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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과 그렇지 못한 삶

세상에는 두 가지 삶이 있다

박정희( icomn@icomn.net) 2020.09.15 15:11

동물병원에서 처음만난 고양이는 너무 작았다. 케이지 안에서 나오고 싶어하는 모습에 앞뒤생각하지 않고서 집에 데려왔다. 회색 털의 작은 러시안블루 고양이에게 “타샤”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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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번째 고양이 타샤는 올해로 12살이 되었다. 2009년 4월, 태어난지 2개월에 나에게 온 그녀는 큼직한 사고를 몇 번 쳤다. 한참 장난이 심하던 5개월령 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왼쪽 뒷다리 엉덩이뼈가 골절되었다. 전북대학교 동물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였고, 당시 의사는 평생 뒷다리를 제대로 사용 못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수술에는 거금이 들었다. 나는 당시 무슨 일이 있어도, 설사 타샤가 뒷다리를 못 쓰더라도 끝까지 보살피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수술 후 타샤는 예전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녔다. 더 활발히.

그녀를 통해 나는 고양이과 동물을 이해하게 되었다. 고양이과 동물이 얼마나 우아한지 얼마나 독립적인지 얼마나 이해심이 넓은지 얼마나 부드럽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지 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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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의 사람은 두 종류가 있다.

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고양이와 함께하지 못한 사람은 인생의 많은 부분을 어쩌면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일지 모른다. 고양이가 그들의 삶을 즐기는 것을 보면서 인간인 나는 많은 것을 반성하게되었다.

우아한 고양이 타샤는 나에게 두 가지 것에 대해서 깨닫고 즐길 수 있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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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첫 번째가 ‘잠’이다.

고양이는 잠을 참 많이 잔다. 24시간 중 12시간에서 16시간을 잔다. 삶의 절반 이상을 잠을 자는 것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결코 용납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잠일진데, 고양이를 보고 있노라면 잠을 줄여야한 한다는 우리의 강박이 정말 잘하는 짓일까 의구심이 든다. 잠을 단순히 시간을 허비하는 것으로 여기는 인간에게 우아한 고양이 타샤는 말한다. ‘제발, 잠을 제대로 즐겨봐, 삶이 얼마나 근사한지 아는 첫 번째 생활 습관은 잠을 잘 자는 것을 넘어 즐기는 것이야’라고. 신기하게도 고양이와 함께 잠을 자면 정말 마법과 같이 달콤해진다. 과학적 근거는 알수 없지만 실제 많은 애묘인들은 안다. 그들이 옆에 와 갸릉거리는 골골송은 어느 자장가보다 막강하다는 것을. 어느 연구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자는 사람들이 더 잘 쉰다고 한다. 내 경험상에도 이 연구 결과는 분명 맞다. 어린 타샤는 내가 잠자리에 들면 내 목에 올라와 잠을 잤었다. 살면서 처음 고양이 목도리를 하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잠을 잤다. 어느 정도 자라서는 내 목보다는 내 배위나 에 오른쪽 옆구리에서 자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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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호기심’이다.

고양이의 지치지 않는 호기심을 보고 있노라면 감탄하고 만다. 우아한 고양이 타샤는 마당에 나가기를 정말 좋아하는 고양이다. 그녀는 은행나무를 오르고, 바람에 움직이는 풀밭에서 뭔지 모를 움직임을 응시하는 하거나, 새를 관찰하고, 온갖 곳을 올라가고, 작은 틈만 있어도 들어가 본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소리나 불빛은 그녀의 호기심을 최대로 만들어버린다. 인간인 나는 어느 정도 격은 자극에는 호기심을 잃는데, 그녀의 그 호기심은 12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 고양이의 유난스런 호기심은 도대체 어디서 샘솟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고양이는 호기심 그 자체인 듯하다. 모든 일에 간섭하는 그 호기심은 고양이의 생존본능에 기인한 것이라고 한다. 우아한 고양이 타샤 덕분에 나는 나이 들어 둔해지는 호기심을 매번 일깨운다. 아이와 같은 호기심은 아니더라도 내가 살아가는 모든 것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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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보면 ‘잠’과 ‘호기심’은 인생을 잘 살기 위한 중요한 것들 중 하나다. 어른들과 아이들을 가르는 것도 잠과 호기심이 될 수 있지 않은가. 우아한 고양이 타샤와 함께한 12년은 나에겐 큰 행운이다.

 

고양이라는 작고 따뜻한 생명체를 통해 나는 인생을 아이처럼 느끼고 즐기는 것을 매일 배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고양이와 함께 인생을 아이처럼 살아갈 기회를 얻길 바란다.

 

세상 삶 중에 고양이와 함께하는 삶을 추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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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완산여자고등학교 교장

전북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

전주동물복지다울마당 위원장

 

딸1, 고양이7 (타샤, 미우, 코코, 순이, 럭키, 소소, 비비안)

강아지8 (루나, 써니, 쫑순이, 방순이, 알렉스, 루팡, 엣지, 코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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