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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남북철도연결은 내일의 평화통일 마중물”

한반도평화대행진 왜관IC~왜관철교를 가다[현장르포]

(사)생명평화마중물 사무국장 윤창영( yespeace21@hanmail.net) 2021.05.2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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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철도잇기 한반도평화대행진을 마무리한후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남북철도잇기 한반도평화대행진.

오늘(19일)은 경북 칠곡면 왜관지역을 순회하는 날.

지난달 27일 부산역에서 첫걸음을 내디딘 후 20일째 되는 날이다.

진보와 보수를 넘어 한반도 평화와 공동 번영이라는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하는 남북철도연결의 중요성을 알리는 걸음걸음이 이어져 온 것이다.

“평화와 통일을 사랑하는 시민들과 함께 번영의 젖줄이자 평화의 상징인 남북철도 연결의 당위성을 만천하에 알려 나가자”며 “남북철도가 연결되면 중국,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결되고, 유라시아와 유럽으로 뻗어 나간다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에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문규현(75) 신부의 말로 왜관행진의 기적소리를 울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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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서 행진참여를 위해 함께한 문규현 신부, 윤창영 (사)생명평화마중물사무국장, 장종혁 전주교구가톨릭농민회회장.(왼쪽부터)>

#. 오전 6시 전주출발

전북 전주에서 경북 칠곡면 왜관까지는 2시간 30분정도 소요된다. 이 날 왜관IC에서 시작하기로 한 평화대행진 출발은 오전 9시 30분.

시간에 맞추기 위해 우리는 전주 서신동성당에 6시까지 모이기로 했다.

이 날 함께 움직일 사람은 문규현 신부와 장종혁(63) 가톨릭농민회회장이다.

문규현 신부는 “오늘 출발을 위해 새벽 3시에 일아나 아침미사를 드렸다”며 “함께 가는 우리들을 위해 간식과 따뜻한 커피를 만들어 봤다”고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따듯한 신부님의 맘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우리 맘 같지 않게 혹독하기만 하다. 오늘 역시 종잡을 수 없는 상황. 어제는 종일 비가 내리더니 오늘 새벽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안개가 자욱했다.

흐릿한 앞. 어두운 길. 여명을 밝히며 동쪽으로 향하는 길이 마치 암흑속에서 희망을 향해 달려나가는 것만 같다.

문규현 신부가 “그래도 희망입니다. 당신이 희망입니다.”라고 언제나 말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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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IC를 출발한 평화행진단>

#. 오전 9시 왜관IC

오늘 행진은 왜관IC를 출발해 왜관미군지기 캐럴캠프와 칠곡대로, 중앙로를 지난 거쳐 왜관역을 거쳐 왜관철교까지 이어진다.

때마침 오전 9시가 되자 집결 장소에 사람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코로나 대응을 위한 열체크와 참가 등록을 마친 참가자들의 수는 족히 50여명은 돼 보였다.

오늘은 부처님오신날로 휴일이기에, 서울을 비롯해 광주, 순천, 대구, 소성리, 성남, 전주 등 전국 각지에서 참여가 늘었다 한다.

집행부의 안내사항과 주의사항이 이어진 후 행진을 위한 도열이 시작됐다.

우선 LED 영상차량이 선두에 서고 대형깃발이 펄럭이며, 남북철도잇기 현수막이 뒤를 따랐다. 다음은 남북철도연결의 염원을 담은 조형물이 서고,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온 참여자들이 피켓을 들고 따르는 순서다.

왜관IC출발과 함께 영상차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는 평화와 통일을 염원하는 참가자들에게 더욱 힘을 주는 듯 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세상에서 가장 늦을 통일을~ 가장 멋진 통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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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관미국기지 케럴캠프 앞에서 미국 바이든정부에 보내는 서한 낭독을 준비중인 행진단>

 

#. 오전 10~12시 케럴캠프와 거리캠페인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사드배치.

소성리 사드 운용의 핵심기지가 바로 왜관에 위치한 미군기지 케럴캠프다.

대구평통사 김찬수 대표는“이 캠프에서 소성리까지 하루에도 수없이 헬기가 오고 간다”면서 “ 6.25 UN참전 이후 가장 잔인하고 혹독한 폭격이 이뤄졌던 왜관전투 이후 세워진 첫 미군기지”라고 설명했다.

오전 10시 넘어 케럴캠프에 도착해 김찬수 대표는 미국 바이든정부에게 보낼 서한을 낭독했다. 김 대표의 편지내용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위해 미국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 아니라면 방해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김 대표는 특히 지난 2018년 판문점선언과 평양선언에 대해 강조했다.

이 두 개의 선언 핵심은 종전선언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이다. 하지만 1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 두 선언은 ‘데드라인’도 지키지 못한 채 추락하기 시작했다.

경의선과 동해선, 경원선, 금강산선, 수색~신의주 고속철 등 기대를 모았던 남북철도연결 문제도 사실상 신기루가 되고 있다.

실제 전문가들은 철도연결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나라로 미국을 꼽고 있다.

영국 킹스칼리지 국제안보전문가인 크리스토퍼 워터슨은 남북철도사업과 관련, “미국은 그 어떤 나라도 모든 산업용기계류나 운송수단, 철강과 금속류가 이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의 철도 건설에 쓰일 어떤 금속이나 작업에 필요한 차량조차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을 허용치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루카와 가쓰히사 전 유엔 전문가패널 위원도 “남북철도 연결은 유엔 안보리와 미국 정부로부터 제재 면제 승인을 받아야 하는 프로젝트”라며 “연결문제는 전적으로 미국 정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현재의 남북철도연결은 우리 손으로 할 수 없고,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승인을 얻어야 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

김 대표는 “남북철도는 외세에 의해 절단된 길로 이제 노동자, 농민, 종교인 등 시민의 힘으로 다시 이어 나가자”면서 “우리 운명은 미국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가자”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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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에 앞서 힘차게 구호를 외치고 있는 행진단의 모습>

 

송정민(가명) 참가자는 “판문점과 평양선언때 심장이 두근거리고 가슴이 부풀어 오를 정도로 기쁘고 황홀했다”면서 “지금은 그 약속은 잊혀지고 미국의 눈치보기에만 급급한 현 정부의 무능이 최고조에 달했다”고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왜관 거리캠페인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행진단을 향해 입에 담자 못할 심한 욕설을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 영상차량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시끄럽다면 항의하는 이들.

그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표현문구는“빨갱이”였다.

반면 어떤 시민들은 “수고하다”“응원한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그 중 거리캠페인의 단연 하이라이트이자 주인고은 왜관초등학교 학생들. 한 무리의 초등학생들이 행진단이 나타나자 “남북통일”을 목이 터져라 외쳐 행진단의 함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평화대행진이 끝나는 구간인 왜관철교까지 함께 하며 홍보단 역할을 톡톡히 수행해 냈다.

왜관초 학생들은 “남북철도가 연결돼 유럽으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고 싶다”며 “하루빨리 남북통일이 이뤄져서 함께 행복하게 살면 좋겠다”고 바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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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희생된 영령을 위로하는 위령제>

 

#.오후 3시 왜관철교

오후가 되자 30도에 육박하는 강한 햇빛과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로 찜통속에 있는 듯 했다.

몇몇 사람들은 얼굴과 팔이 벌겋게 익어가고 있었다.

오후의 찜통속을 걸어 목적지 왜관철교에 도착했다.

남북철도잇기 한반도평화대행진 왜관철교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바로 낙동강을 가로지르는 왜관철교를 사이에 두고 50여일간 치열한 교전이 펼져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미국 제1기병사단이 결국 왜관철교를 경간을 폭파함에 따라 북한군의 남하가 늦어져 북진의 계기를 마련했다 하여 ‘호국의 다리’라 불리고 있다.

왜관철교는 6.25전쟁 당시, 엄청난 포격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으로, 우리민족에게는 동족상잔의 최대 비극의 현장 중 한 곳이다.

왜관철교는 4대강 사업의 비극의 현장으로 또다시 회자되기도 한다. 지난 2011년 칠곡보를 막고, 24공구 강바닥 준설로 인해 교량상판이 기울어져 결국 철교 붕괴로 이어졌다.

역사의 장난인지 몰라도 아이러니하게도 철교 붕괴 날짜가 6월 25일이란다.

왜관철교를 건너 소공원에 도착한 행진단은 남북철도잇기 평화기원제를 열어 전쟁에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평화통일을 염원했다. 

이어진 평화기원제는 6.25전쟁으로 희생된 분들의 원혼과 분단으로 고통받은 이 땅의 모든 분들을 위로하며 춤 공연과 고희림 시인 <운명> 시낭송, 그리고 가족사물놀이단 동동이의 풍물공연이 이어졌다.
끝으로 한국전쟁으로 희생된 영령들을 위로하고 남북철도잇기 축원을 기원하는 축문을 낭독하고 소지했다.

김찬수 대표는 “다시는 전쟁의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되며, 남북철도잇기 대행진이 한반도 자주 평화 통일의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행진에 함께 하자”는 호소와 함께 평화기원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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