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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불법사장 찾아 3만리 재계 2위(현차), 재계3위(SK), 재계 7위(현중)와 싸우는 노동자

(3) 순회투쟁 3일차

최병승(현대차지부 조합원)( jbchamsori@gmail.com) 2015.03.23 17:39

재계 7위 동토의 땅!

누군가는 울산 동구를 이렇게 말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를 위해 존재하는 도시!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백화점, 울산공업학원(울산대학병원, 울산과학대), 학교법인 현대학원(현대중학교, 현대고등학교, 현대청운중학교, 현대청운고등학고, 현대정보과학고등학교) 그리고 각 공장에서 유치원(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또 KCC와 한국플랜지 등 현대 계열사가 남아있다. 한 마디로 요람에서 무덤까지 정몽준 이름을 듣지 않고 자랄 수 없는 도시다. 정몽준은 이런 기반을 바탕으로 국회의원을 5선이나 했고, 유력한 대권주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동안 그를 사장으로, 이사장으로 알았던 노동자 삶은 대선급과 거리가 멀었다.

작년 현대중공업그룹에선 사내하청노동자 11명이 산업재해로 돌아가셨고, 10년 만에 (이루어진)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의 단체교섭 요구를 철저하게 거부했다. 2010년 대법원이 현대중공업사내하청노동자의 노조법(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 사용자는 현대중공업이라고 판결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섭요구를 거부한 것은 명확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비단 현대중공업은 사내하청노동자만 탄압하지 않았다. 과장급 이상 1500명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고졸 여사원 600명 추가 구조조정도 이뤄지고 있다. 정규직 26,013명보다 약 2배 많은 사내하도급 40,767명(전체 비정규직은 42,000명, 계약직 1,233명 포함)이 일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현실이다. 당연히 하청노동자 계약해지는 일상적이며, 퇴직금과 휴업수당 미지급 등 임금체불도 만연하다.


이런 동토의 땅에서 흔들리지 않고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다. 현대중공업에 민주노조가 없을 때도 민주노조의 깃발을 지켰던 노동조합이 있다. 바로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다. 순회투쟁 3일차 아침 불법적인 사내하청을 사용하는 정몽준 구속을 외치며 현중사내하청지회 동지들과 함께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 섰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아침에도 출근하는 현중 노동자들의 관심이 높다. 유인물이 잘 팔린다. 사내하청지회 소식지는 바닥났고, 순회투쟁단 소식지도 많이 받아 가셨다. 이 얼어붙은 동토의 땅에 변화가 꿈틀거리고 있다. 그 꿈틀거림의 시작도 하청노동자가 앞장서고 있다.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들은 276일째 총파업을 진행하며, 울산과학대 동구캠퍼스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천막을 유지한다는 이유로 조합원 1인당 매일 30만 원의 가처분이 떨어져 있고,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울산대학교 집회를 진행하면서 울산대학교에 들어가는 것도 1인당 30만 원의 가처분이 걸려져 있다.


이 긴 시간 탄압을 받으며 총 23명의 청소노동자 중 20명으로 시작한 파업대오는 8명이 줄어든 12명이 되었다. 하지만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투쟁한 이상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생활임금 쟁취는 어렵다고 말씀하신다. 최저임금 사업장에서 교섭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며 반문한다. 지금도 최저임금인데... 최저임금을 합의하기 위해 276일 파업을 하는 바보가 없다고 말한다. 지금은 업체가 교섭을 요청하고 있지만 업체와의 교섭을 거부하며, 울산과학대와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다.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서! 마치 2007년 고용승계 합의를 울산과학대와 합의를 통해 이끌어 냈듯이.

마지막으로 부탁하실 말씀이 없냐고 했더니 “총알이 떨어져 간다. 집을 팔아서라도 이 투쟁을 승리하겠다고 각오했다”는 말씀에 울산과학대 삼촌 이모들의 결의가 느껴진다. 여기에 한 말씀 더 하신다.

"얼굴 많이 봤으면 좋겠다. 간혹 보니 보고싶다."

부끄러워하는 현대차비정규직지회 동지들이 고개를 숙인다. 집요한(?) 요구에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해고자투쟁위원회 이웅화 의장이 매주 1박2일 농성투쟁을 해고자 동지들과 논의해 보겠다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한다. 그리고 전국순회투쟁단 동지들이 집은 팔수 없고, 이자라도 보테겠다며 작은 마음을 전달했다.


재계 3위 SK

점심시간이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하다. 1시간이라는 점심식사 시간 동지들을 만날 수 있으니. 117일 전면파업을 진행하다 다음 투쟁을 위해 3월 9일 잠시 복귀한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지부 동울산지회 동지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어렵게 복귀 후 어떠냐는 질문에 오규영 지회장 동지는 오히려 여유롭게 말씀하신다. 그러면서 근무조건이 확 바뀌었다고 말한다.

"토요일 격주근무, 일요일 자율근무, 임단협 마무리까지 야간작업(잔업) 금지 등을 요구했고 관철됐다. 또 장비를 분실하면 100% 개인 책임이었지만 복귀 협의 과정에서 이 또한 센터가 책임지는 것으로 했다."

듣고 있는 동지들이 모두 놀랐다. 왜 그랬대요. 이런 질문이 빗발친다. 그렇다고 모든 사업장에서 복귀가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인 아니다. 인부천 지역에서는 복귀조합원들에게 일거를 주지 않아 16일(순회투쟁 출발일)에 선봉대가 집회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잘 마무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씀 하신다. 다행이다.

파업 이후 무엇이 가장 바뀌었냐는 질문에 “내공이 생겼다”며 담담하게 답하신다. 집요한 질문(?)에 “예전에는 현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간부에게 연락 와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 했지만 이제는 조합원 각자가 알아서 대응하고, 관리자에게 당당하게 맞선다”고 했다. 늦게 오신 여성조합원도 “기사님들이 강해져서 내려온 것 같다. 독해졌다”며 지회장 동지의 말을 거든다.

100일 넘는 서울 상경투쟁에서 가장 좋았을 때와 가장 싫었던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한 동지는 “장연희, 강세웅 동지가 광고탑에 올라간 다음날 경찰침탈에 맞서 조합원들이 일사분란하게 투쟁한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답했다. 눈빛만 봐도 통한다는 것이 바로 그때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가장 싫었던 것은? <국밥>이란다. 아침 라면, 점심 국밥, 저녁 국밥. 매일 비슷한 순서로 국밥을 먹었더니 이제는 국밥은 보기도 싫다고 한다. 파업 전에는 국이 없으면 밥을 못 먹었는데 이제는 국물 없이도 밥을 먹으니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다고 한다. 오늘 점심식사도 국박집이라서 안오신 조합원이 2명이나 있다고 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시간이 없다. 벌써 작업장(예약한 고객댁)으로 가야할 시간이다. 마지막으로 오규영 동지에게 순회투쟁단 동지들에게 당부와 결의의 말씀을 부탁드렸다.

"서울에서 힘들게 투쟁해서 조합원들에게 고마웠다. 그리고 연대한 동지들에게도. 회사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니 동울산지회는 절대로 없어지거나 와해되지 않을 노동조합이라 생각됐다. 지금처럼 하면 센터에서 다수의 조합원을 조직할 수 있다. 자신 있다. 연대, 미조직 조직하며 챙기는 노동조합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것만 보면 언젠가 그 사람처럼 될 수 있으니 비정규직.간접고용을 없애는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이것이 재계 3위 SK와 싸우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간접고용 노동자 절규다. 아직도 41일째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 광고탑 위해 2명의 노동자가 있고, 복귀는 했지만 투쟁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아직도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있는 LG비정규직, SK비정규직 동지들이 있는 한 우리 투쟁은 재계 3위 SK와 재계 4위 LG에게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재계 2위 현대자동차

비가 억수로 온다. 지역 집회가 모두 취소됐다. 오전에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현장조직이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한 규탄집회도 취소됐다. 매주 하던 현대차비정규지지회 수요 집회도 취소됐다. 하지만 출근투쟁은 성대하게 진행됐다. 울산지역총파업실천단, 불법파견 사용하는 원청사장 구속촉구 전국순회투쟁단,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집행부와 해투위 동지들. 현수막만 몇 개가 있었는지 모른다. 동지들의 목소리가 빗소리와 섞여 아름다운 공명을 만들어 낸다.


비를 맞고, 진행한 출투가 끝나자 현대차비정규직아산, 울산지회 비대위원과 임원 간담회를 진행했다. 많은 동지들이 진지하게 각 지회 상황을 듣는다. 마침 오늘부터 순회투쟁에 결합한 아산비대위 권수정 동지가 아산상황을 설명한다. 특히 아산동지들은 8.18 합의 당사자로서의 미안함을 전했다. 아산공장은 △2월 8일 조합원 총회에서 8.18 합의를 폐기 △비대위 구성 △손배기금 운영 등을 결의했고, 비대위는 △신규조합원 조직화 진행 △손배 대응에 방침 논의 진행 △대의원 선출 또는 집행부 선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 구성이전 5700만 원 손해배상을 갚은 것에 대한 오류를 극복하게 위해 조합원 전체의 총의를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창원에 와서 오늘 신규채용 면접 합격자에 신규채용을 한 조합원 중 한 명만 제외하고 모두 합격했다고 한다. 한 사람은 바로 2차 업체 조합원이란다. 참 임인종 전 지회장도 면접대상자에 포함되어 있는데 조합원은 배제됐다. 이제 68명의 동지들이 정규직 전환 투쟁을 결의하며 힘차게 싸울 일만 남았다. 혼자가 아니라 울산지회와 함께.

울산지회는 △해고자, 전 지회장, 전 수석부지회장, 현직 대의원 등이 <8.18 인정> 문구가 존재하는 대자보가 붙고 있다. 지회 차원에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대응 중이다. △4월 투쟁을 위해 2차 조합원 교육을 진행 중에 있다. △교섭은 4차까지 진행하고 있지만 3차 교섭부터 금속노조 임원 출입이 막히고 있다. 현자지부에게 전해들은 사측 입장은 “교섭을 위한 임원 출입은 안된다”고 했다. 25일 5차 교섭이 잡혀있다. △지부와는 대화 단절된 상황이다. △4월 중순쯤 되면 쟁의조정신청을 접수할 것으로 예상되며, 4월말 정도에 투쟁준비를 마무리 할 예정이다. △3공장 보궐선거로 전 사업부에 대의원을 세웠고, 조직 체계를 재정비했다.


논의 과정에서 울산지회 동지들은 아산지회 손배가압류 대응문제, 집행부 미선출에 대한 문제 등에 서운함을 말했다. 언젠가 한번 털어야 하는 상황에서 오늘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다. 간담회에 참여했던 울산지회 동지들이 4월 투쟁에 대해 이러한 의견이 있다고 한다.

1.준비됐다. 하자! 2.기다리자! 3.마무리 투쟁을 하고, 승패와 무관하게 정리하자!
1.끝장투쟁 하자! 2.현실적인 부분(신규채용, 전화배치 등)에 갈등을 겪고 있고, 대법원까지 가자! 3.무조건 집행부를 비판!
1.우리 사업부처럼 다른 사업부도 뭉친다면 끝장투쟁 가능하다. 2.한 사업부로 투쟁할 수 없기에 다른 사업부가 빠르게 준비할 수 있는 역할을 수행하고자 한다. 3.투쟁 준비를 위해 사업 투쟁기금도 별도 정립하고 있다.


한계에 부딪히다보니 본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니 핑계와 비판 대상을 찾는 것 같다. 이렇게 어려운 조건에서도 조합원들에게 “왜 투쟁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은 투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가장 강력한 의지표명이다. 그리고 이런 의지표명이 존재할 때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언제나 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 투쟁은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재계 2위 현대차와 전면전을 포기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대한민국 정부와 투쟁하는 것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계 2위와의 투쟁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전국을 돌아다니며 정몽구.정의선 부자 구속을 외치는 것이다. 반드시 둘 중 하나는 구속시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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