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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대한민국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것에 대한 소견으로 영화 로드무비를 예로 들어 간략한 글을 적은적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으로 살아간다는것에 대한 나의 호기심은 끝나지 않았던 것이었다.(나도 몰랐던)

내가 살고 있는 이땅. 그 이름 다부진 대.한.민.국.

대한민국 헌번 제1조 1항을 보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민주공화국. 이 단어하나만으로도 참 가슴설레지 않을수가 없다. 민주공화국이라 함은 곧 이 땅에 살고있는 4700백만 국민이 민주적으로 명시된 법의 울타리안에서 법의 보호아래 민주국민으로써 행사할수 있는 모든 주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 모든 법이 그러하듯이 법엔 양면성이 있다.그 양면성은 바로 그 법이 모든 국민에게 해당되는것인가 그리고 그 해당되는 국민들이 그 주권을 제대로 행사할수있는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도 99.9%의 개뻥이라 사료된다.

그 양면성의 교묘함을 이용하여 법안에서 자유롭게 사기쳐먹는 자들은 가깝고 그 법안에서 불합당한 처우를 받고도 결코 법앞에서 머리를 조아릴수 밖에 없는 안쓰러운 자들도 우리와 가깝다. 지금 이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쓰고있는 나 조차 법앞에서 과연 평등할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은 상기시켜 봐야할것이다.

대한민국은 여성에게 '좋은'나라인가?

법이 생긴이래로 법은 수만가지의 고차원적인 룰을 만들었고 그 룰대로 진행되든 그렇지 않든 뻔뻔스럽게 그 명맥을 유지해 나갔다. 그럼 이쯤 우리는 이런 모순투성이의 법앞에서 가장 안쓰러운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을 품지 않을수 없다.(당신인가?)

내가 긴긴밤 외로움을 못이기고 잠못들어 할때 품었던 여러가지 조각들을 맞춰본다. 아무래도 법망안에 있는 땡깡쟁이 사람들이 가장 불쌍하겠지.그리고..그 사람들중에도 젠더(gender)라는 성별을 사이에 두고 남자와 여자로 나뉘겠지. 그렇다면 출산이라는 역사적인 사명감을 띠고 인구증가에 한몫하는 여자가 조금더 불쌍할것같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 중에서도 인종이라는 문제를 간과하지 않을수 없다. 바로 하얀애들 누런애들 다음으로 가장 뚜렷한 색감을 자랑하는 까만애들,흑인이 있겠다. 사람.그리고 여자로 태어나 흑인. 만약 장애까지 가졌다면 이보다 더한 똥상첨화가 어딨겠는가!

장애가 있는 흑인여성으로 이땅에서 살아간다면.. 물론 대한민국에선 쉽게 찾아볼수 없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안쓰러운 사람들은 우리는 주변에서 1000분의 1초마다 한명씩 볼수있다. 바로 대한민국여성이 그것이다. (나 역시 여자화장실을 이용하는 이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 여성이 불쌍한가에 대해서 토를 단다면 난 할말이 있을까? 있다.

대한민국은 교묘하게 여성들을 위하는 어리버리한 나라같다. 드문드문 매스미디어에서도 고추장보다 매운것이 대한민국여성이라며 맵다는 의감어를 이용하여 독하고 거칠것 없는 여성들임을 강조한다.(물론 그만큼 강하다는 뜻도 있겠지만)

그리고 관절염에 걸렸어도 달리는 버스보다 한걸음 더 먼저 뛰는 아줌마를 통해 이 나라에서는 남과여 라는 하늘이 맺어준 성별말고 한개의 성을 더 창조해내는 엄청난 창조성을 발휘한다. 아줌마라는 단어는 이제 이땅에서 강하고 강한 너무나 강해서 여자인지 조차 의심스러운 사람들의 대명사가 되어 버렸다. (환~ 장하겠네)

잠깐 여성에 대한 그동안의 잔상들에 대해서 애기하다보니 애기가 삼천포로 빠졌음을 시인한다.

내가 오늘 이 기사에서 말하고자 하는것은 여성으로 살면서, 곧 성적주체가 아닌 객체가 되는 性의 범주안에 사는 여성으로써 이 땅에 한줄기 서광이 되어 그 진실에 대해 까발리고 있는 책한권이 있어 잠깐 소개할까 한다.

그 이름도 대단하다. 섹-슈얼 리티 강의! 바로 여성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性정체성에 대한 책이다. 여성性문제에 항상 앞장서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지은 이 책은 대학의 여성학 커리큘럼때 종종 논의되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열린 '강간문화'의 제물, 여성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가장 눈에 띄는것은 10장에 나오는 남성의 섹슈얼리티와 성폭력에 관한 장이다. 여러명의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에 관련된 성폭력사례와 그 경험들을 인터뷰 형식을 빌려 서술하고 있는데 그 인터뷰 내용이 참으로 가관이다.

그중 사례1에 나오는 남자고등학생들의 여성에 대한 인터뷰를 보자. 길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흔히 자신들이 쓰는 은어로 '자기를 따먹어 달라'라는 식의 왜곡된 생각으로 보이는 여자들 천국이고 그런 여자들의 과도한 옷차림으로 인해서 억제할수 없는 성욕이 생겨 성폭행을 하게 됐다고 한다.

한순간의 성욕을 억제하지 못한 자신도 잘못이 있지만 그렇게 옷을 입고 다니는 여자들의 의도를 모르겠다며 푸념을 늘어놓는다..

그것이 과연 푸념인지 원초적인 한 인간말종의 조심스러운 심경고백인지는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성인남녀라면 쉽게 식별할수 있다. 그렇다. 그것은 심경고백이다. 절대 푸념일수 없다. 그것이 푸념이라면 성욕은 인간의 3대본능으로 존중되어 언제 어디서든 야한옷차림을 하는
여성들을 '따먹는'것은 자연의 섭리라는 얼토당토 않은 결론이 도출되기 때문이다.

이런 남성들의 사고는 곧 성폭행의 정당성을 부여하여 잘못이 남성에게만 있는것이 아니라 원인제공을 한 여성들에게 도리여 칼을 들이대고 있다. 성욕이 본능이라 본능을 따른 것뿐이라는 얄팍한 논리엔 그 본능을 억제할줄도 알아야 하고 또한 인간의 기본적인 책임에 위배되는 행동이라는 논리는 들어갈 자리가 없는가 보다.

그야말로 이런 남성들의 성관념앞에서 여자는 한없이 제물이 되어야만 하고 그 얄팍한 논리앞에서 여자들은 순응하며 원초적인 대제국을 이루는데 한몫해야 한다는 것인가!

비단 남성이 여성을 성적으로 유린하는것에만 성폭행은 성립되어서는 않된다. 남성이 남성을 유린할수도 있고 반대로 여성이 여성을 희롱할수도 있다. 하지만 성폭행조차 철저한 이성애 중심적인 룰이고 그 룰은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만연되는 성폭행을 그저 치사죄정도로 밖엔 치부하지 않는다.(혹 그런일은 자행될수 없다는 심약한 어린아이의 사고일뿐)

이렇듯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간다는것은 성이라는 거친 야생위에서 있을수도 있는일, 있어도 별문제 없이 그냥 눈감고 넘어가 주어야 하는일로 여겨진다. 자신의 성적주권을 지키는 일은 다른 그 어떤 인권보다 소중하고 바로 자기자신을 스스로 지킬수 있는 권리이다.

하지만 물흐르듯 유유자적하게 방치되고 있는 이런 문제들은 더 나아가 자존의 문제와도 결합, 앞으로 겁탈하고 당하는 문제는 하나의 열린 '강간문화'를 초래할수 있다.

그거 아는가? 우리나라에서 소위 법의 중심부에 서게 되는 초심점 사법연수원에서 조차 성폭행과 관련된 법에 대한 개념은 나와있지 않다는것을.. 앞으로 법의 심판을 해야할 초석들 조차 성폭행이라는 문제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채 판사가 되고 검사가 되는 세상이다.

그게 바로 지금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대~ 한 민! 국!이라는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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