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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병철 선배님, 부끄럽습니다"... 모교 후배들이 인권 특강 반대한 이유

원광대 인권동아리 '동행',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 로스쿨 특강 반대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5.07 16:42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이 7일 모교인 원광대(전북 익산시)를 방문하여 특강을 한 가운데, 모교 후배들은 현 위원장의 반인권적 행보에 대해 따가운 비판을 했다.


7일 오후 2시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은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로스쿨 학생들에게 ‘한국사회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이에 앞서 원광대 인권동아리 ‘동행’ 소속 학생들은 대학원 앞에서 “선배님, 부끄럽습니다! 국가인원위원회 위원장 현병철 특강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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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은 작은 소란으로 예정된 시간보다 5분 정도 늦어졌다. 학교 관계자가 수업에 방해된다며 전기를 차단했고, 로스쿨 학생회가 “현수막 하단에 ‘법학전문대학원’이라는 명칭 때문에 마치 우리가 반대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항의를 했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회견을 준비한 학생들은 기자회견 장소를 특정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항의는 계속됐다. 그래서 기자회견은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칭을 발로 밟아 보이지 않게 하고 진행했다.   


동행 학생들은 “현 위원장은 취임 당시부터 친정권적인 성향과 인권 활동이 전무한 경력으로 시민사회로부터 문제가 있다고 지적받았다”면서 “취임 후에는 PD수첩 명예훼손, 용산 참사, 한진중공업 고공 농성 등 긴급 구제와 인권 보호에 대한 의견 표명을 부결하는 등 권력에 대한 감시 역할을 포기하고 ‘정부 프랜들리’ 위원회를 자처했다”며 현행 인권위원회를 비판했다.


그리고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재임 기간 부적절한 발언들도 소개했다.


“용산 참사에 대한 의견 표명 안건을 다루는 인권위 회의에서 의견을 내야 한다고 다수의 인권위원들이 의견을 냈지만, 현 위원장은 회의를 강제로 끝내며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는 발언으로 민주주의의 무지함을 드러냈다”(2009년 12월)


“흑인을 ‘깜둥이’라는 인종차별적 단어로 지칭하고, ‘우리나라에 아직도 여성 차별이 존재하는냐’는 반여성적인 발언으로 인권 의식의 전무함을 드러냈다” (2010년 7월, 인권위 인턴 학생과 차를 마시며)


동행 학생들은 “우리 학교 현병철 선배(원광대 법학과 1970년 졸업)는 노골적으로 인권을 탄압하고도 정권의 비호 아래 위원장직을 연임하시면서 계속 반인권적 행태를 보여주고 계신다”며 “인권을 강연하시기에 너무나 부끄러운 선배님”이라고 말했다.


현병철 인권위원장의 반인권적 행보는 지금까지 상당한 논란을 불렀다. 최근에는 UN에 제출한 인권규약 이행실태 의견서에 세월호 참사 및 물리력 진압, 청와대의 언론인 고소, 모욕죄 적용 남용, 개인 정보 수사기관 제공, 통합진보당 해산, 경찰청의 불법 채증 등 인권위원회의 존재 이유가 될 수 있는 인권 침해 사안의 내용들을 삭제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이에 인권위는 “내용이 많아 추려보자는 차원에서 쟁점을 줄인 것”이라고 해명하여 따가운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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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학생들은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금지 조항에 분명히 적시된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서도 ‘기독교 내부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는 인권위원회가 사회로부터 배제당하는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된다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병철 선배의 행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절규하고 있다. 지금의 선배에게 배울 것은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책임감을 갖고 인권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의선 학생은 “평소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데 특강이 있는 강의실에서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특강 반대 기자회견에서 현병철 선배를 기다리는 것이 유감”이라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설립 목적인 ‘개인의 기본적 인권보호 및 인간의 존엄과 가치구현’에 먹칠을 하고 있는 현병철 선배는 교육도 해서는 안 된다”고 의견을 전했다.


한편, 이날 특강은 로스쿨 전공 학생들의 수업 대체로 진행되는 것이었다. 같은 시간 옆 강의실에는 검사가 되는 방법을 소개하는 법무부의 설명회가 동시에 진행됐다. 로스쿨측이 설명회와 특강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들으면 출석이 인정된다고 설명하자, 많은 로스쿨 학생들이 검사 설명회가 열리는 강의실로 이동했다. 법을 공부하는 현장도 인권보다 직업이 우선되는 씁쓸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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