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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정 해군기지 “민항, 군항 기능 모두 못하는 제주해군기지”

정재은 참세상( newscham@newscham.net) 2013.02.01 21:52

수많은 논란 끝에 제주해군기지 크루즈선박 2척의 안전한 입출항이 가능한 것으로 결론내렸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정치권, 사회단체 등이 ‘조삼모사식 시뮬레이션은 원천무효’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쪽 돌출부두가 없는 상황에서 시현된 이번 3차 시뮬레이션이 오히려 돌출부두가 있으면 안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설계오류 및 안전성 논란이 더 가열되고 있다.

정부와 제주도가 공동으로 구성한 시뮬레이션 시현팀은 지난 1월 31일 제주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시뮬레이션 수행결과 근접도와 제어도, 운항자 주관적 평가에서 모두 기준을 만족했다”며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의 안전한 입출항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실은 “제주해군기지에 15만톤 크루즈선의 안전한 입출항이 확인된 만큼 해군기지 관련 논란이 재현되지 않도록 관련부처와 합동으로 후속대책을 마련해 차질없이 추진하고 2015년까지 세계적인 관광미항으로 건설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중단없는 해군기지 건설을 공약한 바 있다.

반면 강정마을회를 비롯한 반대단체들은 “이번 시뮬레이션은 도둑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처럼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공식발표전에 일부 언론에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나왔다는 결과가 보도된 것은 “결론을 미리 만들어 놓은데 따른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강정마을회와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군사기지저지와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는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계오류가 재확인된 이번 시뮬레이션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같은 시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도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뮬레이션, 돌제부두 자체를 없앤 조건에서 시행
“기동함대 수용 불가능...해군기지 수용능력 대폭 감소”
강정마을회 등 “설계변경, 공사중단 불가피”


이번 시뮬레이션 시현은 가변식 돌제부두가 아닌 돌제부두 자체를 없앤 조건에서 시행됐다.

강정마을회 등은 기자회견에서 이동섭 시현 팀장이 “서측 돌제부두가 있는 경우에 대해선 답변하기 곤란하다. 최악의 조건 하에서는 돌제부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라고 밝혔다며, “서측 돌제부두가 없어지는 설계는 민군복합항이 민항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군항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시현 보고서의 연구원 종합의견 1항(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선박조종 시뮬레이션 보고서, 17쪽)에서도 서측 돌제부두를 완전히 없애는 실시 설계변경을 요구했다.

보고서는 “돌제부두가 없다”며 “항만 입구부에서의 진입속도가 노포, 방파제와 선박간의 이격거리가 짧은 경우가 있으므로 최악의 외력 조건하에서는 항만에 입출항하는 조선자는 압류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시뮬레이션 조건과 동일한 항로 환경 및 항로표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동함대를 수용해야 하는 해군기지의 수용능력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애초 제주해군기지는 함정 24척이 동시 접안이 가능한 군사기지로 설계됐다. 해군기지가 민군복관광미항으로 계획이 바뀌면서 남방파제와 서방파제는 크루즈 접안시설로서 무역항으로 지정됐다. 군항 기능을 상실하면 5선석이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한다. 여기에 이번 시뮬레이션이 시현된 조건인 돌제부두를 없애면 추가로 3~4선석이 줄어든다.

강정마을회 등은 때문에 “서측 돌제부두가 없어지는 설계는 제주 민․군복합항이 민항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군항 기능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뜻한다”며 “기동함대를 수용해야 하는 제주 해군기지의 수용 능력이 대폭 감소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번 시물레이션에 참가한 도선사들은 “항 입구 압류에 주의가 요구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15만톤 크루즈선박의 선회장은 ‘항만 및 어항 설계기준’에 따라 대상선박 길이의 2배인 690m가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해군기지 선회장은 520m로 설계돼 너무 협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남방파제에 대형 항공모함이나 대형선 부두에 KDX-Ⅲ이상 함선이 접안할 경우 선회장 반경은 더욱 침범받아 크루즈의 입출항 및 접이안 안전성은 더욱 담보하기 어렵다.

애초 제주해군기지는 함정 24척이 동시 접안이 가능한 군사기지로 설계됐다.

또 이번 시뮬레이션은 앞서 진행된 1, 2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무시하고 진행돼 논란이 더 가중된다.

강정마을회 등은 “보고서의 ‘시뮬레이션 조건과 동일한 항로환경과 항로표지가 필요하다’는 말 그대로 항로의 수심과 조류 등의 해양환경을 시뮬레이션 시 적용한 환경에 맞추라는 의미로 볼 수 있다”며 “환경영향평가나 문화재현상변경 절차도 거치지 않고 시행된 이번 3차 시뮬레이션의 졸속성을 그대로 드러낸 결과”라고 비판했다.

오혜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사무처장은 “그렇게 많은 문제가 있었던 해군기지 설계오류인데, 3차 시현은 1, 2차와 비교해 무엇이 동일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국민에게 밝혀야 함에도 불구하고 아무 자료도 없다”며 “안전성을 누가 확인하고 담보할 것인가 답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전문가들이 6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결국 2일만에 검증이 끝이 난 것은 이해 할 수 없는 결과이다”며 “접․이안 안전성을 보장하려면 설계 변경과 공사 중단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제대로 된 검증 없는 해군기지의 불법 건설강행은 중단”

정치권도 비판에 나섰다. 진보정의당 조준호 공동대표를 비롯해 송재영 최고위원, 박원석 원내수석대표, 김제남·서기호·정진후 국회의원은 1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검증 없는 제주 해군기지의 불법 건설강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제대로 된 검증이 끝나기 이전에는 공사 예산이 배정될 수 없고 국가계약법상에 따라 예산이 배정되지 못한 모든 국가사업은 중단돼야 한다”며 “해군과 정부가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말하지만 그 증거는 어디에도 없고 어제 문제없다고 결론이 난 시뮬레이션 검증 역시 비공개에 졸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제주도의회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 17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발표가 모든 논란의 종지부는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시뮬레이션에서 가정한 최악의 상황에서 15만톤급 크루즈선 2척이 동시 접안하기 위해서는 돌제부두가 있어선 안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돌제부두를 가변식으로 하면 될 것이라는 주장도 현실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민주통합당 의원들은 “시뮬레이션 시현 결과 발표가 해군기지를 둘러싼 모든 논란의 종지부가 아니라 더욱 세밀하고 진정성있게 다가서는 출발점이어야 한다”며 “시뮬레이션 시현 과정에서 연구원이나 도선사가 제시하는 의견을 정부가 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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