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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08년부터 논란이 된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에 대해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대안을 군산시와 한전에 제안해왔다. 그 중에 가장 주목할 수 있는 것은 2012년 1월에 제안한 만경강 방수제를 따라 이어지는 대안노선. 이 노선에 대해 주민들은 2012년 2월 (사)한국지역개발학회에 검토를 의뢰하는 용역을 맡기기까지 한다.

 

주민들이 요구한 대안노선, “주민갈등 해소”
한전, “실효성 없다” 일축

 

용역에 들었던 비용은 대략 3,500만원. 주민들은 이 연구용역을 위해 20~30만원씩 걷어 연구비를 마련한다. 2008년부터 ‘지중화’와 ‘우회노선’을 요구해왔기에 충분히 군산시와 한전이 검토를 할 수 있었지만, 한전은 “현행노선에 비해 공사비가 대략 2,500억원이 더 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대안노선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하지 않았다. 2,500억은 구체적인 실측이 아닌 표준단가에 의한 추상적인 액수였다.

 

특히 주민들이 절차상 문제가 있다며 제기한 행정소송(모두 기각)에서도 한전은 표준단가에 의한 추상적인 액수인 2,500억이 더 든다는 논리로 주민들이 제기한 우회노선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최근 군산시와 한전, 주민대책위 3자 면담에서는 주민들이 제기한 대안노선이 한전이 주장한 2,500억 원에 비해 대폭 낮은 수준인 300~600억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주민들이 요구한 대안노선의 신규 새만금 변전소에서 군산산업단지까지 실제거리를 한전이 17Km(실제 13Km)로 잘못 계산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리고 이미 준공된 새만금변전소를 재사용한다면 매몰비용(410억)까지 아껴 600억 정도의 추가 비용으로 주민들의 동의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대책위의 설명이다.

 

또한 비교적 시기가 늦지만 오는 2019년 예상되는 새만금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되는 전기를 기존 노선에 비해 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군산산업단지에 공급할 수 있다.

 

(사)한국지역개발학회가 검토한 대안노선은 주민들의 농경지와 생활근거지에서 상당한 거리가 있어 전자파 등 건강권을 침해하는 불안요소로부터 주민들이 비교적 안심할 수 있다. 현행 노선의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장기노출의 영향권에 놓인 가구들이 곳곳 존재한다. 옥구읍 신평마을의 한 가구는 이격거리가 불과 20m에 불과하며, 회현면 옥성리의 한 짱아치 공장은 송전탑과 약 62m에 불과해 장기 노출의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대안노선은 만경강 방수제를 따라 연결할 수 있어 주민들의 생활권과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 있다.

 

이 밖에도 대안노선은 주민갈등을 해소하고 앞으로 있을 군산시 도시기본계획에 있어서 송전탑 등 방해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과 군산시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우선 유관기관 ‘농림수산식품부’, ‘교육과학기술부’, ‘38전투비행전대’, ‘국토해양부’ 등의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면서 공사 시기가 대폭 늦어진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 유관기관으로부터 이미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 군산시의 설명이다.

 

군산시 관계자는 “이미 대책위 관계자와 함께 유관기관을 돌며 대안노선에 대한 검토가 끝났다”면서 “당시 각 기관이 기존에 추진되는 사업들이 있기에 난색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책위 관계자는 “이들 기관을 다니면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들은 적은 없다”면서 “대안노선이 확정된다면 충분히 협의를 통해 풀 수 있다”고 말해 서로 주장을 달리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전북개발지사는 2013년 4월 4일 옥구읍에서 열린 ‘새만금 농업용지로(대안노선)의 노선변경안 검토결과 설명회’를 통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안노선은 ‘불가능’하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이날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미 건설 중에 있는 기존노선의 변경안 검토는 불가능하다는 뜻을 한전에 전한 것으로 밝히고 있다. 이어 주민들이 용역 의뢰한 대안노선 타당성 보고서에 대해서는 “학술적인 논문자료만을 근거로 이론만 제시했을 뿐 실질적으로 관계부처 및 기관 등의 협의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해상풍력개발사업은 2020년 이후에나 연계 계통 검토가 가능하여 기존노선과 비교의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날 설명회에 앞서 대책위와 군산시, 한전은 2012년 9월 18일을 시작으로 모두 5차례 만남을 가졌다. 주로 주민들이 제시한 대안노선에 대한 타당성을 두고 나눈 대화는 좀처럼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대안노선에 대해 수용할 마음이 없었던 군산시와 한전이기에 5차례의 간담회는 주로 대안노선의 수용 불가 이유와 산업단지 전력 수급의 다급함을 설명하는 자리에 그쳤다.

 

결국 4월 4일 옥구 설명회는 한전이 그동안 대안노선을 두고 벌인 만남을 더 이상 대책위와 갖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이처럼 갈등과 함께 주민들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는 최근 본격 공사를 앞두고 있다. 한전은 작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현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밀양과 새만금 등 송·변전선 공사의 대안을 모색하라는 지적에 4월 초 “주민들의 대안(밀양)은 비현실적이고 수용이 불가능한 실정이다”며 “새만금 노선은 사업의 시급성이나 경제성 등 여러 가지 여건을 고려하면 노선 변경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공사 강행을 앞두고 여전히 갈등 중

 

한전은 주민들이 요구하는 대안노선에 대해 수용을 할 수 없다는 입장과 함께 최근 옥구읍 이장단 협의회에서 송전선로 인접 8개 마을 중 3개 마을 대표 및 옥구지역 마을 대표가 참여하는 옥구지역협상단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반대대책위는 “송전선로 인근 마을을 비롯해 옥구지역 반대대책위 관계자는 들어가 있지 않다”면서 “이런 식으로 주민들을 분열시키는 행위는 행정기관 및 공기업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들과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 재개를 앞둔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 주민들이 용역까지 맡겨 대안노선으로 공사를 추진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한전은 거부하고 있다. 대안노선에 대해서도 이미 ‘수용 불가’ 입장을 정리한 상황에서 주민들과 만남도 갈등을 정리하는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송전탑 공사가 예정대로 강행된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걱정이 앞서는 것이 지금의 ‘군산~새만금 송전탑 공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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