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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뉴스 사람과 뭇생명을 살리는 발자국

평화와인권( onespark@chollian.net) 2002.10.07 16:30

새만금갯벌 바닷길과 함께 숨 쉰 7일

물이 빠진 만경강 하구에는 말뚝망둥어와 농게의 햇살맞이가 한창이다.

소금기 실은 바닷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와 갈대숲에는 가을이 한창이고, 빨갛게 익은 칠면초들은 온 뻘땅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강둑에는 고들빼기, 쑥부쟁이와 구절초며, 익모초의 꽃 잔치 한창이다. 꽃무리 사이에서 날개짓하는 나비와 벌들의 모습이 그와 잘 어울려 평화로운 가을이다.

그래서일까 뻘땅을 밟아가는 몇 사람의 발걸음은 오히려 무겁게 느껴진다.

눈앞에 펼쳐진 너른 갯벌

지난 9월 26일, 군산 내초도를 시작으로 부안의 해창까지의 제3회 바닷길 걷기가 있었다.

'새만금 사업을 반대하는 부안사람들' 회원 4명과 뜻을 같이 하는 몇 명이 함께 하였으며, 오는 13일 여의도 도착예정인 '우리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에서 4명이 같이 걸었다. '새만금 갯벌은 살아야 한다'는 글귀가 적힌 노란 깃발과 '쌀 개방 막을 수 있습니다'고 씌어진 빨간 깃발이 서로 어울려 끝을 헤아릴 수 없는 새만금 갯벌에 메아리친다. 어른들과 함께 3명의 아이들도 해창까지의 고된 일정을 같이 하였다.

만경강과 동진강, 그 자유로운 물길을 따라 걷는 길은 갯골을 돌아가고, 어른 키만한 억새숲을 헤치며, 진흙 펄을 한발한발 다져 나가야 하는 길이다.

억지로 만들어 놓은 길이 아니니 따로 지름길이 있을 리 없다.

그 자연스러움이 그대로 남겨지길 함께 걷는 이들 모두가 바랬을 것이다. 개발이라는 허구로 주민들을 속이며 강행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인해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한 땅.

반드시 이 땅을 지켜내고, 그 속에 깃들어 사는 사람과 뭇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열댓명의 발자국.

사라질 운명, 그러나 다시 시작!

작고 총총한 아이의 것과 어른의 발자욱이 함께 하였다.

만경강 동진강을 한참을 걷고 10월 2일 계화도에 도착.

드넓은 갯벌의 지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보며 계화펄을 걷고, 10월 3일 계화에서 해창까지 걷는다. 공휴일이었던 덕에 많은 사람들이 해창까지의 걸음에 함께 하였다.

해창산을 파헤치는 포크레인소리 가득한 가운데, 해창 장승펄에서의 해단식으로 6박 7일의 걷기를 마쳤다.


- 글 / 정 상용 (정상용씨는 수원에서 이번 새만금살리기 바닷길 걷기 행사에 참가한 시민입니다.)
- 출 처 : 주간인권신문 [평화와인권] 3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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