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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6급수 새만금호 수질이 갈수록 악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

짧아진 겨울… 성층현상 지속되어 썩는 기간도 늘면 수질 더 악화

황의선( icomn@icomn.net) 2020.07.07 09:30

유난히 따뜻했던 지난겨울, 봄부터 시작한 성층현상 계속된 것으로 확인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2016~2020년 새만금호 수질 조사 결과 발표

- 산소 부족해 생물 살 수 없는 Dead Zone 넓게 형성, 매년 대량 폐사 반복

- 썩어가는 새만금호, ‘염분 성층화’와 용존산소 문제 해결 없이는 수질 개선 불가능

 

20년간 4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 수질 개선 사업을 벌였으나, 새만금호가 계속 썩고 있으며 겨울이 짧아져 수질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최근 5년간(2016~2020년 6월) 새만금호의 수질을 조사해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조사 결과, 물속에 층이 생겨 순환이 안 되고 바닥부터 썩어가는 현상이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나타나는데 겨울이 따뜻할 경우엔 이 현상이 겨울에도 지속된다”고 밝혔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이하 ‘조사단’)은 지난 2003년부터 꾸준히 새만금 지역 환경과 문화의 변화상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시민들의 모임이다.

 

‘조사단’은 새만금호 곳곳에서 수심별 수온과 염도의 변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용존산소량), 바닥층의 상태 등을 조사해왔다. 조사를 통해 최근 5년간(2016~2020년 6월)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수심 3m 밑으로 산소가 부족해 생물이 살 수 없는 죽음의 구역, 데드존(Dead Zone)이 만들어져 집단 폐사가 발생하며, 바닥층은 시커멓게 썩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지난 6월 5일과 10일 새만금 만경강 수역의 수심별 용존산소량(DO) 조사에서도 수심 3m 밑으로 죽음의 구역이 형성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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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호 내 만경강 유역의 2020년 6월 수질 조사 결과. 3m 밑으로 ‘염분성층화’로 인해 용존산소량이 1리터당 5mg 이하로 생물이 살 수 없는 데드존(Dead Zone)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세로축은 농도, 가로축은 수심, 두꺼운 검은 선이 용존산소량)

 

표층수의 경우 물 1리터(l)당 5mg 이상의 산소가 녹아 있어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지만, 수심이 3m 이상 깊어지면 용존산소량이 급격히 줄어 생물이 폐사하는 빈산소층(용존산소량 3mg/l 이하)으로 변하고, 바닥층에 가까워질수록 산소 농도가 0.5mg/l 이하인 무산소 층으로 바뀌어 썩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물에 층이 형성되는 것을 성층화라고 하는데, 새만금호에서 발생하는 성층화는 염분의 영향이 커서 ‘염분 성층화’라 칭한다. 민물에 가까운 표층수와 염분이 많아 무거운 저층의 물이 섞이지 않고 저층은 산소가 고갈됨에 따라 계속 썩어가 생물의 대량 폐사도 발생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새만금 수질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염분 막을 수 없는 곳에서는 담수화 불가능

환경부는 오는 9월까지 새만금 수질개선 사업을 평가한 뒤 해수유통 또는 담수화 등 앞으로의 관리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지난 20년간(2001~2010년 1단계, 2011~2020년 2단계) 진행중인 수질개선 사업에는 총 4조 3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수질은 5~6등급 수준으로 개선 사업의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송하진 전라북도지사는 더 많은 국가 예산을 확보해 새만금호 담수화와 수질 개선을 계속해야 추진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계가 분명한 사업에 또 다시 돈과 시간만 허비하는 꼴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염분 성층화로 인한 대량 폐사와 바닥층 부패 문제를 해결해야 새만금호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 텐데, 염분 성층화를 완벽히 막아 새만금호를 맑은 담수호로 만드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 때문이다.

 

새만금호는 평균 수위를 방조제 밖 바다보다 1.6m 낮게 관리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바다 쪽의 수압이 항상 높은 상태여서 30km가 넘는 제방 아래로 해수가 계속 흘러들어오고 있고, 이를 완벽하게 막아낼 방법이 없다. 염분을 제어할 수 없다면 담수화는 불가능한 일이니, 생태적 순환을 무시한 대규모 간척 사업의 공학적 문제점이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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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년 새만금호 수질 조사 결과, 약 3m 아래로는 용존산소량이 5mg/l 이하로 떨어져 생물이 살 수 없는 층이 생긴다는 것을 확인했다)

 

내부준설은 수심 깊게 만들어 수질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

새만금 매립 현장에서는 매립토가 부족해 새만금 방조제 안쪽 바닥을 깊이 파서 매립토로 쓰고 있다. 이로 인해 수심이 깊어져 성층화가 일어나는 영역이 넓어지면서 수질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새만금 방조제 안쪽 준설 작업은 수심을 3m보다 더 깊이 파내게 되어 있다. 수심이 깊어지면 성층화가 나타날 때 깊은 물속엔 산소가 없어져 모든 생명체가 죽어버리게 된다.

염분에 의한 성층화와 저층수 수질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내부 준설을 지속한다면 성층화의 면적만 더 넓어지고 수질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정부의 수질 개선 목표 달성은 더 요원해질 뿐이다. 성층화 및 저층수 수질에 대한 관리 방안부터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해수 유통만이 죽음의 층 형성 막을 수 있어

일반적인 바다와 민물에서는 표층과 저층의 밀도가 거의 동일하기 때문에 온도에 의한 성층화가 일시적으로 일어나지만, 새만금호에서 일어나는 염분에 의한 성층화는 그보다 훨씬 강력하게 층을 형성하게 된다. 새만금호와 같이 수심이 깊고 넓은 곳에서는 염분 성층화를 인위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가 없다. 결국 해수유통이라는 자연의 힘을 빌리는 수밖에 없다. 많은 나라들이 연안을 막지 않는 것은 공학적으로 염분에 의한 성층화를 막을 길이 없고,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도 실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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