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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9회 이돈명인권상 ‘성소수자부모모임’ 수상

황의선( icomn@icomn.net) 2020.01.13 19:25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 시상위원회(위원장 정연순)는  아홉 번째 수상자로 <성소수자 부모모임>을 선정하고 2020년 1월 10일(금) 오전 11시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2호에서 시상식을 개최하였다. 수상자에게는 상패와 함께 상금 500만원이 수여되었다.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이돈명변호사님의 1주기인 2012년 1월, 평생을 인권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살다 가신 故 이돈명 변호사님의 정신을 기리기 위해 유족들이 기부하신 조의금을 근간으로 하여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을 제정하였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은 성소수자 자녀를 둔 부모들이 주축이 되어 성소수자들의 활동을 지지할 뿐 아니라 나아가 우리 사회의 다른 약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 온 단체다.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활동은 단지 자신들의 자녀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라나는 온갖 혐오와 차별을 막는데 도움을 주었고, 인권의 보편성에 우리 공동체가 귀기울이도록 하였다는 게 인권위의 설명. 이에 이돈명인권상 시상위원회는 <성소수자 부모모임>이야말로 대한민국의 대표적 인권 변호사로서 약자와 소수자를 위해 헌신해 온 고 이돈명변호사님의 정신에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9회 천주교인권위원회 이돈명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하였다고 밝혔다.

 

'부모모임'은 수상 소감에서 이돈명 변호사님의 정신을 잊지 않고 실천하겠으며 오늘 수상한 인권상은 성소수자로 태어나 혐오와 차별이 힘들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먼저 간 영혼들에게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상을 바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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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수상 소감 전문

 

수상소감

찬미예수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저는 성소수자부모모임에서 하늘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세례명은 세실리아입니다. 우선 성소수자부모모임을 추천해주신 천주교성소수자여성공동체 알파오메가 자매님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나봅니다. 알파오메가 자매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 이 자리에 같이 참석하신 활동가부모님들 그동안 활동하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인권상읋 수상하는 것은 성소수자부모님들과 당사자분들에게 자긍심을 북돋우는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이런 큰 상을 저희에게 주신 천주교인권위원회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기쁘게 받겠습니다.

존경하는 이돈명 변호사님께서는 헌법 10조와 11조를 기초로 모든 사람이 행복할 권리와 모든 사람이 평등할 권리를 외치시고 평생 실천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변호사님의 정신을 저희도 잊지 않고 실천하겠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다양한 성소수자들이 있습니다. 무관심과 편견 때문에 그들의 존재를 몰랐을 뿐 성소수자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습니다. 인권의 끝자락에 있는 성소수자가 살기 안전한 사회는 모든 소수자와 약자가 살기 안전한 사회라고 봅니다. 그래서 오늘 수상한 이 상의 의미는 아주 크다고 봅니다. 2016년도 우리나라 성소수자 인권지수가 100점만점에 12점으로 유럽국가에 비교하면 꼴찌라고 합니다. 성소수자 차별금지법도 없는 이 부끄러운 인권후진국의 오명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당장 벗어 버려야 합니다. 우리 부모는 나중이 아닌 지금당장 성소수자인 우리 아이들이 혐오와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길 염원합니다.

그래서 2014년 2월 성소수자인 가족을 지지하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부모모임이 만들어졌습니다. 매월 정기모임과 출판물, 상담, 강연, 전국퀴어문화축제참가, 인권단체와의 연대, 성소수자인권포럼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018년도에 커밍아웃스토리를 출간하여 그래 우수도서로 선정되었구요, 많은 교수님들이 대학에서 교양도서로 읽혀지는 것도 알았습니다. 이 책 속의 어느 아버님께서 하신 말씀 중 일부를 인용합니다. “성소수자들의 존재는 하느님이 창조한 귀한 일부라고 믿습니다. 풍성한 피조물들의 꽃밭의 한 부분에는 당당하게 자신의 색깔과 향기를 발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은 하나하나가 다 아름답고 신비로운 것입니다. 누구도, 어떤 제도나 힘도, 그 삶의 신비로운 빛을 함부로 가리거나 꺼뜨려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십니다.” 맞습니다. 우리 부모는 자녀가 성소수자인 것을 걱정하는게 아니구요. 혐오와 차별없는 세상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길 바랄뿐입니다.

작년 5월에 KBS 거리의 만찬에 부모님들이 출연하여 PD들이 뽑는 작품상과 방솜심의위원회에서 주는 작품상을 받으셨고 8월에는 EBS 다큐프라임 ‘부모와 다른 아이들’편에서도 방송대상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미디어에서도 그동안 성소수자를 찬반의 대상으로만 비춰지는 것이 잘못이라는 것을 깨닫고 성소수자를 제대로 알려주는 좋은 신호라고 생각되며 시민의식도 조금씩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보람을 느낍니다. 그러나 아직도 지금 어디에선가 수많은 성소수자들이 혐오와 차별이 무서워 벽장안에 갇혀 한발자국도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정치인들과 교회는 그들에게 벽이 아닌 다리가 되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오늘 수상한 인권상은 성소수자로 태어나 혐오와 차별이 힘들어 제대로 피어나지 못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 먼저 간 영혼들에게 위로하는 마음으로 이 상을 바칩니다. 정치인들이 지켜주지 못하고 교회가 지켜주지 못하고 부모가 지켜주지 못해 죄송하고 또 죄송합니다.

성소수자 여러분 지금 모습 그대로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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