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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싣는 순서>
①시내버스노동자 ‘이 기사’의 해고사유는? _김수돈(열린전북 기자)
②추접스러워 말하기도 창피한 얘기들-전주 시내버스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토로 _김영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신성여객지회장)
③버스 문제를 방기하는 행정의 문제 _오현숙(전주시의회 의원

④버스문제의 중심 바로보기 _이문옥(전주시민회 사무국장)

 

시내버스는 주로 이용하는 학생과 서민들에게 뿐만 아니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핵심 교통수단으로 사회, 경제, 문화, 환경 등 우리시대 갖가지 애환과 모순을 담아내고 있다.


일제 치하부터 개인 또는 개별기업 중심으로 운영되어 온 대중버스 정책이 변해가는 시민들의 요구에 발맞추지 못하고, 경영진들의 의식과 재무구조가 영세-낙후하여 외면 받는 동안에, 시내버스는 또 다른 대중교통수단인 지하철의 건설, 자가용 승용차의 급격한 증가 등으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다.


변화를 모색하기 위해 서울 등 대도시에서 추진하고 있는 버스 준공영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부보조금에 대한 부담으로 시행 10년째인 현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이기도하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65만의 인구, 206.22㎢의 면적을 지닌 중소도시 전주는 시내버스 하나만으로도 훌륭한 대중교통체계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사안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송천동 농수산시장 종점 회차지에 멈춰있는 시내버스. [참소리 자료사진]

 

첫째, 시내버스는 시민과 정부에 효율적인 교통수단이다. 도시가 광역화되면서 사람들의 이동거리와 관련비용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지하철이나 경전철의 건설 등으로 보완하고 있으나 이에 따른 정부의 천문학적 재정투입과 지원은 시민에게 또 다른 부담이다. 시내버스는 기존의 도로망을 활용하기에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사회적, 개인적 추가비용이 미미하다.

 

둘째, 편하고 안전한 이동서비스 제공한다. 시내버스는 골목골목을 누빌 수 있는 대중 교통수단이다. 집과 이동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정류장을 편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지하철이나 경전철 등 대체 교통수단이 따라올 수 없는 시내버스만의 장점이다.

 

셋째, 환경문제의 개선 등의 효과가 있다. 점점 늘어나는 자가용 승용차를 비롯한 개인 이동수단은 이를 이용하는 개별 비용을 넘어 매연으로 인한 환경문제, 안전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 등을 추가 발생시키고 있다. 시내버스는 다중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에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그 가치가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의 시내버스는 시민들 원망의 대상이 되고 있다. 1년에 1만 건이 넘는 무단 결행, 부지기수인 정류장 무정차, 버스기사들의 불친절과 이를 넘어선 과속 난폭운전, 노선의 90%가 팔달로, 기린로 등 시내 중심도로에 집중되면서 발생하는 행선지 파악의 난해함이 그렇다.

 

▲민주노총 버스노동자들은 ‘민주노조 인정, 단체협약 체결,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하며 2010년 12월 1차 버스파업 벌인데 이어 올해 지난해에도 3차 파업했지만, 사업주의 거부로 여전히 단협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참소리 자료사진]

2010년 12월 시작된 시내버스 노동자들의 집단 파업을 계기로 해서, 전주시내버스의 이러한 실상이 적나라하게 시민들 앞에 드러났다. 새벽 4~5시에 출근하여 밤 11~12시에야 파김치가 되어 집에 돌아가는 버스기사에게 친절이나 안전운전을 요구하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매월 150만원 안팎의 실 급여를 받는 40~50대의 가장들은 생계를 유지하느라 쉬는 날 아르바이트하기에 바쁘다.

 

도대체 어떤 원인이 이러한 처지를 강요하며, 시내버스가 시민에게 외면당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처량하기까지 하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전주시의 대중교통정책 부재이다. 전주시장과 담당 공무원들의 무소신, 무능력 그리고 복지부동이다. 전주시는 면적이 넓지 않아 버스의 활용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도시 구조이다. 시내버스가 안전하고 편리해지면 더욱 많은 시민들이 자가용을 멈추고 버스를 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수십 년째 변하지 않고 너무나 복잡한 전주시내버스 노선은 그 자체로 시민들의 외면을 받게 만들고 있다. 시내버스노선의 직선화, 단순화는 버스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근본 처방이다. 아버지도 알고, 딸도 알고, 며느리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를 추진해야할 전주시는 정작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 완주군민들이 반대한다는 궁색한 변명뿐이다.

 

다음으로 버스회사 경영진의 봉건적인 회사운영, 구멍가게 운영하듯 영세한 재무구조이다. 2012년 5개 시내버스회사의 경영진단 결과, 4개 회사는 완전자본 잠식, 나머지 한 개회사의 부채비율은 300%이상으로 밝혀졌다. 시내버스 회사들의 평균 자본금(초기 출자금)은 8억5천만 원 정도이다. 한 대당 1억 원 정도인 시내버스 80~90대를 운영하며, 200여명을 고용하는 회사의 자본금이 서울 아파트 한 채 값만도 못한 열약한 재무구조이다. 그나마 이마저도 완전히 탕진된 상태이다.


종업원의 임금은 상시 연체되고 수년째 못 받은 수당이 있는데, 버스기사들에게 친절하고 안전하게 버스를 운전하라고 강요 할 수는 없다. 이는 고스란히 시민들의 불편과 불안으로 떠넘겨진다. 시민 불편만 가중시키는 시내버스가 되고 있는 것이다.

 

▲ 올해 6월 전주시가 시내버스회사에 42억원 추가보조금을 보조키로 한 사실이 알려지자 대책위는 버스회사의 부실경영으로 발생한 적자를 보존하기 위해 시민의 혈세로 메울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참소리 자료사진]

더 나아가 버스회사들은, 담당 공무원들의 묵인 하에 시내버스공동관리위원회를 통해 철저한 담합의 틀을 이룬 채 시민들을 외면하고 있다. 전주시의 대중교통 정책, 시내버스 회사 경영진의 전면 개혁 없이는 전주시내버스의 변화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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