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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성소수자 혐오, 위험 수위를 넘어섰어요"

[인터뷰]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나라 활동가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5.12 19:02

5월 17일 국제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전국의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인권단체들은 16일 서울역 광장에서 ‘2015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벌인다.


세계보건기구가 1990년 5월 17일 동성애를 정신 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시작된 아이다호 데이를 한국사회에서는 성소수자 인권 보장을 촉구하며 혐오에 맞선 저항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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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성소수자 단체들이 여러 캠페인을 통해 알려오던 아이다호 데이. 올해는 성소수자만이 아니라 장애인, 이주노동자, 여성, 인권단체들이 하나가 되어 공동행동을 벌인다. 최근 들어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보수기독교 세력이 조직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위협하는 것의 심각성이 드러난 결과다.


지난해에는 서울시민인권현장이 성소수자 혐오 세력들에 의해 무산되기도 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중앙정부와 지자체를 넘나들며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성소수자 인권 보호를 위한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참소리는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앞두고 전북지역에서 간담회를 지난 4월 28일 개최한 바 있는 ‘행동하는 성소수자 인권연대’ 나라 활동가와 서면 인터뷰를 11일 진행했다. 


"성소수자 혐오와 편견에 맞선 연대와 행동을 보여주고 싶어요"


Q. 올해 아이다호 공동행동의 목표가 있다면?

A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편견은 한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다. 그러나 작년부터는 부쩍 심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와중에서 서울시청 점거농성이 있었다. 농성에 함께한 이들과 성소수자 인권이 존중받고 현실을 변화하기 위해서 함께 싸워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다호 공동행동을 시작으로 혐오에 맞선 연대와 행동을 드러내고 싶다.


Q. 한국사회 성소수자 운동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 해달라.

A. 2000년대 초반 홍석천의 커밍아웃 등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고, 성소수자 운동도 그 사이 많이 성장했다. 특히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성소수자들의 교류가 늘었고, 자긍심을 갖고 살아갈 토대가 마련된 것 같다. 성소수자들의 자긍심을 드러내는 행사인 퀴어문화축제가 성장하는 등 성소수자가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내는 행동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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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청소년 자살시도율, 청소년 자살시도율의 10배.. 혐오가 심각한 수준"


Q.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 개선됐다고 생각하나?

A. 성소수자 인권운동의 역사는 20년이 넘어서고 있다. 많은 변화들이 있었지만, 여전히 공고한 차별과 편견의 벽들이 존재한다. 각종 설문조사와 인식조사 등의 결과를 보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다. 성소수자에 대한 존재를 이 사회가 인식하고 인정하는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차별과 관련된 조사를 살피면 동성애자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 중 하나이고 그 심각성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진보진영 안에서 성소수자 인권 원칙이 자리잡았지만, 차별적 제도의 변화에 이르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2009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차별받는 집단을 묻는 항목에 동성애자가 3.48점(4점 만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이웃으로 지내고 싶지 않은 가족을 묻는 질문에서도 동성애자는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심각한 차별은 학력·학벌(29.6%), 동성애자(16%), 외모(11.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2014년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2014년 관용과 신뢰에 관한 시민의식 조사에서 호감도가 가장 낮은 집단으로 동성애자가 꼽혔다.>


Q. 한국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은 어느 수준인가?

A. 간단하게 말하면 성소수자에 대한 욕설과 막말도 한국사회에서는 의견으로 인정받는다. 성소수자를 인정하자는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동성애는 죄악이라는 명제가 통용되고 있다. 차별이 극심한 상황 속에서 최소한의 보호 장치도 없다.


2014년 LGBT 사회적 욕구조사를 통해 드러난 상황은 심각했다. 청소년 성소수자 623명 중 45%가 말투나 행동으로 인해 폭언과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청소년 성소수자 자살 시도율은 46%에 이른다. 청소년 자살 시도율이 4% 수준이라는 점을 볼 때,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안전망이 절실한 시점이다.


또한, 전체 성소수자 중 42%가 차별이나 폭력을 경험했으며, 28%가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임을 드러내지 못해서 차별과 폭력에 더 쉽게 노출되고, 차별받을까봐 성소수자임을 드러내지 못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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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성소수자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 여성, 이주노동자, 인권단체들이 연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사진 출처 - 비미아너>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어떤 이유로라도 용납해서는 안 된다"


Q.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낳는 효과는 무엇인가?

A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부정은 인간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한국사회는 혐오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위에 말한 것처럼 혐오는 성소수자들을 자살로 내몰고 있다.


성소수자들은 자신들에게 어떤 권리가 있는지 배운 적이 없고, 알지도 못한다. 성소수자는 자신의 파트너가 아파도 의료 결정권이 없다. 트랜스젠더는 일을 구하는 것조차 힘겹다.


최근에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보수집단들이 세력화하기도 했다. 2007년 정부는 혐오의 목소리에 굴복해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했다. 그 후에도 보수기독교 집단에 국가정체성 위기와 도덕·윤리 훼손을 이유로 조직적으로 성소수자 인권 증진을 가로막고 있다. 국회에 로비를 하며 동성애 관련 법안의 입법 저지와 합법화를 막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요원한 상태다.


최근에 논란이 된 서울시민인권헌장과 학생인권조례도 그들은 ‘동성애 합법화’로 정리해버린다. 요즘은 광주에서 조직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 강연에 대해 항의시위를 하는 등 반동성애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들의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동성애를 허용하면 에이즈가 증가하고, 에이즈를 막기 위해 국가가 나선다면 세금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사회 위기와 불안, 경제 위기를 이용하여 성소수자를 불법으로 낙인 찍고 혐오스런 존재로 포장한다. 구호도 자극적이다. 


이들 집단은 우리가 가정을 파괴하고 사회와 국가를 문란하게 하며 비윤리적인 존재로 낙인을 찍는다. 그러나 성소수자 혐오는 성차별적인 성별 고정관념과 위선적인 성도덕을 강화할 뿐이다. 인간은 성적인 존재다. 존엄과 인권을 해치지 않는 합의에 의한 성적 관계는 존중받아야 한다.


Q. 이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는가?

혐오에 맞선 운동은 한국 사회에서 보편적 인권의 가치를 지키는 운동이다. 그리고 혐오는 인간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한다. 더 이상 이 사회가 성소수자 혐오를 용납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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