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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옥시' 시민들이 수거한 다음 날, 롯데마트 가보니

겉으로는 사과, 시민들의 소리는 외면!!! 대형마트의 '옥시' 판매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5.17 18:56

16일 오후 2시 전북 전주시 효자동 롯데마트 전주점 앞에서 7개월 된 딸 아이를 안고 김효빈(남, 33)씨가 서 있었다. 오후 2시 20분에는 전주점 앞에서 옥시 제품 판매하는 대형마트 규탄 기자회견이 예정되어 있었다. 김씨는 부인과 함께 이 기자회견에 참여하려던 참이었다. 김씨가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유는 이랬다.


“겨울에는 보일러도 쓰고 그러니까 방이 건조해서 아이 키우는 집에서 가습기는 정말 필요해요. 그리고 살균 관련 제품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어요. 아이를 키우며 쓰는 여러 제품들이 ‘옥시’와 연관되어 있었어요.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 함유 문제는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한 부모들의 아이가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비극. 김씨는 아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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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상을 본 지 7개월 된 딸 아이를 안고 '옥시' 불매에 동참한 김효빈(남, 33)씨. 그는 "아이를 키우며 쓰는 여러 제품들이 '옥시'와 연관되어 있었다"면서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 함유 문제는 무척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말했다. 


<관련 기사 - 가습기 피해자도 발생했는데, "옥시 제품 판매 대형마트 너무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가한 이들 중에는 소비자단체 회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들이 옥시 제품을 판매하는 모습에 대해 비판했다. 특히 롯데마트는 옥시를 통해 불거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에 직접적인 가해 업체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에 따르면, 롯데마트 자체 가습기 살균제 PB 제품은 사망 22명을 포함하여 총 61명이 피해를 입혔다.


이와 관련하여 검찰 수사를 하루 남기고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5년 만에 자신들의 과실을 인정하는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마트의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옥시’ 제품 불매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단체들의 입장이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롯데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들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고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매 운동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 점에서 16일 기자회견을 마치고 진행한 롯데마트 전주점에서 ‘옥시’ 제품을 수거하는 참가자들의 직접 행동은 큰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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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옥시 불매에 나선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롯데마트 전주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옥시' 제품들을 구매 후 반품하는 방식으로 진열대에서 수거하고 있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우선 ‘옥시’ 제품을 매장에서 철수하라는 요청을 수 차례 하였다”면서 “더 이상 ‘옥시’ 물건이 유통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과 ‘옥시’ 제품 철수라는 시민들의 요구를 직접 보여주기 위한 퍼포먼스라고 해석하셨으면 한다”며 수거의 의미를 밝혔다.


청정제품 및 청소, 세탁 용품 코너에 다수를 차지하는 ‘옥시’ 제품. 가습기 살균제 은폐 의혹으로 큰 비난을 받는 상황에서도 이들 제품은 해당 코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6일 단체 관계자들의 수거한 양은 카트 4대 분량이었다.


수거를 하는 회원들은 서로 어떤 것이 ‘옥시’ 제품인 지 확인하고 카트에 담았다. 담으면서 어떤 이는 “이것도 옥시였어?”라고 놀라기도 했다. 본인이 자주 애용하던 제품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를 계산하고 곧바로 반품하면서 진열대에 ‘옥시’ 제품을 대부분 걷어냈다. 이 과정에서 지나는 시민들은 “맞어, 맞어”, “잘한다”라며 응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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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롯데마트 전주점에서 수거한 '옥시' 제품. 롯데마트는 다음 날이 17일 같은 진열데에 '옥시' 제품을 진열하여 판매하고 있었다.


그러나 다음 날 롯데마트 전주점의 해당 코너에는 ‘옥시’ 제품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었다. 세탁에서부터 청소, 및 청정제품 코너 곳곳에서 ‘옥시’ 제품은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전 날, 시민사회단체들이 수거한 제품들이다. 시민사회의 불매운동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가습기 살균 피해가 심각한데 버젓이 옥시 제품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불신하고, 신뢰가 가지 않습니다. 옥시 제품 판매하지 말아주세요.”


전날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반품을 마치고 롯데마트 ‘고객의 소리함’에 적은 내용 중 하나다. 이날 고객의 소리함에 글을 적어 접수한 것만 약 20건. 이 모두 그저 휴지조각에 불과했던 것일까? 이정현 사무처장은 “롯데마트도 개인 사업자이고 판단 권한은 물론 마트 측에 있다”면서 “우리는 ‘고객의 소리함’과 발언을 통해 왜 이런 행동을 알리고 취지에 공감했으면 했는데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16일의 기자회견과 ‘옥시’ 제품 수거는 대형마트 본사와 지점이 서로 책임을 떠 넘기고 사과에 대한 진정성을 보이지 않아서 소비자가 직접 나선 것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옥시’를 판매하는 것은 안전에 대한 시민들의 정서와 무관하게 이윤만 추구하겠다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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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단체들은 대형마트가 옥시 제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부당한 이윤 추구’라고 주장했다. 국민들에게 사과를 운운하고 뒤로는 얄팍한 장사 속에 눈이 어두워 국민적인 불매 운동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북지역 소비자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북 도내 1·2·3차 가습기 살균제 피해 신청자는 총 43명.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그리고 4차 피해 접수까지 더 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전망이다. 


이정현 전북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2000년대 중반 가습기 살균제가 인기를 끌었던 시기도 있었다”면서 “피해 규모는 더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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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습관을 '콕' 하자는 롯데마트 전주점의 광고 아래 시민사회단체들의 '옥시' 불매 현수막이 걸려 있다. 롯데마트가 말하는 건강한 습관은 과연 무엇일까?


한편, 비판에도 불구하고 ‘옥시’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전주지역 대형마트들과 달리 향토마트인 ‘유명마트’는 2주 전부터 ‘옥시’ 제품을 매장에서 빼고 반품 요청을 했다. 매장 입구에 옥시 불매 안내까지 부착한 ‘유명마트’는 유통사가 ‘옥시’ 반품을 받지 않아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대형마트와 경쟁에 힘이 겨운 상황에서 동네 사람들의 피해를 외면할 수 없다는 마음, 롯데마트가 배워야 할 마음이 아닐까?


17일 오후 기자는 롯데마트 전주점에 옥시 제품 재판매에 대한 생각을 듣고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담당자가 기자에게 전화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현재까지 연락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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