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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 취재]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가던 날

[후쿠시마 방문 논란 ①] 안전과 위험, 누구의 말이 옳은 것일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8.04 16:18

“그쪽 상황이 어떤지 잘 몰라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만... (출발하기 전) 설명회에서 후쿠시마는 안전한 곳은 안전하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듣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따로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한 자료를 받지는 않았어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를 방문하는 대학생 A씨가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한 전북지역 집결지인 전주공설운동장 앞에서 기자를 만나 한 말이다.


지난 7월 29일, 환경단체들과 전북교육청의 만류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재일 민간단체 후쿠칸네트는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청소년 문화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 150여 명을 데리고 오전 10시에 일본으로 향했다.


<관련 기사 - 한국 청소년 170여 명, 핵발전소 사고 인근 후쿠시마 시 방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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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9일 재일 민간단체 후쿠칸네트가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 150여 명을 데리고 일본으로 출발했다. '한일 수교 50주년 기념 청소년 문화교류'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이번 행사는 핵발전소 사고로 안전이 검증되지 않은 후쿠시마에서 주요 행사를 진행하기로 하여 논란이 되고 있다. 또한, 일본 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계획'과의 관련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그날 새벽 2시 30분, 전북 전주시 공설운동장 앞에는 이 행사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는 참가자들과 학부모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참소리는 현장에서 일부 학부모들과 참가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안전하다는 말만 했지,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어요. 아이 2명을 보내는데, 전북교육청에서 나와 설명회를 갖는다고 해서 듣고 결정하려고 나왔어요”


전주시에 사는 학부모 B씨는 불안한 표정으로 기자에게 말을 건넸다. B씨는 아는 지인으로부터 이 행사를 소개받았다고 한다. 이 행사를 주최한 후쿠칸네트 이사장은 전북 출신으로 오랫동안 후쿠시마에 거주했다. 정 이사장의 지인들이 많은 전주지역은 이번 행사 모집에 큰 기여를 했다. 전체 150명의 청소년 중 110명이 전주지역 청소년들이다.


100명 이상의 전주지역 청소년들이 동원되는 대규모 행사이지만, 후쿠칸네트는 전북교육청에 따로 행사를 알리지 않았다. 전북교육청은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하고, 후쿠칸네트와 연락을 취해 참가자의 이름만 겨우 알 수 있었다. 참가자들을 관리하는 21명의 인솔자들에 구체적인 자격 사항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였다. 


“여러 곳을 통해 확인해보니 후쿠시마 정보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으로 판단됩니다. 부모들에게 일본의 문화 체험 정도로 알리고 동의를 얻은 것 같았어요”


이날 출발지에는 전북교육청 안전 관련 부서 직원 4명도 와 있었다. 이들은 주최 측에 “후쿠시마라는 곳이 아직도 위험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북지역 청소년 100여 명이 출발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이)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은 아쉽다”는 유감 표명을 했다.


이에 주최 측은 “염려하지 않아도 될 부분이다”며 “60km 벗어난 지역이고 먹을거리 등은 다 준비해서 간다”고 말했다. 주최 측의 해명에도 불안감은 가시지 않았다. 교육청 한 직원은 “체르노빌도 수십 년이 지났지만, 30km 지역은 여전히 통제하고 있다. 4일을 머무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생들 음식물 섭취에 있어서도 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북교육청 직원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탈핵교재 ‘탈핵으로 그려보는 에너지의 미래’의 본문 중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 관련 내용을 요약한 자료를 배부했다. 교육청은 주최 측의 협조를 얻어 각 버스마다 간단한 설명도 하고자 했으나,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와 분주한 분위기로 자료 배부에 그쳤다.  


이 자료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에 대한 개요와 당시 방출된 방사능 물질의 위험성, 후쿠시마 방문 시 지켜야 할 안전수칙 등이 담겨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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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교육청은 다수의 전북지역 청소년이 참가하는 이번 행사에 대해 사전 예고가 없었다는 점에서 주최 측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또한, 참가자들에게 방사능 안전교육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한 정보 제공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자체적으로 자료를 제작하여 출발 당일 배포했다.


주최 측 안전하다는 말, 믿을 수 있을까?


이날 일부 학부모들은 언론들에 대해서도 강한 반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 달 27일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청소년들을 후쿠시마로 보내는 것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일본의 포토다큐멘터리 잡지인 <DAYS JAPAN>를 소개하며 “후쿠시마 사고원전으로부터 60Km 이상 떨어진 후쿠시마시 등지의 방사능 오염도가 체르노빌 출입금지 지역의 오염도와 유사하다는 사실을 현지실측과 위성지도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줬다. 후쿠시마 일대의 방사능 오염사태가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고 밝혔다.


이어 이 단체는 성명서 말미에 “방사능은 일단 노출되면 되돌릴 수 없다. 아이들을 사지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 성명서는 언론들에 의해 빠른 시간 전파됐다. 이날 언론의 보도에 반감을 보인 학부모들은 ‘사지로 내몰지 말라’는 말에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학부모들은 “마치 내가 우리 아이를 사지로 내몰고 있는 파렴치한 부모로 그려졌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주최 측 관계자는 “(학부모들의 두려움은) 기사를 보고 두려워하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직접 아이들을 염려하고 꼼꼼하게 대사관이나 그런 곳에서 파악해서 알아본 것이 아니에요. 우리는 신청 받을 때 분명히 고지했습니다”며 “(후쿠시마 현지의 모든 음식물은) 방사능 수치 검사를 하고 나옵니다. 우리나라가 최근에 메르스 때문에 얼마나 난리였나요? 그런 악조건에도 일본이 얼마나 조용하게 대처하는지 봐야 합니다. 우리도 깨달아야 합니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에 대해 탈핵신문 간사를 맞고 있는 일본인 오하라씨는 참소리와 전화 통화에서 우려감을 나타냈다.


“물론 주최 측이 본 모습과 그쪽 사람들이 말하는 것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피난구역으로 적용받지 못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후쿠시마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정말 조심스럽게 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생활 지혜는 정말 대단한 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가 가서 배워야 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됩니다”


“일본 정부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대신, 후쿠시마에서 자발적으로 노력하여 방사능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특히 현지 엄마들이 스스로 측정해서 음식도 골라 먹고, 일부 지역에서 폭증하는 방사능 농도를 조사해서 공개를 합니다.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은 그런 노력입니다. 특히 후쿠시마 시민단체들과 교류를 통해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얼마나 비참하고 힘든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기사 - “후쿠시마, 방사능이 어린이들을 가두고 있어”>


후쿠시마로 출발은 앞둔 이날 새벽 분주한 분위기 속에서 어느 누구도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후쿠시마의 현재’에 대해 속 시원한 말을 해 줄 수 없었다. 학부모들의 불안한 마음을 풀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전북교육청이 만든 자료집을 본 학부모들은 그 속에 담긴 안전수칙을 자세히 살피기보다 사지로 내모는 학부모로 비춰지는 것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주최 측 관계자는 “자주 가봐서 아는데 안전하다. 아무 일도 없었다”며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할 따름이었다. 


일부 인솔자의 가족은 현장을 찾은 기자와 환경단체 관계자에게 “당신들이 이 논란을 불렀으니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작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이정현 사무처장은 “(행사 출발 1주일 전에) 후쿠시마로 청소년들이 간다는 소식을 접했고, 단체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설명회에서 후쿠시마 현지 방사능이 일반 엑스레이 촬영을 절반 수준이라는 등의 내용을 들었다는 제보도 있습니다. 충분한 정보 제공과 안전 대책이 마련됐다고 볼 수 없습니다”며 후쿠시마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행사가 강행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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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학부모 B씨는 전북교육청이 보낸 자료집과 현장에서의 설전 등을 보고 자녀를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B씨는 “이런 상황에서 굳이 아이를 보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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