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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사회 "권력에 의한 언론의 위기, 반전의 시대는 올 것"

김승환 교육감과 YTN, MBC 해직언론인들이 만나다

주현웅( chesco@tistory.com) 2016.05.02 15:49

최승호PD "청와대가 공영방송사 사장 임명하는 시스템 개선 필요, 어떤 식으로든 시민들의 견제가 힘을 발휘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


노종면 기자 "좋은 기사라면 시민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유통되고, 그렇게 시민이 중심이 되고 언론인들이 함께하는 좋은 의미의 십알단 조직돼야"


조승호 기자 "선이든 악이든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


김승환 교육감 "해직언론인들 그동안 고생많아, 머지않아 반전의 시대가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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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전주역사박물관(전북 전주시 효자동2가)에서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과 '해직 언론인 출신 현역 언론인'들이 시민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과 MBC에서 해직된 최승호 PD, YTN에서 해직된 노종면, 조승호 기자가 참여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과 대안 언론인의 이야기 한마당>이란 이름의 행사에서 이들은 짜여진 각본 없이 시민들이 던지는 다양한 질문들에 대답하면서도 우리 언론의 현주소를 되짚었다. 박민(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실장)씨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 행사는 2시간으로 예정돼 있었으나 시민들의 다양한 궁금증, 언론인들의 열변이 더해져 30분이 연장됐다.


행사 오프닝에서는 2008년부터 시작된 YTN노조투쟁 관련 영상과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을 다룬 영화<자백>의 일부가 틀어지며 분위기가 다소 침체될 뻔 했으나, 이내 언론인들의 유쾌한 첫인사가 이어지며 활력있는 분위기가 되살아났다.


시민들과의 첫인사에서 최승호PD는 "<자백>이란 영화로 데뷔한 영화감독 최승호입니다"라고 본인을 소개해 좌중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이어 노종면 기자는 "'대안'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저는 언론인을 직업으로 한 해직노동자일 뿐이다"라며 본인을 소개했고, 조승호 기자는 "(최승호PD, 노종면 기자를 가리키며) 나는 저분들과 달리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특유의 친근함 모습을 보여줬다.


이후 언론인들은 시민들과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아래는 이들과 시민들이 나눴던 일문일답.


시민 : 다들 해직자로서 어떻게 지내나?


노종면 기자(이하 '노') :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신 덕분에 잘 지낼 수 있었다. YTN의 경우 노조규모가 크지 않다. 조합원이 400명이 조금 안 된다. 투쟁 당시 제가 노조위원장이었는데, 그 분들이 내는 조합비를 가지고는 해직된 조합원들의 생계를 유지시키기 어렵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조합원들이 이 같은 사정을 알아줬다. 거기다가 비조합원들도 이에 공감해 줬다. 그리하여 '희망펀드'라는 것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조건없이 받는 돈이었는데, 도저히 그냥 받을 수는 없다는 판단에 '펀드'형태로 받은 것이다. 이는 아시다시피 나중에 일정한 조건이 되면 돌려주는 형식이다. 그게 재작년 말에 비로소 청산됐다. 6년 만이다. 이 펀드에 동참해주신 분들 중에는 평범한 시민분들도 계신다. 이러한 분들 덕분에 지낼 수 있었다.


조승호 기자(이하 '조') : 노종면 기자가 YTN노보편집을 작년까지하다가 이번에 '일파만파'라는 새로운 업무 때문에 이 일(노보편집)에서 손을 뗐다. 그래서 내가 현재 YTN노보편집을 맡고 있다. 또한 방송기자 연합회 정책위원장 업무를 동시에 맡고있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실현될 수도 있겠단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웃음). 먹고사는 문제에 대해서는....(망설이며)우연의 일치인지 몰라도 YTN 6명의 해직자 가운데 5명이 맞벌이다. 다 믿는 구석이 있었단 얘기다. 나도 그 중에 하나다. MB정권에 대해서는 자존심을 세우는 대신 아내 앞에서는 자존심 팍 죽이면서 살고 있다.


최승호 PD(이하 '최') : 뉴스타파에서 앵커하고 있다. 그리고 MBC노조의 경우는 규모가 좀 된다. 그래서 임금은 MBC노조에서 절반, 뉴스타파에서 절반씩 받고있다. 현재 해고 무효소송이 2심 판결까지 진행됐고 다 이겼는데, 3심까지 이기면 한꺼번에 엄청난 거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노조에서 다 가져가는 건데, 노조가 엄청난 부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승환 교육감 질문 : 소송이 길다. 녹초가 될 법도 한데, 소송에 대해 다른 할 말 있는지?


최 : 얼마 전에 '백종문 녹취록 사건'이 있었다. 그 사람은 우리가 해고될 당시 도장 찍었던 사람이다. 이 사건은 백종문씨가 언젠가 극우성향을 가진 인터넷 신문사 편집국장과 나눈 대화의 음성녹음본이 드러난 사건인데, 거기에서 백종문씨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해고무효소송이 진행 중인데 우리가 1심에서는 6명 다 해고무효로 나와서 졌지만, 2심에서는 네 사람은 해고 받아들여지고 두 사람은 해고 무효가 나와도 괜찮다. 왜냐하면 두 명은 사실 해고할 때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는 걸 우리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두 명은 해고무효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 이들은 나중에 돌아오게 되면 그때 받아주면 된다."


이 말은 백종문씨가 자기 마음에 안 들면 일단은 해고를 시키고, 소송이 진행되는 아주 긴 시간 동안은 MBC라는 거대한 조직에서 나오는 막대한 금액을 자기 마음대로 쓰겠단 것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소송을 걸어 사람을 지쳐 쓰러지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참고로 거기서 언급된 두 명 중 한 명이 나다.


이제 여소야대 상황이 됐다. 야권에서 백종문 녹취록에 대한 청문회를 통해 현재 공영방송의 문제점을 드러내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의석상 가능하다.


노 :  백종문 녹취록 사건은 잘 알고보면 섬뜩한 일이다. 거기 내용 중 "이럴 줄 알고 얘네들을 끼워넣은 거야"란 대목이 있다. 여기서 "이럴 줄"의 뜻은 MBC가 법원의 체면을 세워주기 위해 본인들이 '질 명목'을 고의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으로 봐야 한다.


쉽게 말해 MBC가 현직 기자와 피디를 해고시켰는데, 이 경우 법원은 전부의 해고가 정당하다고 하기엔 부담스러웠을 게다. 그래서 어느 정도 구제해줄만한 사람을 MBC가 미리 넣은 것이다. 법원도 체면이 서야 되니까. 섬뜩한 일이다. 저들은 미리 판을 짜놓은 것이다.


시민질문 :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면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최 : 공영방송의 정상화다. 청와대가 사실상 공영방송의 사장을 임명하는 형태가 어떤 식으로든 수정돼야 한다. 시민들이 견제할 수 있는, 그런 힘들이 실제로 발휘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노 : 워낙 많다. 그래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다만, 마침 우리처럼 조직에 속해있지 않은 거리의 언론인들이 있고, 어느 때보다 현재 언론의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심각성을 잘 알고 있는 시민분들이 계신다. 이 두 주체들이 잘 엮였으면 좋겠다. 시민이 중심이 되는 막강한 보도 유통망, 그것부터 빠른 시일 내에 구축돼야 한다고 본다.


쉽게 말해 시민분들이 보시기에 '좋은 뉴스'라면 시민들의 자발적 힘으로 뉴스가 유통되는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 매체력을 떠나서 말이다. 당장엔 SNS도 방법이다. 이런 식으로 언론인들과 시민들이 함께하는 좋은 의미의 십알단이 조직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 : 선이든 악이든 어떤 권력이 들어서도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사실 노무현 정권도 YTN에 낙하산 사장을 보내려 했었다. 그러나 당시 YTN노조 기준에서는 부적격 인물이었다. 이에 노무현 정부는 비공식 채널을 통해 "왜 반대하느냐"는 의사를 우리에게 타진해 왔고, 우리는 "단지 싫다"가 아니라 "우리가 마련해 놓은 명확한 기준에서 부적격 인물이다"라고 이유를 댔다. 그랬더니 결과적으로 그 기준에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을 보내더라. 이 경우 노조 입장에서는 반대할 명분이 안 생긴다.


나는 이게 상식이고 순리라고 생각한다. 다만 MB정부는 이를 '인사권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 들이더라. 어찌 됐든 이 같은 상황을 권력자의 선의에만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선이든 악이든 언론의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언론이 마련하는 것, 이것이 우선은 시급하다고 본다.


참소리 질문 : <뉴스타파>의 경우 후원금을 통해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 혹시라도 만에 하나 나중에 후원자의 숫자가 줄어든다면, 그 이후의 생존법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는지? '5인 미만 언론사 퇴출'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단위 대안매체의 생존문제와 이들의 비전 등에 대해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있는지?


최: 미래에 대한 걱정은 우리도 한다. 후원자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도 그럴 수 있겠지만, 또 다른 걱정은 언젠가 우리의 언론시장이 전체적으로 정상화 된다면 대안언론들의 존재의미는 축소되지 않겠는가 하는 고민도 같이 있다. 


대비책이 있다면 일단은 실력부터 키우고 보는 것이다. <뉴스타파>는 '탐사보도'에 특화된 매체다. 탐사보도라는 게 쉽지가 않은 일이다. PD수첩에서 일할 당시 후배들에게 "1년만 하자"고 꼬셔서 데리고 온 후에 정말 1년을 다 채우면 "1년만 더 하자"라고 또 꼬셔야했다. 쉽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기성매체 기자들 대부분도 마찬가지다. 출입처를 2~3년 단위로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 그렇다 보니 언론인들이 한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기가 쉽지 않다. 


이런 측면에서는, 설령 나중에 우리 언론시장이 정상화 되어도 <뉴스타파>가 기성매체들과의 경쟁에서 해볼만하다는 생각을 한다. 지금 후배기자들이 10년 동안 뉴스타파에서 탐사보도만 한다고 생각해 봐라. 분명 나중에는 탐사보도의 전문가가 돼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역단위 대안언론에 대해서는 해줄 수 있는 얘기가 없다. 정확한 사정이 어떠한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건 주제넘는 일인 것 같다.  


이외 다른 이야기들


이 날 2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언론인-시민들 간의 질의응답 시간에는 다양한 주제가 등장했다. 현재의 정치상황에서부터 차기 정권에 이르기까지 언론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이 있었으며, 학생기자단으로 참석한 청소년들은 "왜 기자가 되셨나요?"와 같은 식의 궁금증을 나타냈다.


그리고 행사의 끝은 각 언론인들의 마지막 말들로 마무리 됐다. 이들은 공영방송 정상화와 시민사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 언론이 정상인 상태라면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을 아마 PD수첩에서 볼 수 있었을 겁니다. 그 정도 되는 사건을 PD수첩에서 보도하면 시청률 4~5%는 나와요. 엄청난 거죠. 이 경우 다음 날이면 모든 언론들이 이 문제를 안 다룰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민사회가 권력을 갖는 겁니다. 언론이 힘을 모아 보도해도 우리사회 권력은 변화되지 않거든요. 그들이 언론보다 더 강력한 권력이기 때문이지요. 결국 시민사회가 권력을 쥐고 있어야 합니다." (노종면 기자)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당시 저는 그 현장을 밤을 지새가며 한 달 간 지켰어요. 하지만 당시 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YTN노조투쟁 당시 화면에 아주 잠시 나갔을 때에는 동네 골목에서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더군요. 그때 비로소 공중파의 힘을 깨달았답니다. 공중파 언론의 정상화는 이러한 이유로 포기할 수가 없는 거에요.


또 시민분들도 끊임없이 언론에 경각심을 일깨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MB정권 당시 촛불집회 때가 기억나는데요, 촛불을 든 수만 명의 시민들이 YTN사옥에 몰려와 "YTN 불꺼라"하며 외쳤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 우리 기자 중 한 명이 그 모습을 영상으로 촬영해 노조 게시판에 올렸는데 그 영상을 본 많은 기자들이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는 우리가 공정보도를 위한 투쟁에 나섰던 기폭제였어요. 이와 같이 시민분들이 언론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경각심을 일깨워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조승호 기자)   


한편 이 날 언론인들과 함께 자리에 나선 김승환 전북도 교육감은 "곧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며 "언론 본연의 역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 시간 동안 여기 계신 언론인 분들, 끊임없이 투쟁하시면서 온갖 고생들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가 인생을 나름대로 조금 살아보니 '감'이라는 게 생기더라고요. 이제 반전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느낍니다. 머지않아 지난 번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으로 역전된다면 절치부심으로 언론 본연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들을 제대로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승환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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