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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난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였다", 어느 의사의 고백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내 폭행 및 가혹행위 피해자 인터뷰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7.07.14 12:40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 같았어요. 그곳은 마치 감옥 같았습니다.”

영수(가명, 32)씨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에서 준 감사패 이야기를 꺼내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반년이나 지났지만, 당시 이야기를 꺼낼 때 영수씨는 떨며 울먹였다. 영수씨는 지난 10일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4년차(당시 3년차) 전공의 A씨와 임상교수 B씨, 동기 C씨를 폭행 및 가혹행위 등의 이유로 전주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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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내 폭행 및 가혹행위로 논란이 되고 있는 전북대병원>

영수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선배 전공의와 임상교수에 의한 폭언과 폭행, 지속적인 왕따 등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녹취 자료와 사진 등을 근거로 밝혔다. 전북대병원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은 현재 영수씨의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영수씨는 전북대병원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부인하며 제시하는 근거들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며 이 사건이 진실 공방의 모양새로 흐르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참소리는 지난 11일 이들을 만나 그간 사정을 들어봤다. 또한, 13일 전북대병원 홍보실을 통해 병원과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입장을 일부 들을 수 있었다.

영수씨는 2016년 정형외과 전공의 1년차로 전북대병원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년차를 앞두고 전북대병원 전공의를 그만뒀다. 당시에는 퇴사 사유를 ‘개인적인 이유’라고 밝혔다.

“사직서를 그만두기 한 달 전에 제출해야 하는데, 교수들이 뭐라고 적을 거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내부전산망을 통해 제 사직서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차마 그 이유를 밝힐 수 없었습니다.”

영수씨가 사직을 앞두고 받은 감사패는 지난 2월 말, 정형외과 전공의 전체 회식 자리에서 였다. 그만두겠다는 뜻을 1월에 밝히자 회식이 열리는 매주 금요일 당직은 주로 영수씨의 몫이었다. 그런데 그날만큼은 회식에 참석하라는 이야기를 전달받아 회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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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외과 내 폭행 및 가혹행위 피해자 영수씨에게 준 감사패. 현재 정형외과는 영수씨에 대한 폭행을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기도 하다.>

영수씨는 영문도 모르고 감사패를 받았다. 그리고 박수가 이어졌다. 임상교수 B씨를 비롯해 3년차 선배 A씨와 사진도 찍었다. 그들은 웃고 있었다고 영수씨는 기억했다. 누가 봐도 아름다운 환송회를 떠올리게 만드는 그 당시를 영수씨는 ‘도살장’이라고 표현했다. 지난 4개월 간 폭언과 폭행이 그 웃음으로 덮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영수씨는 지금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하고 있다.

“당시 전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구토를 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도를 넘은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폭행 및 가혹행위”
“멍이 들 정도로 때리고 했던 말, 갑상선 이상 아니니?”

영수씨의 지옥 같았던 삶은 지난 11월 정형외과의 한 파트에 배치되면서 시작됐다고 했다. 임상교수(펠로우) B씨와 전공의 3년차 A씨가 속한 파트였다. 11월부터 시작된 폭행과 가혹행위를 영수씨는 고발장에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사례1 (임상교수 B씨에게 폭행) – 2016년 12월 20일 아침 회진 때 간호사 스테이션 앞에서 뺨을 맞고 구두발로 앞차기와 로우킥으로 수 차례 맞은 후 간호사실로 끌고 들어가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폭행 후 양쪽 다리에 피명이 들었고 절면서 걸을 수밖에 없는 상태인데도 아침, 저녁으로 회진 때문에 뛰어 다닐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프가 다 잘려서 병원치료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통증이 계속되어 진통제를 먹으며 근무를 섰습니다.

사례2 (3년차 전공의 A씨에게 폭행) - 2016년 12월 28일 오후 7시부터 수십대를 맞아서 죽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맞았어요. 11월 초부터 회진이 끝나면 매일 회의실 등으로 끌고 가서 하루 일과를 칠판에 적으며 1~2시간 동안 폭언을 하거나 기압을 줬죠.

이와 같은 폭행은 동기에게도 있었다. 위중한 환자들이 있는 중환자실 앞이었다. 이를 본 보호자가 말리기도 했다.

사례3 (동기 C씨에게 폭행) - 2017년 1월 18일 중환자실 앞에서 얼굴을 가격하려고 하여 피하려 하자 멱살을 잡혔어요. 수술복이 찢어졌고 그 상태로 화장실로 끌려가고 있는데 이를 본 한 보호자가 왜 때리냐고 말렸어요. 그리고 제가 피신하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는데 그곳까지 쫓아와 폭력을 가하려고 했습니다.

영수씨는 당시 정형외과 내에서 벌어진 폭행 사건을 이야기하며 여러 사진들을 보여줬다. 하나같이 멍이 든 사진들이었다. 임상교수 B씨에게 맞은 것이라고 했다. B씨에게 맞은 것은 12월 20일이라고 밝혔다. 이 사진들은 31일 찍은 것이었다. 영수씨의 부인이 이 상황을 설명했다.

“옷이 다 찢겨 있는 상태로 나온거에요.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답을 안 해요. 몸을 보니 멍이 들어서 사진을 찍었죠. 찍지 말라고 난리치는 것을 설득해서 찍었어요. 당시에는 참고 다녀보자는 마음이 있어서 병원 진료조차 할 수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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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교수 B씨에게 구두발로 막고 생긴 멍. 의사였던 영수씨는 정작 자신의 상처를 치료할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영수씨는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지만, 정작 자신을 치료할 병원을 찾지 못했다. 두려운 마음 때문이었다. 전북대병원은 도내에서 가장 큰 병원이다. 동네 작은 병원도 전북대병원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에 공포감이 앞섰다.

“맞은 이유를 알고 싶어요. (임상교수 B씨는) 아침 회진 중에 폭행을 가했어요. 이유를 모르겠어요. 얼굴이 붓고 해서 잠을 제대로 못 자니 갑상선 호르몬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며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던 말이 기억이 나요.”

그런 그가 폭행으로 처음 병원 진료를 받은 것은 올해 초 설 명절 때였다. 동기 C씨의 폭행(사례3)이 있고 난 후였다. 당시에는 퇴직 의사를 밝힌 후였다.

“퇴직 의사를 밝히고 나서 (일감을) 주지 않았어요. 그러면서 남은 동기들이 제가 해야하는 일들을 맡았고, 그에 대한 분풀이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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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드라마 '하얀거탑'의 한 장면>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폭행의 대물림”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내에서 벌어진 폭행 및 가혹행위는 이미 한 차례 소란이 된 적이 있었다. 지난 2015년의 일이다. 당시 전공의 3년차 H씨가 전공의 2년차들을 폭행한 것이 알려진 것. H씨는 해임됐다. 당시 폭행 피해자들은 2016년에 전공의 3년차가 된 이들이다. 다시 말해, 영수씨가 지목한 3년차 전공의 A씨가 속한 기수이다.

“2015년의 피해자가 2016년의 가해자로 변한 거예요. 당시 폭력에 대한 처우 개선이 없없고, 후배는 맞아도 된다는 인식이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영수씨는 선배 전공의 A씨의 폭언과 폭행을 교수진들도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임상교수 B씨는 후배들은 맞아도 된다는 말을 종종 술자리에서도 꺼냈다고 한다. 그리고 심각한 것은 선배 전공의 A씨의 폭언과 폭행을 알면서도 올 1월에도 A씨를 영수씨의 취프(사수)로 배정했다는 점이다. 보통 2개월에 한 번씩 파트를 옮기면서 담당 취프로 바뀌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영수씨는 말했다.

그리고 또 다른 교수는 되려 영수씨에게 “왜 녹음을 했냐”며 나무랐다. 그 교수가 말한 ‘녹음’은 A씨의 폭행(사례2)과 관련된 것이다. A씨는 당시 검사 오더를 자신이 시킨 대로 하지 않았다며 영수씨에게 굉장히 화를 냈다. 폭행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고 우발적으로 핸드폰을 통해 녹음을 했다.

“야. 이 XXX야. 웃지마 이 XX아. 여기서 네 말 믿는 사람 아무도 없어. 의사인 것처럼 하지 마.”

영수씨에 비해 나이가 4살 어린 선배 전공의 A씨의 폭언은 이날 하루만의 일이 아니라고 영수씨는 말했다. 금품 갈취도 있었다. A씨는 종종 현금을 찾아놓으라고 영수씨에게 말을 했다.

“본인이 화가 나거나 마음에 안 드는 일이 있으면 돈을 달라고 할 것이니 항상 현금을 뽑아서 가지고 다니라는 말을 했어요. 현금이 없으면 인출기에서 뽑아 오라고 했고 만 원에서 최대 7만원까지 50만원이상 됩니다.”

영수씨는 자신에게 뺏어간 돈을 어디에 사용하는지 뒤 늦게 알게 됐다. 정형외과 병동 앞 엘리베이터 앞에서 A씨가 다른 동료 전공의에게 여자친구랑 썼다는 말을 들은 것이다.

“돈을 주고라도 벗어나고 싶었어요. 당시에는 그 말을 들었을 때도 그저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정형외과 내 폭행 및 가혹행위 뿐 아니라 부조리까지”

작년 11월부터는 1년차부터 집합시키고 얼차려를 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매주 금요일 전공의 1년차부터 교수진까지 참석하는 회식에 늦는 경우가 빌미가 되기도 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도 밀려 있을 때도 100% 참석을 해야 했어요. 늦게 나오면 회식이 끝나고 밤 11시 즈음 8층 회의실에 모이게 하고 얼차려를 줍니다. 4년차가 3년차를 혼내고 나가면, 3년차가 2년차를, 2년차가 1년차를 혼내는 방식이었어요. 그런 자리에서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다고 여론을 몰고 그 때문에 관련이 없는 윗 년차 선배나 동기들과도 사이를 멀어지게 했습니다.”
의국 내 의사들의 수직적 질서 속에서 벌어지는 폭행과 가혹행위. 영수씨는 반복되는 폭행과 가혹행위는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했다. 수직적 질서 속에서 폭행과 함께 부조리한 일들도 있었는데, 그 것도 이유였다.

영수씨에 따르면, 1년차 전공의들은 선배들의 주말 식사비 등이 포함된 돈을 종종 내야했다. 그 돈이 모두 합쳐 1인당 약 600만원에서 ~ 800만원 수준. 1년차 전공의 대표의 계좌로 50만원에서 많게는 100만원까지 부정기적으로 냈다. 그 돈들이 어떻게 쓰이는지 영수씨는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의국비 명목으로 200만원을 요구받기도 했다.

참소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영수씨가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1년차 전공의 입사(2016년 3월) 이전인 2015년 말부터 돈을 걷었다. 입사 이전에 낸 돈만 어림잡아 약 80여만원이다. 영수씨는 입사 이전에도 전북대병원에서 일을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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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병원 내에 있는 히포크라테스 선서. 어느 병원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이 선서. 병원 내에서 이 선서는 그저 장식품에 불과한 것일까?> 

전북대병원, “가해자 지목 된 이들은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전북대병원 조사 일부 부실 의혹

13일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의사들은 수술실 일정 및 언론의 과도한 노출 등으로 인해 업무에 마비가 온다는 등의 이유로 연락이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전북대병원 홍보실은 이들이 영수씨가 말한 내용을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정형외과 내 폭행 및 가혹행위에 대해서 전북대홍보실은 “현재 조사 중에 있으며, 그 여부에 대해서는 서로 입장이 달라 판단을 현재까지 내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리고 2015년 폭행사건이 발생하고 정형외과는 해임이라는 초강수를 둬 재발 방지에 노력을 했으며, 인턴을 비롯한 전공의에 대한 면담을 늘렸다고 밝혔다.

한편, 1년차 전공의를 상대로 돈을 걷는 등의 부조리에 대해서는 “의국비 200만원 주장은 확인한 결과 동문회비로 100만원을 걷은 것이 확인됐다”면서 “주말 식사비 등의 명목으로 걷은 것은 사실로 확인됐으며 병원에서 금지 조치를 했는데 야간 근무 등이 많은 정형외과는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북대병원의 조사가 과연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을 남는 상황이다. 우선 1년차 전공의들이 입사 이전부터 돈을 걷었다는 점에 대해 홍보실은 그런 적이 없다고 이야기를 했다가 10만원 정도 걷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참소리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입사 이전부터 약 80만원 상당의 돈을 영수씨는 1년차 전공의 대표에게 보냈다.

또한 선배 전공의 A씨의 폭언에 대해서도 “일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해서 뭐라고 한 부분이 있다”는 수준의 해명을 내놨다. 폭언의 수준까지 파악을 했는지 여부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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