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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세월호 현수막 철거 논란..."아픔에 동감한 시민들의 표현물"

국정원 현수막 관련 동향 파악, 전북도는 철거 기준 마련 요구...시민사회, "엄중 대처하겠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7.2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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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주를 비롯해 정읍과 남원의 가로수에 게시된 세월호 추모 1인 현수막과 관련하여 도내 최대 일간지 <전북일보>가 현수막 철거의 필요성을 사설(http://www.jjan.kr/news/articleView.html?idxno=555252)을 통해 밝힌 것이 파장을 주고 있다.


특히 전북일보의 19일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 관계자가 이 문제를 두고 “자치단체 차원에서 풀 수 없는 문제로 여겨 국정원과 행정자치부에 세월호 현수막에 대한 일부 부정적인 여론을 전달했다”고 밝혀 국정원이 세월호 현수막 문제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여론도 조심스럽게 관측되고 있다.


철거하는 것이 성숙? 현수막은 인간의 정 흐르는 전주를 보여주는 것, 보존 가치 있어


<전북일보>는 21일, [세월호 현수막 철거하는 성숙함을 보여주자]라는 제목의 사설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부터 전주 시내를 비롯 군산·정읍·남원지역에 수천개의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걸렸다. 리본까지 합치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다.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한 시민들의 외침이 하늘을 찔렀다. 주요 시가지가 노란색으로 물들여질 정도였다. 그 날의 슬픔을 달래려면 이 정도 갖고서도 부족하다. 무엇으로 표현한들 유족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실을 냉정하게 살펴볼 시간이 되었다.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이 정도면 충분하게 전달된 것으로 보여진다”


이 사설은 “외지 관광객이 많이 찾아 전주가 전통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 스스로가 현수막을 철거하는 지혜를 발휘했으면 한다”면서 시민 스스로 현수막을 철거하는 것이 ‘한 차원 높은 시민정신의 실천’이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이와 같은 전북일보의 주장에 세월호 추모 현수막 접수와 설치 등을 도맡았던 시민들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북평등학부모회 염정수 사무국장은 “전북일보가 보수진영의 일방적 주장을 대변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며 “사설 내용은 천천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 국장은 “일부에서는 현수막이 전주를 찾는 관광객에게 불쾌감을 준다고 한다. 그러나 그 반대의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주시가 세월호의 아픔을 같이하는 것이 외부 관광객들에게 긍정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세월호 참사는 모든 국민들의 아픔이었다. 전주시가 이 아픔에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 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참사 1년이 지났어도 어떤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은 전주시민의 성숙된 민주시민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주시가 아픔에 공감하는 인간의 정이 흐르는 도시로 오히려 홍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보존 가치가 있다”


또한, 염 국장은 전주 시내 곳곳에 약 1,500여 장의 현수막이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게시된 점을 강조했다.


“본인의 이름이 걸린 현수막을 게시한다는 것은 한국 사회에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세월호의 아픔에 함께하자며 현수막 게시 운동을 했을 때, 많은 시민들의 호응이 있었다. 그것을 훼손한다는 것은 오히려 전주시민의 마음을 훼손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세월호 현수막 한 장, 한 장에는 시민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이 현수막은 전주를 먹칠하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를 비롯해 사회지도층은 현수막에 새겨진 말들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세월호 현수막 철거 필요성, 국정원에 보고 논란


<전북일보>의 사설과 함께 세월호 현수막 철거와 관련하여 전북도가 국정원과 정부에 철거 명분 마련 등을 요구한 것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전북도 건설교통국 주택건축과 도시경관팀 관계자는 “국정원에 먼저 보고를 한 것이 아니고, 국정원에서 가끔 우리 행정기관에 사회 동향을 물어보는 전화가 온다”며 “약 두 달 전에 세월호 관련 현수막이 많이 걸려있는 이유를 물어봐 애로사항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실을 비춰볼 때 강제로 철거할 수도 없고, 그대로 둘 수도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전북본부 강문식 교선국장은 “국정원 홈페이지에는 안보와 국익을 저해하는 위협에 대처하는 것이 소명이라고 되어 있다. 과연 시민들의 자발적인 의지로 제작된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국익과 안보를 저해하는 것과 무슨 연관성이 있나”고 반문하며 “최근 국정원의 해킹 사건, 대선개입 등 국정원의 행태가 도를 넘어섰다. 뭔가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2일 오전, 국정원 해킹 사태와 관련하여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국정원 전북지부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 자리에서 이세우 전북시국회의 상임대표는 “(국정원과 전북도청의 세월호 현수막 동향 파악)은 무척 심각한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파악이 끝나면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행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북도는 불법광고물 단속 관련 전국 단위 회의에서 세월호 현수막 관련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해결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북도청 도시경관팀 관계자는 “관련 회의가 끝나고 행자부에 중앙 정부 차원에서 해결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요청 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다만, “사실 법으로 따지면 오래 게시된 것이기에 유지하는 것이 맞지 않다. 그러나 법으로 따질 성격의 문제가 아니고 단체장은 유권자의 표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철거와 관련하여 방향과 방침을 정해달라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월호 추모 현수막 철거와 관련하여 도내 지자체가 적극적인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정읍에서 시내 일원에 게시된 현수막을 철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가 세월호 추모 시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을 받기도 했다. 순창과 남원 등에서도 이 같은 움직임으로 시민사회단체들이 기자회견과 논평을 발표하며 적극 항의를 하기도 했다.


도내에는 전주, 군산, 정읍, 남원 등에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게시됐다. 이들 현수막은 시민들의 자발적인 성금을 모아 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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