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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공영제, 지금이다 [1] 파행으로 치닫는 전주 시내버스

전주 시내버스, 무엇이 문제일까?

강문식(공영제운동본부 집행위원장)( jbbusrun@gmail.com) 2014.11.14 13:50

본격적으로 공영제 타당성을 검토하기에 앞서 전주시내버스의 현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1) 열악한 노동조건

전북버스노동자들의 장기 파업 속에서 운수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드러나 사회적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4년째 이어지는 버스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부분적으로 노동조건이 개선된 면도 있지만, 격일근무라는 교대근무 자체에서 비롯되는 장시간 노동․휴게시간 부족은 여전히 버스노동자들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노동조건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13년에 아래로부터전북노동연대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가 전북버스노동자노동조건실태조사를 진행했었다. 그 결과 중 일부를 소개한다.

①장시간 노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버스 운전 노동자들은 하루 평균 17시간 48분을 회사에 머물고 있었다. 18~19시간 근무하는 경우가 46.3%, 17~18 시간 근무하는 경우는 34.7%였다. 이 중 ‘순수 운전시간’은 평균 15시간 28분가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15~17시간 운전하는 경우가 34.1%로 가장 많았고, 17시간 초과하여 운전하는 경우도 26.1%에 달했다.
 
②임금

노동조합을 통해 확보한 43여 건의 2013년 7월 임금명세서 중 24-26일 근무한 경우(실제 운전일수로는 12-13일) 18건을 분석해보면 기본급은 평균 1,158,000원으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고, 각종 수당을 합해 실제 노동자가 지급받은 월급여는 평균 1,713,000 원에 불과하였다. 평균 급여도 적을뿐더러 급여 총액 중 기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55.9%에 불과하여 수당 비중이 턱없이 높았다.

③격일 근무에 따른 일과

비번조일 때 하는 일을 물었을 때(복수 응답 가능) 응답자의 41.3%가 아르바이트도 하고 있다고 대답하였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에는 지난 한 달간 평균 5.4일 아르바이트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을 초과하여 일한 경우도 18.2%에 달하였다. 

④노동강도

주관적인 노동강도는 평균 점수가 15.2로 운전자들이 평소 업무를 매우 힘들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역시 2013년 시행한 ‘철강업종 노동자의 교대제 및 건강영향 실태 조사’에서 주관적 노동강도 평균은 12.6 점이었다. 

피로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시행한 피도로척도 설문조사(Fatigue Severity scale)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평균이 4.51로 고도의 피로군에 속하였다. 외국 문헌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피로도는 2.3±0.7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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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수면 평가

근무일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 44분, 비번인 날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 36분이었다. 근무일에는 일반적으로 적정 수면 시간으로 생각되는 6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경우가 22.3%에 불과했지만, 비번일에는 그 비율이 46.9%로 높아졌다. 주간졸림증을 평가하기 위해 Epworth sleepiness scale(ESS)를 사용하였다. 중등도 이상의 주간졸림증이 있을 경우 수면장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하다. 응답자의 39.4%가 중등도 주간 졸림증, 23.2%가 심한 주간졸림증을 나타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 주간졸림증 정도가 심해지는 것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경우 정상이 48%이고 심한 주간졸림증 증상자는 13%였던 것과 달리, 아르바이트를 하는 경우에는 정상이 27%에 불과하고 심한 주간졸림증 증상자가 33%나 되었다.

⑥종합

이상의 내용을 종합하면, 전주 시내버스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에 시달리고, 저임금 때문에 비번조일 때 아르바이트를 나가 피로도가 더욱 높아지고, 따라서 조금이라도 더 휴게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과속․신호위반을 하며, 여기에 피로가 덜 풀려 졸린 상태에서 운행하는 것이 겹쳐 안전을 위협받는 악순환을 경험하고 있다. 전주 시내버스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지자체․노동부․회사의 조속한 대책마련과 개입이 요구되는 열악한 상황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운수노동자 노동시간 단축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노동시간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ILO는 1979년에 운수근로자에 대한 노동시간을 별도로 규율하는 ‘도로 운송에서의 노동시간 및 휴식시간에 관한 협약’을 채택해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있고, 일본도 1989년에 ‘자동차운전자의 노동시간 등의 개선을 위한 기준’을 고시하고 구속시간과 노동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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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4월 16일, 신성여객의 한 버스노동자가 장시간노동에 시달리다 과로사(급성심근경색)로 세상을 떠났다. 노동자들의 건강과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장시간노동은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이다.



운수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 노동자 본인의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도로를 함께 이용하는 불특정 시민의 안전도 위협한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 특히 장시간노동을 해결하기 위 현 격일제 근무를 1일2교대로 전환하는 것은 서둘러야할 과제이다. 격일제 근무가 1일2교대 근무에 비해 78% 이상 사고율이 높다는 통계가 있으며, 주요대도시에서 1일2교대로 전환 이후 시내버스 사고율이 감소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전주의 민간 시내버스업체들은 자발적으로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면서 1일2교대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장시간노동 탈피와 시내버스 안전 확보는 공영제를 우회해서 이루어질 수 없다.




2) 불합리한 노선과 줄어드는 시내버스 승객

시내버스 수송객 감소

전주시 2012년 운송수입은 45,536,868,000원이고, 2008년 운송수입 추정치는 46,917,067,266원이다.  2011년에 버스요금이 10% 인상(1000원->1000원)됐던 것을 감안하면 수송인원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2012년 운송수입을 토대로 1일 대당 수송인원을 추산하면 336.7명으로 타 도시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2011년 부산 647.5명, 대전 432명, 서울 700명) 2010년 전주의 수송분담률은 승용차 44.3%, 시내버스 14.6%인데, 서울은 승용차 24.1%, 시내버스 28.1%이다. 

이렇게 시내버스 수송객이 저조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시내버스가 변화하는 교통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데 있다. 그 중 가장 큰 문제는 불합리한 노선체계이다.

노선의 비효율성 : 중복노선·굴곡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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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내버스 노선도. 색이 두껍고 짙을수록 노선중복이 심한 것이다. 전주 시내버스의 대부분 노선이 팔달로-기린로를 경유하고 있다.




전주시내버스 노선은 본선, 지선, 시내선, 순환선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본선은 전주대, 비전대, 평화동, 우석대 등 큰 종점에서 종점으로 운행하는 노선이고, 지선은 전주시외나 작은 종점을 연결하는 노선이다. 본선과 지선 모두 시내구간에서는 대부분 노선이 겹치는데 단적으로 전주를 운행하는 전체 120개 노선 중 단 8개 노선을 제외한 모든 노선이 팔달로(중앙시장)나 기린대로(전북대)를 경유하고 있다. 반면 혁신도시․신시가지는 한 시간에 1-2번 꼴로 배차가 이루어지고 있다. 심지어 전북도청 앞을 지나는 노선은 단 5개에 불과하다. 노선길이(편도) 또한 평균 28.1km에 달해 도시규모가 직경 15~20km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긴 편이다.

다른 도시와 비교해도 전주의 노선체계에는 문제가 많은데, 전주에서 392대 버스가 120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는데 반해, 광주와 대전은 950여대가 약 100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종점도 전주는 100개가 넘지만 광주는 80여 개, 대전은 70여 개에 불과하다. 

승객이 외면하는 시내버스, 노선개편부터

노선불편에 따른 승객수 감소는 민영시내버스에서 공공성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보여준다. 노선문제는 버스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현행 노선체계와 차고지 위치에서는 1일2교대제를 시행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노선문제의 심각성은 전주시도 인지하고 있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 지간선제로의 개편을 언급해왔고, 시내버스 용역보고서에도 노선개편․공동차고지 조성 등이 언급되어 있다. 하지만 전주시는 답을 알면서도 이를 시행하지 않아왔다. 대체 무엇 때문일까?

우선 현행법과 관례상 시내버스 노선은 사유재산으로 취급받고 있어, 지자체가 노선을 개편하려 해도 버스회사가 저항하면 별다른 해결방안이 없다. 특히 전주시는 버스파업과 보조금을 둘러싼 갈등에서 드러났듯이 행정기관이 버스회사에 가지는 강제력이 전무하다시피 하기 때문에 노선 개편을 추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공영제 실현이 대안이라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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