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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가정 보호보다 피해자 인권 보호, '가정폭력처벌법' 개정해야

전주 여성의 전화, "가정폭력, 형사처벌 원칙으로 기소유예 제도 폐지해야"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8.05.10 20:43

10일 오후 전주 여성의 전화는 전북 전주시 전북대 구정문 앞에서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선포문’을 발표하고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심민경 전북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남편을 비롯한 친밀관계에 의해 죽임을 당한 여성이 80여명을 넘어섰다”면서 “1.9일마다 한 명의 여성이 쓰러져가고 있다”면서 가정폭력을 비롯한 여성혐오 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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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성의 전화는 “두 가정 중 한 가정에서 욕설과 위협 등 정서적 폭력이 일어나며, 네 가정 중 한 가정에서 신체적 폭력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가정폭력은 일상과 관계에서 벗어날 수 없기에 타인에 의한 폭력보도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신고율은 1.7% 수준. 피해자 100명 중 2명 정도만 경찰에 신고하고 있으며, 신고를 해도 기소율은 8.5%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전주 여성의 전화는 “성폭력이 그렇듯 가정폭력 피해자도 피해경험을 주변에 알렸을 경우, 피해자 비난의 2차 피해를 겪고 죄책감에 고립되며, 분노할 권리를 빼앗긴다”면서 “여성들이 피해를 말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주 여성의 전화는 미온적 사법개입과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통념, 2차 피해 등의 장애물이 제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가정폭력처벌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주 여성의 전화는 “지난 3월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가정폭력처벌법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면서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 조항을 피해자와 가정 구성원의 안전과 인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가정폭력범죄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하여 사회적 범죄라는 것을 분명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UN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처벌법의 주요 목적을 피해자와 그 가족은 안전보장에 둘 것과 성별정체성, 성적지향과 관계없이 다양한 가족과 모든 여성들이 법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상담 및 교육조건부 기소유예제도를 폐지하고 화해조정절차의 사용을 금지할 것 등을 권고했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부터 신설된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 도입으로 매년 수 백명의 가정폭력사범이 상담을 조건으로 사실상 아무런 법적 처벌도 받지 않고 풀려나고 있다.

2015년에는 851명, 2016년에는 511명으로 해마다 500명 이상의 가정폭력사범이 풀려났다. 전주 여성의 전화는 “우리 사회와 정부는 이제 답해야 한다”면서 “여전히 가정보호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용인할 것인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피해자의 인권과 지역사회의 안전을 함께 도모할 것인지 결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을 전주 여성의 전화는 법의 목적 조항이 가정의 회복과 안정에 방점이 찍혔기 때문으로 봤다. 올해로 21주년이 되는 가정폭력처벌법은 제1조 목적을 통해 가정폭력범죄로 파괴된 가정의 평화와 안전을 회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가꾸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이 법이 광범위한 폭력 뿐 아니라 강간과 살인 등도 범죄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보호라는 이름으로 폭력이 용인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주 여성의 전화는 “폭력의 책임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에게 묻고 요구하는 것이 정의”라면서 “단지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 누군가가 부당함과 고통을 견디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그런 가족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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