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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싣는 순서>
①시내버스노동자 ‘이 기사’의 해고사유는? _김수돈(열린전북 기자)
②추접스러워 말하기도 창피한 얘기들-전주 시내버스노동자의 현실에 대한 토로 _김영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신성여객지회장)
③버스 문제를 방기하는 행정의 문제 _오현숙(전주시의회 의원
④버스문제의 중심 바로보기 _이문옥(전주시민회 사무국장)

 

새벽 4시30분부터 회사에 출근하여 당직 직원한테 식권과 일비를 받고서 일과를 시작합니다. 남들은 한참 자고 있을 시간에 아침밥을 먹어야 하는 버스노동자들입니다. 새벽 일찍 출근하는 승객들과의 전쟁이 시작되지요. 보따리를 서너 개씩 가지고 타면서 기사가 불친절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빨리 가지 않는다고 재촉하는 승객들 등등... 고 그 속에서 말싸움과 때로는 몸싸움까지 일어나곤 한답니다. 그야말로 새벽부터 전쟁을 치르는 것이지요.

 

이렇게 전쟁을 치르듯 첫 버스를 몰고 종점에 도착하고 나면 얼마나 볼일이 급한지 아세요? 그러나 운행을 마친 기사들이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고자 할 때 정작 화장실 하나 제대로 갖춰진 종점이 거의 없답니다. 아랫배를 부여잡고 이곳저곳 찾아다니며 발을 동동 구르다 결국 버스 옆에 몸을 숨기고 볼일을 보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추접스러워 말하기도 창피한 이야기, 이것이 바로 저희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시내버스가 신호위반과 무정차(정류장에 서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세요? 바로 빠듯하게 짜놓은 운행시간 때문이랍니다. 운행시간이 촉박하다 보니 신호위반과 무정차를 밥 먹듯 하지 않으면 제 시간에 종점까지 닿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어떤 노선은 운행시간이 너무나 길어서 운전기사가 도저히 볼일 볼 짬을 낼 수가 없어요. 바지에 똥오줌을 저려가며 운행을 겨우 마치고 종점에 도착하면 그때서야 팬티를 벗어젖히고 신세를 한탄해야 하는... 이런 극단적 상황을 피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저희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입니다.

 

핸들을 잡고 하루 종일 일을 하다 보면 운전기사를 ‘짜증나게’ 하는 승객도 숱하답니다. 술에 만취가 되어서 반말 짓거리를 하는가 하면 운전 중인 기사의 머리를 툭툭 치면서 운전 잘하라고 고함을 지르는 사람도 있답니다. 


저희는 승객의 안전과 원만한 운행질서를 위해서 일하고 있는 버스노동자들 아닙니까? 최소한의 인간적인 대접은 받고서 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고가 나기라도 하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고, 심지어 사비(私費)로 사고처리를 해야 하는 경우도 때로는 있습니다. 시내버스 운전 중에 사고를 내고 싶어서 내는 운전기사는 하나도 없을 것인데, 기사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기는 회사 측의 행위에 대해서는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이도 어린 사측 관리자들에게서 막말을 들어가면서도 한마디 변명도 못하는 버스노동자들의 현실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때론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지만 “그렇게 하고나면 집에 있는 식구들의 얼굴을 어떻게 보나?” 하며 하는 수 없이 고개를 숙이곤 한답니다.


3년간의 파업 기간 동안에도 노조를 깨기 위해 온갖 탄압을 해온 사측입니다. 신입운전기사를 입사시킬 때에도 한국노총으로 다 보내서 그쪽 노조에 힘을 실어 주는가 하면, 배차도 우리 민주노조 조합원에게는 온갖 핑계를 삼아 만근(滿勤)만 적용해서 일을 시키고 다른 노조는 우리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줘가면서 차별을 해오고 있습니다.

 

차량 배정도 그렇습니다. 우리 민주노조 조합원들한테는 노후 차량만 배정하고 타 노조한테는 새 차만 배정해서 노조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그런 상황들을 만들어놓곤 했습니다. 정당함을 말하는 노조는 탄압으로 맞서고, 비벼대면서 아부하는 노조는 않고 갈려고 하는 사측의 태도는 정말로 잘못 된 행동이라 판단되어 지금도 투쟁을 멈출 수 없는 것입니다.

 

추운 겨울에 언 손을 비벼가며 차량을 청소하고, 더운 여름철에는 비지땀을 흘려가며 차량 청소를 해야 합니다. 회사 측은 각 노선 종점에 버스를 청소하는 사람들을 배치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돈을 아끼기 위해서 운전기사들에게 차량 청소까지 시키는 악덕 사업주들을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무정차나 신호위반 민원이 들어오면, 어떻게 해서라도 우리 민주노조 조합원은 징계하려고 CCTV를 판독하여 시청에 넘겨주면서도 타 노조 조합원의 경우는 판독이 안됐다고 얼버무리는 이러한 현실에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노사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자고 수없이 얘기 해왔지만, 사측은 아직도 우리 민주노조를 인정하려 하질 않고 있습니다. 답답하고 힘겹지만 어쩌겠습니까? 노동해방 되는 그 순간까지 투쟁으로 극복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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