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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에 들어서 자본주의의 거센 폭풍에 휩쓸려 쩐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극장가를 방황하던 중 새삼스레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영화를 발견했다. 바로 김인식 감독의 처녀작 [로드무비].

왠지 죽죽뻗은 길만 하루종일 나올것 같은 지루한 영화일꺼라는 상상은 애시당초 없었다. (남자, 남자를 사랑하다.이 얼마나 깔끔한 문구인가!) 114분이란 로드위에서 난 영화를 보았고 대한민국을 떠올렸다.

영화는 주가폭락으로 하루아침에 노숙자로 전락해버린 석원(정찬분)의 고뇌에 찬 표정으로 시작된다.그는 살을 맞대고 살던 아내에게 조차도 버림받고 참이슬 한병으로 서울역 바닥에 주저앉게 된다.

이때 석원을 일으켜 세워 노숙자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 눕혀주는 대식(황정민분)은 한때 유명한 산악인이었다.하지만 이성애중심적인 사회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놓고 고민하다 결국 가정을 포기하고 떠돌이 노숙자 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여느 동성애중심적인 설득영화가 그러하듯 사랑하고 다투기도 하고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같이 죽어버리는 영화가 아닌점에 이 영화 로드무비는 현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자로 산다는것에 대한 확실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다. 동성애자로 산다는것은 삐까번쩍 광나는 고속도로인생도 아니요,그저 꽃들이 벌이는 향연도 아니다. 바로 우리네 가까운 털복숭이 아저씨들이 아저씨를 사랑하고 풍만한 아줌마들이 옆집 처자를 훔쳐보는 차마 생각하면 우울한 그게 바로 현실이고 그들이다. 우리나라에서 동성애자로 커밍하지 못하고 숨죽여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체인구의 3%라는 조사를 보더라도 우리네 사회에서 보여지는 수만가지 동성애들은 그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것이다.

영화는 끝까지 철저한 이성애자 석원과 마음보이지 못한채 그저 "미친자식 이리와 "이러면서 데리고 다니며 의식주를 해결해줄뿐의 석원의 물주(?) 대식과 그런 대식을 자기생활의 도피처로 인식하고 불같이 사랑하고 모든걸 알면서도 끝까지 바라보는 여자 일주, 이 세사람의 거칠지만 현실적인 로드무비다.

혹자들은 이 영화의 플롯 두 남자와 한여자의 엇갈린 사랑을 보고 팬픽의 전형적인 구조 혹은 영화적인 설정이라 코웃음 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바라보면 그저 영화라고 치부하기엔 진실에 가깝다.

있을수도 있는일, 그리고 있었던 일, 그래서 그저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 로드무비는 결국 마음조리며 애태우다가 끝까지 철저한 석원의 이성애적인 모습에서 아파한채 약을 먹고 죽기 이른다.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이, 더군다나 자신의 사랑을 부조리한걸로 보는 연인이 자신을 단 한번도 쳐다봐주지 않고 멸시한다면 충분히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것은 이성애나 동성애나 양성애나 사랑에는 공통분모이다.

하지만 석원은 결국 도망쳐온 대식에게로 다시돌아간다. 난 돌아가는 그의 마음이 뒤늦게 깨달은 사랑이라는 데는 동의할수 없다. 그토록 이성애자적인 석원이 뒤늦게 동성애자로 변모한다는 것은 그가 동성애자적인 감수성이 내포하고 있었다는 부연설명없이는 마치 이런 경우와 같다. 예를 들어 당신과 제일 친한 동성친구가 자신에게 사랑을 고백한다고 고심끝에 키스 혹은 섹스할수 있는가? 하는 것말이다.

그렇다. 사랑은 아니지만 석원이 대식에게서 느꼈던 것은 갈등하고 힘들어 하는 한 사람이 결국 순수한 한 사람의 사랑고백에 마음을 열고 다양성을 인정하게 됐고 그리고 그것이 육체적인 관계로 이어진 순차다. (아직도 육체적인 사랑부분에선 모순이 있다)

뛰어난 영상미과 깔끔한 연출력 그리고 현실적으로 그리려고 했던 이 영화의 미덕은 바로 동성애도 아니요 섹스도 아니다. 바로 우리네 현실을 한번 들여다 보고자 했던 모습과 생각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동성애는 결코 유행도,멋도 아니라는 것은 우리모두 다 잘 알고있다. 하지만 매스미디어에서 눈요깃거리정도로 치부하고 그리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현실과 너무다른갭이 존재한다.

[섹슈얼리티강의 -한국성폭력상담소저-]란 책을 보면 8장에 "한국 레즈비언의 性과 삶"이란 챕터가 있다. 그곳에 보면 처음으로 대한민국에 동성애자들의 단체모임이 만들어 지게 된건 1993년 12월에 결성된 "초동회"라는 모임이 그 시초다. 그곳엔 게이/레즈비언들이 같이 구성되어 있었는데 결국 그 둘의 상대성을 인정하고 남성동성애자들은 94년 1월에 "친구사이"라는 모임으로 , 여자동성애자들은 11월에 "끼리끼리"라는 모임으로 갈라지게 됐다.

이처럼 대한민국에서 동성애자다 라고 자신있게 단체가 만들어 지고 활동하게 된건 근 10년도되지 않은채 많은 부작용들이 나타난것이다. (매스미디어의 모순과 인식)

이루든 이루지 못하든 현실에서 동성애자들에게 그것은 중요한것이 아니다. 그저 만나고 헤어지는 일련의 관계속에서도 힘들지만 결국 그것을 왜곡시키고 거꾸로 재생산해버리고 의미두는 사회라는 큰 울타리가가장 중요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커밍아웃을 한다는것은 바로 사회의 부적응자로 주홍글씨가 새겨지는것이고 참여할수 없다는 사회정조대다. 이런 땅덩어리에 로드무비라는 메세지를 들고 그들을 제대로 한번 바라보려 했던 감독의 시각에 박수를 보낸다.

" 나 너 사랑해도 되냐? " 숨죽여 가며 살고있는 대한민국의 동성애자들이 나라에 신고하는 작은 커밍아웃을 새겨들어봤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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