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뉴스

평화적으로 진행된 집회에 경찰이 집시법을 무시하며 공권력을 휘둘러 문제가 되고 있다.

30일 낮 2시 전주 코아백화점 앞에서 민주노총 전북본부, 전국농민회 전북도연맹을 비롯한 사회단체 회원 약 2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3대 악법 폐기·WTO 쌀개방 반대·주한미군 철수' 전북민중대회가 진행됐다.

이날 집회는 ▲3대 악법에 대한 노동자들의 투쟁 ▲쌀 수입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의 투쟁 ▲새만금 사업 즉각 중단을 위한 주민들의 투쟁 ▲살인미군의 무죄판결로 인한 주한미군 철수 투쟁 등 투쟁하는 민중들이 한곳에서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하는 자리로, 14개 이상의 도시에서 전국동시다발로 진행됐다.

11월 30일 전북민중대회 폭력진압 (2:40)


성조기 화형식을 저지하기 위해 집회를 진압하고 있는 전북경찰

▲주말을 맞아 부모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어린이가 경찰의 집회장 안 진입, 폭력진압으로 어쩔줄 몰라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참가자들이 미군 장갑차에 의한 두 여중생의 사망사건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기 위한 성조기 화형식을 진행하려 하자 1000여명의 전경이 아무런 경고 없이 집회 장소로 들어와 거친 몸싸움이 시작됐다.

집회 장소 안으로 들어온 전경은 성조기가 타는 것을 막기 위해 가지고 온 소화기를 성조기 화형식이 끝난 뒤에도 집회 참가자들의 얼굴 정면에 대고 살포했다.

한 집회 참가자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정말 대한민국 경찰이 국민에게 이럴 수 있는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 사건을 목격한 인근의 시민도 "정말 단지 성조기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난 거냐"며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과잉진압에 대한 본지 기자의 질문에 경찰 관계자는 "오늘 사건은 정말 유감이며 가슴이 답답하다"며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집회를 주최한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이후 모든 방법을 동원해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주한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자국국민들에게 폭력을 휘둘러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경찰이, 이젠 미국국기를 태운다는 이유로 과잉진압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의 폭력진압은 단지 천에 그린 미국국기 때문이었다..(경찰의 진압 시도에도 불구하고 성조기에 불을 붙인 집회 참가자들)


다음은 합법적인 집회에 경찰이 집시법을 위반하고 과잉진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북본부 관계자와의 인터뷰이다.

오늘 사건은 어떻게 일어난 것인가?
주한미군을 규탄하는 의미에서 성조기 화형식을 준비했다. 하지만 전경 1000여명의 경찰이 이를 막으려고 해 심각한 문제가 일어났다. 이날 집회는 거리행진도 계획되어 있지 않은 정말 평화적인 집회였는데도 이런 사태가 일어난 것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의 어떤 행동이 문제인가?
이것은 경찰의 명백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이다. 집시법에 따르면 허가된 집회안에는 공권력이 절대 들어올 수 없다. 만약 불가피하게 들어온다고 할지라도 정복을 입고 들어오게 되어있다. 하지만 법을 지켜야 할 경찰이 오히려 불법을 저질렀다.

▲경찰이 성조기에 붙은 불을 끄기 위해 소화기를 뿌려대고 있다(사진 위) 성조기 진화에 사용된 소화기는 집회 참가자들에게도 뿌려졌다(사진 아래)

오늘 경찰의 행동은 최근 일고 있는 과잉진압 형태라는 지적이 있는데?
합법적인 집회장소 안에 전경이 불법으로 들어온 건 둘째 치고라도, 경찰이 불법집회 시 집회를 해산시키려 할 때 선무방송(경고방송)을 먼저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오늘 경찰은 아무런 얘기도 없이 사전에 허가가 된 집회를 폭력으로 진압해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또한, 오늘 집회를 분산시키기 위해 전경뿐 아니라 많은 사복조가 투입이 됐는데, 사복조는 형사계에 근무하는 자들로 강도를 잡는 것이 주업무다. 이것은 명백히 집회 참석자들을 범법자로 취급하는 것에 다름아니며 집회 참가자 중 한 사람으로 분노를 느낀다.

오늘 사건에 대해 이후 대처는?
오늘의 폭력진압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 이미 전북경찰은 지난 27일 전주노동사무소의 성추행 묵인 등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 과잉 진압을 벌여왔다. 또한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들이대며 집회 참가자들을 탄압해, 최근 집회참가자 중 5명이 고발조치되는 등 탄압을 자행하고 있다. 자기들의 시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법률을 위반했다라며, 평화적인 모든 집회에 대해 형사처벌을 자행하는 경찰 측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이후 대응을 논의해 보아야겠지만, 분명한 것은 절대 이번 사건을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법적 대응을 비롯한 모든 수단의 투쟁을 모색할 것이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