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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뉴스 엄마 나 다녀왔어요!

김여현( 0205401@hanmail.net) 2002.11.10 14:47 추천:4

제7회 전주인권영화제를 마치며


[편집자 주] 지난 11월 8~10일까지 열렸던 제7회 전주인권영화제에 자원활동을 했던 기자가 이번 영화제에 대한 생각을 적었다.

성황리에 열렸다고 하기엔 왔던 사람들의 목적이 너무 인간적이고(레포트라는 학교의 압박) 그렇다고 썰렁하다고 하기엔 너무나 복작거렸던 이번 제7회 전주인권영화제가 드디어 끝났다.

많은 고생과 노력과 눈물과 땀으로 얼룩졌던 이번 영화제는 홍보면에서 조금 부족했음에도 많은 골수관객들이 생길것 같은 야릇한 예감에 사로잡히기 충분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전주에서 이런 영화제가 열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 무지했고, 아마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1회부터 찾아 왔을꺼라며 모두 입을 모았다. 알고 모르고 그 미묘한 차이에서 벌어지는 관객의 수는 이미 화두가 아니란것을 증명한다고 볼수있지 않은가? 몰랐기 때문에 못 온것이다.필시..

그리고 사람들은 말했다. 정말 보는 내내 억울하고 슬펐다고.. 왜 이 땅위에서 이런 일들이 만연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한 편의 영화를 통해 사람들의 관념에 새로운 미동을 일으킬 수 있고 그 미동은 곧 세상을 대하는 그들의 따뜻한 배려로 연결이 된다. 이렇듯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알게 된 그 사실에 동감했을때 비로소 인권을 보호받을수 있는 참세상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미동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연대로

물론 처음부터 영화제가 순조롭게 항해했던건 아니였다. 상영할 테이프가 에러가 나서 여러번 다시 자막을 입혀야 했던 일, 제 시간에 제대로 도착하지 않아 상영시간을 바꾼일, 그리고 상영도중 잠깐 중단했던 일들.. 그냥 웃어넘기기엔 준비한 사람으로써는 지워지지 않는 아주 묘한 상처로 남는다. 결국 사람들이 많이 오고 않오고를 떠나서.

나 역시 고등학생 신분때 학교에서 영화제를 준비한 일이 있었는데 그때 영화가 중간에 상영이 않되어서 취소한 어마어마한 일이 있었다. 모두들 그렇수있다 별일 아니다 하며 서로를 다독거렸지만 솔직히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것 같은 쪽팔림과 절망감은 아직도 잊을수 없다. 식음을 전폐한 것까진 아니였지만 그 근처까지 가면서 후회하고 안타까웠던 가슴은 여전하다.

이렇듯 모든 영화제라는 것은 준비한 사람들은 항상 모자라고 안타깝고 후회스러운 존재다.

그래서 내년을 기다리고 영화제를 좀더 알차게 준비하여 계속 행사할수 있는 힘을 마련할수 있는 것 같다. 내년엔 조금더 잘하자고.. 분발하자고., 그리고 멋지게 웃자고..

난 이래서 영화제라는 행사의 성격이 좋고 영화제를 준비하는 모든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비단 다른 영화제를 구지 예로 들지 않아도 이번 우리 전주인권영화제역시 사랑스럽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들 힘들었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것은 오늘같이 이런 깔끔한 후일담을 쓰며 되새겨 볼수 있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우리가 열었던 이번 인권영화제의 치부를 조금 더 알아볼까? (두려운가?)

이번 인권영화제의 주제는 '엄마 다녀올께요!'이다.
엄마 다녀올께요.. 바로 6월에 일어났던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화두로 인권의 첫 발을 내딛을 요량이였다.

하지만 개막작은 '먼지 사북을 묻다'였다. 물론 별달리 꼬집지 않아도 아무도 토를 달지 않을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제의 슬로건은 곧 영화의 시작을 알리고 영화의 시작은 개막작을 뜻한다. 이런 디테일한 영화상영계획에 있어서도 그 순리에 맞추어 정확히 영화의 성격을
보여주는것은 영화제가 신경써야 할 또 다른 미덕이다.

열악한 조건으로 피할 수 없었던 말썽들

영화제가 열리는 동안 우리들은 항상 겪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영상사고. 그 어떤 유수의 유명한 영화제들도 피해갈수 없듯 우리역시 피해갈수 없었나 보다.

다행히 딱 1번 잠깐 일어났었던 문제였고 잠시 후에 바로 시작할수 있었다. 하지만 난 안다. 그 순간 영화제식구들은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기분을.. 굳이 표면화시키지 않아도

모두 알꺼라 믿는다. 또한 상영을 함에 있어 상영할 테이프들의 점검은 적어도 넉넉잡고 1주일 전부터 차근차근 다시한번 확인해 보는것이 좋다. 물론 상영을 할 작품들이 전주에 있는 것도 아니고 다들 사정이 있고 그만큼 바빴던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언제까지나 사정이 있고 급한건 모두들 매한가지라고 생각한다. 야박한것이 아니라 그것은 준비하는 사람들로써 어떤 일이 있어도 뛰어넘을수 있어야 하는 문제인것 같다. 전달해 주는 쪽도 문제가 있었지만 전달받는 우리들의 안일한 태도역시 다시는 번복해서는 않되는 일이다.

한 500년동안 열은 영화제도 아닌데 생각해보니 참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았다.

반면 영화들의 감동은 생각보다 대단했고 반응역시 뜨거웠다. 특히 영화제동안 가장 많은 눈물을 훔쳐갔던 마지막날 영화들은 관객들 역시 뜨거운 가슴으로 바라보기 충분했다.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 '엄마 미군없는 세상에서 살고싶어요'와 故최옥란여사의 생을 다룬 장애인이동권*수급권에 대한 투쟁 '장애도 멸시도 없는 세상에서'가 바로 그 화제작이었다. 보는 내내 관객석에서는 흐르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역력했고 나역시 이번 영화를 2번째 보게되는 경우였지만 역시 흐르는 눈물을 막을방법은 없었다. 그대로 가슴이 시키는대로 울었다.

다들 반응은 이랬다.
""말도 안돼! 어쩜 저러면서도 나라에서는 가만히 있냐! 세상에 정말 억울하게 사는 사람들이 참 많다..""
대부분 한탄과 연민의 눈으로 그들을 바라 보았고 울었다.

물론 인권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모든 영화들의 성격은 감동에 있다고 본다. 감동이란 말보단 동감 하고 이해한다는 말이 더 정확한것 같다. 하지만 거기서 끝난다면 영화의 진정한 엑기스는 없다고 생각된다. 바로 그 동감을 내면화 시키고 그들에 대한 인간적인 배려를 표면화시킬수 있을때 우리가 열었던 인권이란 영상들의 제 몫을 할수 있는것이고 또 그 몫만큼 서로를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존중할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무지 큰일을 하는것 같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큰일이라는 것은 큰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가슴의 그릇에서 비롯되지 않는가 싶다. 우리는 큰일을 하고자 하는 가슴의 그릇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였음 한다.

사족이지만 난 이제 인권이라는 개념에 대해 머리로든 가슴으로든 배운지 이제 거의 1년째가 돼 간다. 내가 처음 전주에 인권영화제하는 존재를 알게된것이 작년 6회 전주인권영화제이니까.

인권의 소중함을 전하기 위해

그때 처음 인권영화제라는 곳을 찾아오면서 새롭게 느꼈던 그 감정들.. 이제는 조금 자라서 그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부터 존중할수 있는 퍽 감격스러운 경험을 하게 됐고 그 경험을 토대로 주제넘게 7회 인권영화제 사회를 맡았다. 부족했지만 나 역시 한 사람으로 관객으로써도 다시 한번 각성하고 되새겨본 소중한 시간들이였고 단지 언어로 표현할수 있는 그 아우라를 넘어선 더 큰 가슴의 그릇을 얻게 되었다.

인권이란 과연 무엇인가 고민하고 궁리하던 한 아이가 이젠 말할수 있다. ""엄마 다녀왔어요"" 라고..

앞으로 조금더 발전된 그리고 인간적인 감동을 줄수있는 인권영화제로 나아가길 기도한다.


전주인권영화제 홈페이지 : http://chrff.icom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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