원과 더불어 이들의 여정과 방향이 같은 대형 트럭들이 이들에게 편승을 지원하면서 도보를 기본으로 하는 이주자 카라반 대열이 흩어지기도 했지만, 곧 페이스북을 통해 이주 루트를 공개하고 그들끼리 조직을 재정비하면서 북상을 계속했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멕시코를 관통해 미국에 닿기 위해서 그들 스스로 몸을 숨기고 ‘죽음의 열차’에 오르던 상황에 비한다면, 너무도 갑작스런 변화였다. 이러한 상황들이 언론을 통해 계속 공개되면서 중앙아메리카 각 국에서 계속하여 후속 이주자 카라반이 만들어졌다. 그간 아이가 딸려 있거나, 여성이거나, 혹은 용기가 없어 이주에 나서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주자 카라반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기존 이주에 비해 여성과 아동의 비율이 월동이 높았던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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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및 출처: 2018년 이주자 카라반은 기존 이주자들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의 여성과 아동의 참여가 이어졌다. https://www.nytimes.com/es/2018/10/30/opinion-oscar-martinez-caravana-migrante/?smid=tw-espanol&smtyp=cur&fbclid=IwAR3HjA24HK_Z2_OxWA9Iy-_2OJsEz0jT3b9j_2ChU3i00O2C3dbRavebS80 )

 

2018년 11월 6일은 이주자 카라반이 진행된 전 과정에서 상당히 중요한 날로 기록된다. 그간 멕시코 남쪽 국경으로부터 북쪽을 향해 올라오던 이주자 카라반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닿은 날이다. 약 7천 명이 치아파스Chiapas-오아하카 Oaxaca-베라크루즈 Veracurz를 거쳐 1,30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해 멕시코시티에 하루 이틀 차이를 두고 닿기 시작했다. 멕시코시티 정부는 즉각적으로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체육관에 시설을 마련하였다.

 

물론, 2018년 11월 6일은 이주자 카라반이 시작된 날부터 연일 이주자 뿐 아니라 그들의 출신국과 멕시코 정부까지 싸잡아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던 미국 대통령 도날드 트럼프에게도 중요한 날이었다. 2020년으로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미국 내 중간선거가 있는 날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간 선거 결과가 자신에 대한 중간 평가임을 누누이 강조해오던 터였고,  불법 이주자 처리 문제야 말로 자신의 정책 집행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이주자 카라반을 막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날 이주자 카라반이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에 입성하였고 멕시코 정부에서도 이들에 대한 지원을 공식화 했으니, 트럼프의 입장에서는 큰 위기였고 동시에 결코 좌시할 수 없는 문제였다. 결국 멕시코와 접한 미국 남서쪽 국경에 8천 명에 달하는 무장 군 병력을 투입하고, 누구든 적법한 절차 없이 입국을 시도한다면 침입자로 간주하겠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이주자들 간에 갈등이 나타나다

 

2018년 11월 6일 멕시코시티에 도착 한 카라반은 수일 간 그곳에서 머물며 전열을 정비했다. 일단, 10월 19일 멕시코 남쪽 국경에 들어선 1차 이주자 카라반 구성원들 중 여성과 아동 이주자들이 수일 간의 노숙과 행군을 이어가면서 뒤로 쳐지기 시작하자, 이주자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카라반 집행부에서 1차 이주자 카라반이 모두 멕시코시티에 도착할 때까지 멕시코시티에서 기다릴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했다. 이 와중에 일부 이주자들, 특히 단독으로 이주자 카라반에 참여한 젊은 남성층을 중심으로 불만이 표출되면서 이주자 카라반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이주자들 간에 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일단 이들이 이주자 카라반을 시작하면서 1차 목적지로 정하였던 멕시코시티 이후의 목적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되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미국이 분명했으나, 미국까지 이르는 다양한 루트를 두고 의견이 갈렸다. 

 

다시,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멕시코와 미국을 가르는 국경은 태평양으로부터 대서양에 이르기까지 3,200km에 이르고 이 가운데 양 국의 대도시들끼리 연결된 구간 만도 총 여섯 군데다 (Brownsville-Matamoros, MacAllen-Reynosa, Laredo-Nuevo Laredo, El Paso-Ciudad Juárez, Calexico-Mexicali, San Diego-Tijuana).  이들 구역 중 어느 곳을 통해 미국 입국을 시도할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멕시코시티를 출발점으로 본다면, 미국 국경에 이르는 가장 단거리는 대서양쪽 루트다. 멕시코의 누에보 라레도를 거쳐 미국 텍사스의 라레도로 들어가거나, 멕시코의 대서양 연안 도시 마타모로스를 거쳐 미국의 브라운스빌로 들어가는 경우였다. 두 루트 모두 멕시코시티로부터 약 1,200km 정도 떨어져 있다. 태평양 쪽에 위치한 국경의 경우 가장 대표적인 곳이 멕시코 티후아나와 미국의 샌디애고가 접한 곳인데, 멕시코시티로부터 3,000km 이상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이곳에 닿기 위해서는 할리스코Jalisco, 나쟈릿Nayarit, 신알로아Sinaloa, 소노라Sonora와 같은 멕시코 내에서도 치안이 가장 열악한 곳을 지나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자들끼리 SNS를 통해 실시한 투표결과 목적지는 티후아나로 정해졌다. 차량으로 가더라도 30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거리지만, 도시 전체 분위기가 이주자들에게 우호적이고 또한 이들에 대한 지원 시설이 가장 잘 운영된다는 점이 그 이유였다. 다만 티후아나에 이르기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 보니, 소그룹을 중심으로 어떤 방식이든 교통수단을 이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들이 페이스북에 공유되기 시작했다. 그간 도보를 원칙으로 하던 방침과는 상반된 것이었다.  2018년 11월 8일, 멕시코시티에서 대기하던 이주자 카라반 중 첫 집단이 티후아나를 향해 출발하면서 다시,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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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수진(Lim, Su Jin),

멕시코 콜리마주립대학교 정치사회과학대학

(Facultad de Ciencias Políticas y Sociales, Universidad de Colima)

 

일곱 살 먹던 해 겨울, 할머니를 따라 서울에 갔습니다.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서울역 광장에 단아하게 선,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서울역사 앞에서 짜릿한 흥분을 느꼈습니다.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각인이었습니다. 이후 늘 새로운 세상을 갈망하였습니다. 결국, 이다음에 크면 반드시 관광버스 운전수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하지만 그 꿈을 이루진 못하였습니다. 대신, 지리학을 공부했습니다. 공부를 핑계 삼아 원없이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만 서른 살이 되던 2001년, 코스타리카로 갔습니다. 19세기 말 파나마 운하 건설에 동원된 중국인 노동자의 증손자 쯤으로 신분을 둘러대고 커피밭에 ‘위장취업’을 하였습니다. 그 곳에서 커피를 따면서 3년을 보냈습니다. 하루 1달러도 벌지 못하는 저 ‘불량노동자’를 걱정하며 자신들이 딴 커피와 음식과 마음을 나눠준 친구들을 만났습니다. 대부분이 니카라과에서 건너온 불법 이주 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이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들의 삶을 좇아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2006년 이후 현재, 멕시코 콜리마주립대학교 정치사회과학대학에 재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이주’, ‘국제분쟁’, ‘지정학’ 등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2010년 이후 멕시코 연방정부 고등과학기술위원회 소속 국가연구원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커피밭 사람들: 라틴아메리카 커피 노동자, 그들 삶의 기록>, <21세기 중앙아메리카의 단면들:내전과 독재의 상흔>, <세계의 분쟁(공저)>, <디코딩라틴아메리카: 20개의 코드(공저)>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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