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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노동자 떴다하면 문 닫는 전북도청

문주현( 1) 2013.07.17 10:59

2010년 6월 재선에 성공한 김완주 전북도지사의 민선 2기 행정은 다사다난한 시기였다. ‘LH공사 전북 이전’에 명운을 걸겠다며 삭발까지 감행한 포부는 경남행으로 무너졌고, 프로야구단 9구단 유치를 통한 반전은 실패로 인해 일어나지 않았다.

 

‘새만금은 전북의 미래다’ 말은 전라북도에서 보통명사이다. 새만금 방조제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가 적이었던 적도 있다. 그러나 지금 새만금은 허허벌판이다. 미래가 이 허허벌판일 수 있다는 지적도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전주·익산권에서 유입되는 오·폐수, 투자의 지지부진 등은 새만금 신화에 균열을 내고 있다. 이 상황에서 김완주 지사는 2011년 등장한 ‘삼성·새만금 투자유치 MOU’ 체결이라는 균열을 봉합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삼성에 대한 기약 없는 러브콜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최근 삼성은 새만금에 투자가 예상되는 태양광 사업에서 철수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김완주 지사·송하진 전주시장·임정엽 완주군수의 합작품으로 회자되는 전주·완주 통합 실패는 도민의 뜻을 읽지 못하고 잇속만 차리려는 정치권의 작품이라는 비난 여론이 곳곳에서 제기됐다.

 

이처럼 주요 핵심 정책들에서 연일 고배를 마지고 있는 김 지사에 대해 도민들도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 언론의 여론조사에서 김 지사의 3선 출마에 대해 긍정보다 부정의 답변이 배 이상인 61.3% 기록했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김 지사는 68.6%로  전국 16개 시·도 광역단체장 당선자 중 최고 득표율 3위를 기록했다.

 

김완주 지사 민선 2기, 노동계는 눈물 났다  

 

김완주 지사의 민선 2기 기간 동안 노동자들이 느낀 고통은 상당했다. 특히 노동계가 느끼는 고통은 전라북도 김완주 전북도지사에 대한 분노로 표출됐다. 그 어느 때보다 전북도정에 대한 비판이 높았고, 김완주 전북도지사에 대한 규탄 집회가 2011년부터 계절이 바뀌는 것과 상관없이 계속됐다.

 

▲2011년 6월 29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예정한 민주노총은 경찰과 도의 봉쇄로 무산됐다. 이날 노동자들은 무기한 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노조는 전북고속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제기하고 전라북도가 회사에 보조금 15억을 지급한 것을 규탄하는 내용이었다.
당시 민주노총 관계자는 "전북도청이 경찰청의 규정을 인용하면서 전북도청을 비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알려왔다"고 말했다.

 

2010년 12월부터 시작된 전북버스파업은 노동자들의 분노를 여실히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임금체불과 장시간 노동에 고통 받던 전주시내버스와 전북시외버스 노동자들이 대거 버스를 세운 이 파업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대중교통 파업이었다.

 

이 과정에서 버스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이 여과 없이 드러났지만, 수십·수백억을 매년 보조금 명목으로 민간버스회사에 지원해왔던 행정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행태도 고발됐다.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2011년 6월 29일 전북도청의 보조금 지급 규탄 기자회견이 무산된 직후 도청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가 같은해 8월 1일까지 노숙농성을 벌였다.

 

전주시내버스는 2011년 5월 사업주들과 일시적인 합의를 통해 1차 파업을 정리했지만, 전라북도가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전북고속은 사업주의 합의 거부로 사태가 진정되지 않았다. 전북고속 노동자들은 그 후 1년 이상을 거리에서 더 투쟁해야 했다. 그 1년 이상의 시간동안 이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문제 해결에 전라북도가 나설 것을 촉구했다. 뜨거운 여름을 모기장에 의지하며 전라북도 정문 앞에서 보냈고, 2012년 봄에는 전북고속 남상훈 버스노동자가 49일의 단식을 벌였다. 또 다른 전북고속 노동자는 2012년 가을 전주시 덕진구 종합경기장 40m 조명탑에 올라 전북고속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모두 “김완주 전북도지사가 문제 해결에 나서 달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그러나 전라북도가 이들의 목소리에 보인 반응은 멸시에 가까웠다. 2011년 여름 약 2개월 동안 계속된 전북도청 정문 앞에서 ‘김완주 지사 면담 및 문제해결 촉구’를 요구했지만, 전북도청은 정문을 봉쇄하고 행정대집행으로 이들을 몰아내기에 바빴다. 그리고 2011년 12월 시민사회단체가 전북고속의 보조금 청구 관련 의혹을 제기한 상황에서 전북도청은 전북고속에 보조금을 지급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반대가 있었지만, 버스보조금 투명성을 확보하는 대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북고속 노동자들이 그렇게 원했던 전북도지사와의 면담은 이루어졌을까? 답은 단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남상훈 전북고속 노동자가 단식 49일을 벌이며 생사를 넘나들던 5월 2일 오전, 단 5분 농성장에 방문한 것이 전부였다. 전날부터 빈혈 등 상태가 좋지 못했던 남상훈 지부장은 주변의 요청에도 단식을 강행하는 상황이었다. 남 지부장은 김완주 지사를 만나 문제해결의 약속을 받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남 지부장은 쓰러졌고, 그 때서야 김 지사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마저도 전날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남 지부장을 만난 후였다.

 

▲ 전북고속 투쟁이 512일 째인 작년 5월 2일, 49일 동안 단식농성 중이던 남상훈 버스지부장이 쓰러졌지만 단식을 고수했다. 이날 김완주 도지사가 농성장에 처음 방문하여 5분간 만났다. 이날 김 지사가 남 지부장에게 한 말은 "건강을 생각해서 내려와 달라"는 한마디가 전부였다.

 

김 지사는 남 지부장을 만난 자리에서 “건강을 생각해 내려와달라”는 말만 전하고 전북고속 사태에 대한 입장이나 생각을 밝히지 않았다. 당시 참소리 기자도 간곡한 어조로 “전북고속 사태 해결에 대한 입장을 알려 달라”는 질문을 던졌지만, 관계 공무원의 제지로 그 입장을 전해 듣지 못했다.

 

당시 민주노총의 한 관계자는 “512일 만에 찾아와서는 남상훈 지부장의 손 한번 잡지 않았다. 전라북도의 대표로서 지역 노동자의 고통을 한 번이라도 어루만져주는 것이 지도자의 역할 아니냐”고 안타까워했다.

 

▲작년 5월 2일, 남상훈 지부장이 쓰러진 후 찾은 단식농성장에서 김완주 지사와 전북고속 노동자가 어색하게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버스파업에 귀 닫은 전북도청, 남원의료원 사태에도 똑같아

 

이와 같은 일은 최근 남원의료원 사태에서도 반복되고 있다. 병원 측과 노조는 단체협약을 두고 반목을 계속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전라북도의 지원 부재가 깔려 있다. 특히 갈등이 1년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서 전라북도의 적극적인 중재와 노력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6월 24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전북도청 앞에서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도지사의 입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후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전북도지사 비서실에 공개질의서를 민원으로 청구하고 도지사 면담을 요구하려 했지만, 전북도청 정문 앞에서 제지하는 일이 벌어졌다.

 

▲6월 24일 남원 및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남원의료원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가 김완주 도지사에게 보내는 공개질의서를 기자회견이 끝나고 비서실을 통해 전달하려 했다. 그러나 전북도청은 정문을 봉쇄했고, 실무부서 관계자가 대신 질의서를 받겠다고 나와 시민사회단체의 반발을 샀다.

 

이날 전북도청 관계자는 “청사 내에서 고성 등 소란이 예상돼 출입을 막았다”고 밝혔다. 집회참가자들도 아니고 기자회견 후 전북도청사를 방문하려는 상황에서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결국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고, 약 1시간 동안 소란이 벌어졌다. 

 

이후, 6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북도청은 “시민사회단체에서 폭행의 피해자(전북도청)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하는데 이에 응할 수 있습니까?”라며 자신들을 소란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전북도청을 방문하려는 이들은 말 그대로 민원인이다. 행정은 민원인에게 최대한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민원인들을 ‘소란꾼’으로 규정하고 정문을 봉쇄한 행위가 과연 행정당국의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인가?

 

▲ 7월 4일 오전에는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들이 청사를 방문하자 전북도청은 정문을 봉쇄했다. 이날은 비가 내렸는데, 한 민원인이 정문 봉쇄로 약 20여 분간 민원 제출을 못했다. 20여 분이 지나서야 한 공무원이 나와 서류를 받아갔다. 조금의 유연성을 전북도청이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7월 4일 이현주·오은미 도의원이 남원의료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로비 농성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발생했다. 이날도 전북도청은 청사출입문 모두를 봉쇄했다. 결국, 도의원들을 만나려는 인사들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아 상당한 소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신분을 확인하고 겨우 들어갔던 기자를 바닥에 패대기치는 일도 벌어졌다.

 

▲7월 4일 저녁, 남원의료원 정상화와 정석구 원장 재임을 반대하며 오은미, 이현주 도의원이 도청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벌였다. 이날 두 의원을 찾은 지인들의 방문을 전북도청에서 막아 큰 마찰이 있었다.

 

오은미 도의원은 급기야 전북도의회 5분 발언을 통해 “전라북도가 걸핏하면 문을 걸어 잠그고, 경찰·공무원을 앞세워 폭력적으로 방어하는 모습에 독재정권과 무엇이 다르다는 것이냐”며 “김완주 지사의 심각한 노조혐오증을 빨리 치료하기를 바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처럼 노동계와 시민사회의 항의와 면담 요구에 청사 봉쇄로 일관하는 모습에 기자는 감히 ‘봉쇄행정’이라고 부르고 싶다. 투명성과 도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해야 하는 행정에 ‘봉쇄’라는 단어는 결코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그러나 노동자만 떴다하면 정문을 잠그고 일반 민원인들에게도 정문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 행정에게는 이 보다 어울리는 단어가 없을 것 같다.

 

단 한 번만이라도 김완주 지사가 노동자를 만났다면

 

최근에는 민주노총이 남원의료원 사태 해결을 위해 전북도청 앞에서 ‘1080배’를 시작했다. 35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땀을 뻘뻘 흘려가며 노동자들은 머리를 바닥에 수차례 조아려 가며 전라북도가 사태를 해결할 것을 바라고 있다. 이것만큼 평화로운 방식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장을 가면 전북도청 관계자들은 언제든 노동자들이 가까이 오면 정문을 봉쇄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1080배를 보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민주노총은 전라북도가 설립한 남원의료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조탄압에 대해 김완주 도지사가 적극적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는 1080배를 8일부터 시작했다.

 

버스파업에서부터 남원의료원까지 그동안 전북도청 앞에서 벌어진 마찰을 모두 열거하기는 쉽지 않다. 이 마찰들이 만약 김완주 지사와 전북도정이 노동자들의 말을 귀 담아 듣고, 이들과 한 번이라도 만나 현안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해결을 모색했다면 과연 벌어졌을까?

 

임기 1년을 남겨둔 김완주 지사에게 묻고 싶다. 전북도청사 앞에서 최근 2년 동안 벌어진 일련의 갈등과 마찰이 그저 ‘떼쟁이’ 노동자들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벌인 ‘말썽’이라고 보는가? 도민에게 열린 귀가 전북도청 홈페이지 한 쪽에 자리 잡은 ‘도지사에게 바란다’로 그쳐서는 안 된다.

 

이제 ‘봉쇄행정’을 ‘열린행정’으로 바꿔야 할 때다. 그리고 매일 뜨거운 무더위 속에서 1080배를 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열린 자세로 만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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