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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평화를 지키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강정지킴이들과 함께 싸우고 있는 본지 대표 문규현 신부에 대한 항소심이 26일 제주고등법원에서 있었다.

 

지난해 4월 16일 제주 강정해군기지 공사장 정문에서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 공사에 항의한 것을 두고 당시 제주지방법원은 문 신부에 대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문규현 신부는 법정 진술을 통해 “사제들의 가장 큰 고통은 억울하고 서러운 이들의 마음을 달리 위로할 수 없을 때이다”며 “자기 생존권을 방어하고 호소할 수 있는 모든 권리를 박탈당한 주민들의 애끊는 호소에 부디 귀 기울여달라”고 호소했다.

 

이번 항소심에서 문규현 신부는 “국민의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앗아가는 시설물을 거부하고 저항할 권리가 국민에겐 분명히 있다”면서 “그것이 수용 안 된다면 독재국가이며 독재라면 더더욱 용납해서는 안 될 나쁜 권력이다”고 자신의 신념을 밝혔다.

 

"사람아 너 어디있느냐?"(창세기 3장5절)

 

저 자신 언제나 성찰하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있어야 할 자리는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곳이요 정의를 바로 세우는 곳입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가 바로 이 성찰의 자리가 되어 아름다운 세상, 평화세상의 주체로 다시나는 은혜로운 자리되기를 소망합니다.

 

2013년 9월 26일 재판 최후진술


재판장님, 검사님.
그리고 함께 하고 있는 평화의 벗님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말과 행위, 우리의 마음과 정신은
세상과 연결되고, 세상을 창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이런 질문을 품고 살아야 합니다.

 

우리 삶은, 세상에 어떤 의미를 만들고 있는가?
우리 직업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는가?

 

아메리칸 인디언들에겐 ‘7세대 원칙’이란 게 있었답니다.
무슨 일을 결정할 때면,
그 결정이 7세대 후손들에게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했다는 것입니다. 

 

폭력과 전쟁의 손을 들어주면, 자신 뿐 아니라 후손 또한
그런 아수라장 속으로 밀어 넣는 것입니다.

 

평화에 귀 기울이고 그 편을 들면, 자신 뿐 아니라 후손에게
평화와 공존의 세상을 물려주는 것입니다.

 

폭력과 전쟁은,
신의 뜻과 인간의 본성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평화야말로 신이 세상을 창조하고,
계속 창조하고 있는 본질이요 궁극적 방향입니다.

 

신을 믿든 안 믿든, 관계없습니다.
이것은 우주와 세상만물의 진행 법칙이니까요.


지금 쫓겨난 검찰총장 건으로 나라가 소란스럽습니다.


이에 항의하며 대검찰청 감찰과장이 사직서를 던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사직 이유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아들딸이 커서 역사시간에 2013년 초가을에 훌륭한 검찰총장이 모함을 당하고 억울하게 물러났다고 배웠는데, 그때 아빠 혹시 대검에 근무하지 않았냐고 물어볼 때 대답하기 위해서이다."                    - 대검찰청 감찰1과장 김윤상 검사


이 검사는 적어도 자식들에게 떳떳한 아버지로 남고 싶어 합니다.

 

우리 후손들은 이렇게도 질문할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세계적 자랑거리 아름다운 제주와 구럼비 바위가
전쟁기지로 파괴되어 나갈 때, 아버지는 무얼 했느냐?”고 말입니다.

 

“해군의 불법적 공사와 폭력이 자연과 인간을 유린할 때
아버지는 과연 어떤 태도를 취했느냐?“고 말입니다.


1심 최후진술 일부를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해군이 설치한 펜스에 구멍을 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 펜스는 명백하게 불법시설물입니다.

 

강정마을 구럼비와 그 앞바다는 여전히 공유수면이고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입니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된 적이 없는 곳입니다.
 
게다가 그 펜스는 구럼비와 한 몸이 되어 수 백 년을 살아온
강정주민들의 정신과 문화, 삶의 방식을
순식간에 파괴하고 단절시킨 패륜의 상징이고, 야만적인 장애물입니다.

 

문명사회라면 이런 행태야말로 중죄로 다뤄야 합니다. 

국민의 기본권과 행복추구권을 앗아가는 그런 시설물을 거부하고
저항할 권리가 국민에겐 분명히 있습니다.


그것이 수용 안 된다면 독재국가죠.
독재라면 더더욱 용납해서는 안 될 나쁜 권력입니다.”


우리는 양심과 신앙의 잣대로 행동했습니다.
검사와 재판부의 판단과는 상관없이, 무고하며 무죄입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후손들에게 떳떳할 수 있고,
참된 사랑을 질문하는 이들에게는,
그 사랑에 대해 진실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이제 서두에 했던 질문을 다시 던지며 제 말을 마감하고자 합니다.

 

우리 삶은, 세상에 어떤 의미를 만들고 있습니까?
우리 직업은, 세상에 어떤 가치를 만들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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