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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끓어오르는 분노로 치가 떨린다

한선남( 1) 2002.11.26 00:29 추천:2

[편집자 주] 27일 노동부장관 전주방문 항의시위 중 전주 노동사무소에서 한 인권단체 활동가가 성폭력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기자의 글을 싣는다.


아침에 전화를 받고 내가 노동사무소 앞으로 갔을땐 이미 집회는 시작되고 있었다. 경기에서 온 번쩍번쩍 윤이나는 차를 타고 방용석 노동부 장관은 전주에 왔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집회는 계속 되었고 지속적으로 장관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었다. 11시 50분쯤이 되었을까? 노동부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장관이 면담을 하겠으니 잠시만 기다리라는 말을 하였다. 기다렸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노동부종합청사 앞에 있던 경찰들이 일사불란하게 청사앞을 빠져 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모두들 어리둥절해 있을 때 조합원 한분과 노무사님께서 청사 안쪽으로 뛰어들어 가셨고, 전북평화와인권연대사무국장 서미숙 선배가 청사 안쪽으로 걸어들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순간 청사앞을 빠져나갔던 전경들이 다시 우르르 몰려 들어오고 있었다. 순간 나는 서미숙 사무국장님 옆으로 경찰들이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전경들 사이로 들어가 서미숙 사무국장님 옆으로 갔다. 그런데 내가 갔을 때 사무국장님이 소리지르는 것이 들렸다. "어딜만져!!", "당신이 지금 내 가슴 만졌잖아!!" 나중에 직접들은 사실이지만 노동부직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분이 화장실에 가려고 했던 사무국장님을 저지하면서 손으로 가슴을 만지며 이러지 말라고 그랬다고 한다.

그당시에 나와 사무국장님 그리고 남성조합원 한분 이렇게 세사람만이 노동부 정문 바로 앞에 있었고 나머지 조합원들은 경찰들이 막고 있는 상황이여서 세사람이 있는 곳까지는 볼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해자는 남성조합원과 실랑이가 있었지만 유유히 청사 유리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갔고, 청사 안쪽에 있던 직원들 중에 어느 누구도 그 가해자에게 문제 삼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밖에서 "성폭행한놈 나와!!"를 계속 외쳤지만 어느누구도 우리의 외침을 귀담아 듣는 사람이 없었고, 경찰이 바로 옆에 있었음에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노동부는 이제는 아예 셔터를 내려버렸다.

나와 사무국장님은 계속 소리를 지르며 항의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끌어내!!하는 소리와 함께 전경들이 나와 사무국장님을 애워싸고 끌어 당겼다. 꺅∼하는 비명소리...

얼마가 지났을까... 전경들의 손이 나를 놓아 주었다. 나는 사무국장님이 있는곳으로 갔다. 사무국장님은 쓰러진채로 정신도 못차리는 것 같았다. 울면서 누워있는 사무국장님을 일으키려고 했으나 사무국장님은 목이 아프다며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말하엿다. 전경들이 끌어내려고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뒤에서 겉옷을 끌어 올렸고. 그 옷들이 올라 가면서 목과 입을 막아 숨을 쉴수가 없었다고 그 상태로 2∼3분정도를 있었다고... 눈물이 나고 분노가 끌어 올랐다.

성폭력의 피해를 입은 여성이 항의를 하고 있었는데 경찰들을 가해자를 끌어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끌어내려 하였고 무자비한 폭력이 행해졌다.

그 상황에서 우리들이 폭력에 대응할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소리를 지르는 것 밖엔 없었다. 성폭행 한 놈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도, 뒤에서 목조른놈 나오라고 소리를 질러도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피해를 당한 여성은 너무나도 놀라서 자신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여서 그때의 상황을 얘기하면서도 울음을 터뜨리는데 아마도 가해자들은 유유히 거리를 거닐고 있겠지..

성폭력 가해자의 신원을 파악해 오늘(11월 27일) 5시까지 연락을 주겠다던 노동부는 신원을 파악하지 못했다며 아마도 노동부에서 일하는 직원은 아닐거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어느 근로감독관은 노동부를 찾아간 나와 전준형 평화와인권연대집행위원장님에게 가해자를 알아서 찾아 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가해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면서도 이름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말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반드시 이번 사건의 가해자를 잡아내고 공개적인 사과를 받을때까지 싸워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끝까지 투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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