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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400원 해고 정말 그 버스기사는 2400원을 훔쳤을까?

회사가 제시한 CCTV 확인하니 착복 행위 찾기 어려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4.04.11 13:06

착복의 사전 용어는 “부당하게 자기 것으로 차지하다”이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에 ‘착복’을 입력하여 찾을 수 있는 기사들도 대부분 세금이나 인건비 등을 부당한 방법으로 챙긴 사례들이다. 결국, 착복은 부정한 방법을 이용한 ‘도둑질’이라고 볼 수 있다.

 

전북지역 대표적인 시외버스회사 (유)호남고속은 17년차 베테랑 버스기사 이희진씨를 착복 혐의로 해고했다. 그가 2400원의 현금 수입금을 착복했다는 것이다. 그의 해고가 정당하려면 위 용어와 사례를 대입했을 때, 그가 부정한 방법으로 2400원을 챙긴 고의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CCTV 영상 확인하니 착복 입증 어려워

 

호남고속은 참소리와는 모든 인터뷰를 거절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두 가지 근거를 노조에 제시하고 착복이라고 밝혔다. 두 가지 근거는 희진씨가 승객으로부터 현금 요금을 받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된 점과 당일(2014년 1월 3일 완주군 삼례~서울 구간 운행) 현금 발생한 수입이 46400원이지만 일보(현금 수입 기록지)에는 44000원을 적고 회사에 입금한 점이다. 전주MBC는 지난 7일 회사 관계자와 인터뷰를 풀이하며 회사가 버스 CCTV를 통해 누락여부를 확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관련 증거를 통해 확인했으며 해고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소리가 최근 입수한 당시 상황을 찍은 CCTV 영상을 살펴보니 회사가 주장하는 착복의 증거를 찾기란 어려웠다. 

 

CCTV에 찍힌 영상에는 현금 승객 4명과 한 아이가 연달아 탑승하고 요금을 내는 장면이 찍혔다. 이들은 각각 희진씨에게 현금을 냈고, 마지막 승객은 희진씨로부터 거스름돈을 받았다. CCTV 영상 어디에도 희진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요금을 챙긴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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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제시한 CCTV 영상에는 희진씨가 착복하는 장면을 찾을 수 없었다.

 

 

회사가 착복의 증거로 제시한 CCTV 영상으로는 희진씨의 행동이 착복이라고 가늠하기 어려웠다.

 

2400원 해고자, “동전까지 정리하지 못한 것이 실수”

 

회사가 두 번째 근거로 제시한 일보에 잘못 기재한 점은 시각에 따라서는 실수로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희진씨도 실수를 인정했다. 희진씨는 징계위원회와 언론을 통해서 “일보에 44000원으로 적고 44000원만 입금한 것은 실수”라며 고의성에 대해 부인했다.

 

희진씨는 참소리와 인터뷰에서 “손님에게 받은 현금을 회사가 보관할 수 있는 곳을 만들어주지 않았다. 지폐와 동전은 운전석 문에 있는 홈 등에 보관한다”면서 “당시 일을 마치고 지폐만 정리한 것이 화근이었다. 내가 왜 44000원이라고 일보에 적었는지는 정말 의문이다. 미쳤던 것 같다”며 정산 과정에서 벌어진 실수라고 말했다. 

 

희진씨가 일보에 잘못 적은 것은 ‘실수’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료들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당시에는 봉투가 아닌 A5 크기의 용지(일보)에 현금 수입액을 적고 지폐와 함께 묶어 입금하는 방식이었다. 그렇다보니 동전이 많을 경우 입금할 때 곤란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 동료들의 증언이다. 그리고 시외버스는 매표소에서 표를 끊어 탑승하는 것이 보통. 매표소가 없는 곳에서는 현금 승객들이 다수를 차지하다보니 버스기사들 입장에서는 희진씨와 같은 실수를 할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 이와 관련된 안전장치를 마련하면 좋겠지만, 호남고속은 그런 장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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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호남고속 버스기사들은 현금 수입액을 적는 일보에 접은 지폐를 둘둘 말아 회사에 입금했다. 그렇다보니 동전을 같이 입금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 동료기사들의 설명이다.

동료들은 희진씨가 늦은 밤 회사에 입금할 때 실수로 지폐만 계산하고 말아서 입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래서 동전까지 정리하지 못하면서 발생한 실수였다는 것. 문제가 된 1월 3일 현금 수입은 모두 46400원(11600원*4). 희진씨가 입금하지 못한 돈은 2400원으로 손님들한테 받은 동전일 가능성이 높다.

 

희진씨의 동료들은 “일보에 기재한 금액과 입금한 금액이 맞지 않으면 회사에서 얼마가 부족하다고 알렸고, 그때마다 기사들은 부족한 금액을 회사에 내왔다”면서 “이번에도 비록 일보에는 잘못 기재했지만, 부족하다는 것을 회사가 확인했으니 그동안 관행처럼 불러 부족한 금액을 알리고 받으면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희진씨가 일보에 잘못 기재한 것은 실수라는 주장은 호남고속의 현금 수납 체계를 봤을 때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사항이었다.

 

“명예 회복하고 싶다”

 

하지만 이런 주장을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호남고속은 복수의 언론들을 통해 “횡령 행위 자체가 문제”라고 말했다. 호남고속은 이미 이와 비슷한 사례로 두 명의 운전기사를 해고한 바 있다.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는 “지금까지 이런 문제로 해고된 버스기사는 모두 민주노총 조합원이었다”면서 이번 해고가 민주노총을 표적으로 하는 해고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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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씨와 민주노총 호남고속지회, 전북지역 버스지부는 매일 아침 8시부터 9시까지 호남고속 김택수 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전주상공회의소 앞과 노동부 전주지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에 호남고속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할 수 있다는 뜻을 공문으로 노조에 전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회사의 해고 철회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희진씨는 장기간 법정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작년 2월에도 전북고속 민주노총 조합원이 3100원 착복 혐의로 해고된 바 있다. 해고된 조합원은 약 10개월의 법정 다툼 끝에 1심에서 ‘해고는 무효’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전북고속이 항소를 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해당 조합원은 1심에서 승소했지만, 착복 혐의로 해고가 되어 실업급여도 받지 못하며 1년 가까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희진씨는 이번 사태가 벌어지고 “명예만큼은 회복하고 싶다”고 심정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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