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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 시민저널리즘 후퇴 부른다"

"인터넷언론은 사이비언론이라는 등식 적용... 소수언론에 대한 차별과 배제"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9.22 22:03

“과도한 경쟁, 선정성 증가, 유사언론행위(기사를 빌미로 기업에 광고를 요구하는 행태) 등을 이유로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한다”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밝힌 이유다.


시행령 개정안은 취재 인력 2명을 포함해 취재·편집 인력 3명의 명부 제출을 5명 이상의 상시고용을 4대보험 증명을 통해야만 인터넷신문 등록이 가능하게 그 조건을 강화했다. 이는 입법예고를 거쳐 규제개혁위원회, 법제처 심사 등을 거친 뒤 공표되며 기존에 등록된 인터넷신문들은 1년의 유예기간을 두도록 할 예정이다.


21일 호남언론학회와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전북 민언련)은 전북대 사회과학대 113호에서 ‘긴급점검 – 인터넷신문 등록강화,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강준만 전북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는 김은규(우석대 신방과 교수) 전북 민언련 공동대표가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의 쟁점과 본질’이라는 내용의 주제 발표를 맡았다.


그리고 문주현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 기자, 손주화 전북 민언련 사무국장,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수석부회장, 임형택 익산시의원, 이상훈 호남언론학회장이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문체부가 유사언론행위 등을 통해 언론환경을 흐리는 사이비언론들을 정화한다는 이유로 추진하는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이 그 목적을 실행하기 위해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놨다.


그리고 시행령 개정안이 시민참여 저널리즘과 1인 미디어와 협동조합언론, 풀뿌리 지역언론의 진입장벽을 높이면서 언론의 다양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놨다. 한편으로 정부와 권력의 언론 통제를 위한 기획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 시민저널리즘 후퇴 불러와”


주제발표를 맡은 김은규 전북 민언련 공동대표는 “정부가 인터넷신문의 폭발적 증가와 함께 유사언론행위 등 이른바 사이비 언론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다는 인터넷 신문 등록요건 강화가 그 목적과 다르게 신문법 자체의 취지를 가로막는 문제를 부른다”고 우려를 제기했다.


1987년 말, 기존의 언론기본법을 대신하여 제정된 신문법은 언론을 통제하고 제한·규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고 공정한 환경을 제공하여 언론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그러나 인터넷신문 등록요건을 강화하는 시행령 개정안은 언론 활동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신문법의 취지와 배치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신문법의 입법 취지와 다르게 진입장벽을 높이는 것은 물론,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게 된다. 그리고 누구든 자신들이 언론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자유를 침해하는 근본적인 문제를 시행령 개정안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환경의 발달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을 불렀다. 그와 함께 1인 미디어, 협동조합형 미디어 등 다양한 매체의 등장도 불렀다. 김 교수는 “이런 시대적 추세와 다르게 시행령은 일정 정도의 규모가 있어야만 언론으로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시대적 흐름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2~3명의 소수의 상근 인력을 고용하고도 지역의 다양한 단체와 네트워킹을 하면서 운영되는 협동조합 언론과 정말 소규모로 운영되지만 유사언론행위를 하지 않고 대안언론·시민언론으로서 지역사회에 기여를 하는 언론들도 정부가 추진하는 시행령에 발목이 잡히는 불상사도 김 교수는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 당장 약 85%의 인터넷 언론들이 폐간 위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은규 공동대표는 정부의 인터넷 등록 요건 강화가 이런 우려를 낳는 그 배경에는 인터넷언론=사이비 언론이라고 전제를 잘못 잡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공동대표는 “시행령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어뷰징 기사에 대한 규제 의미도 담고 있다. 그러나 어뷰징 기사는 주류 언론들이 더 하는 것이 사실이다”고 말했다.


김 공동대표는 “종합일간지의 주류 매체들이 사실상 어뷰징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국광고주협회 조사 결과 유사언론 행위를 한 매체들에 주류 언론들이 다수 포함됐다. 최근에는 포털의 책임 강화가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이마저도 주류 언론이 어뷰징을 주도하는 현실에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며 군소매체의 제재로 한정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인터넷신문 등록 요건 강화가 문체부가 말하는 목표에 도달하기 힘들 것이라고 김 교수는 진단했다.


한편, 김 공동대표는 인터넷신문 등록요건 강화 움직임은 정치·사회적으로 정권 재창출과 인터넷/모바일 통제라는 보수정권 차원에서의 거대 기획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 공동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과 효순 미선, 광우병 촛불 등 인터넷과 SNS을 통해 확산된 사회적 에너지를 경험한 보수 진영은 인터넷에 대한 묘한 피해의식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방송시장은 현재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서 그 시야를 인터넷과 SNS로 돌리는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새누리당은 국내 인터넷을 주도하는 포털이 야당 편향적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인터넷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사위가 마약을 한 것이 드러나 곤혹을 치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 16일 포털 관계자들이 불참한 반쪽자리 포털뉴스 편향성에 대한 긴급토론회에서 “포털은 악마의 편집”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포털 규제에 적극적인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김 공동대표는 “정부와 여당의 여론 통제를 위한 일련의 정책들은 저널리즘이 황폐화된 상황에서 광고시장의 확대와 뉴스 주도권 경쟁력 확보라는 보수언론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면서 추진되고 있다”며 “인터넷신문 등록 강화도 이러한 거대 기획의 일환이라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인터넷신문은 사이비언론이라는 등식, 소수언론에 대한 배제와 멸시 의미 담겨”


토론자로 나선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 문주현 기자는 이번 인터넷신문 등록강화 이면에는 인터넷신문은 사이비언론이라는 등식을 적용하여 소수언론, 작은 언론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문 기자는 이런 시선을 “혐오”라는 단어로 정리했다.


“한국사회처럼 차별이 심하고 소수자, 힘 없는 사람에 대한 배제와 멸시가 심각한 곳도 없다. 사회적 문제가 쟁점이 되었을 때, 소수에 대한 혐오로 귀결하는 사례는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언론환경, 언론사회의 문제를 바라 볼 때 가장 소수이고 어떻게 보면 배제될 수밖에 없는 작은 언론, 인터넷신문에 화살을 겨냥하는 것은 가장 쉬운 해법이다. 그것을 적용한 것이 바로 인터넷언론 등록요건 강화이다”


문 기자는 “언론계에서 소위 ‘깡패짓’이라고 볼 수 있는 일들을 벌이는 것이 바로 주류 언론들이었다. 그리고 주류언론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언론의 사각지대와 공백을 채우는 일은 인터넷언론과 같은 작은 언론들이 채운 것도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주화 전북 민언련 사무국장은 “세월호 유가족들이 세월호 참사 당시 대형언론사들이 진실보도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재를 거부하면서 팩트TV 방송과 고발뉴스에게는 취재를 허용한 적이 있다. 그 이유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진입장벽을 높일 것이 아니라 1인 미디어와 지역의 마을미디어를 통해 다양성을 살려내고 보다 전문적인 취재영역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장기적으로 언론의 진입장벽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은 “이번 시행령 개정안의 가장 큰 문제는 시민참여 저널리즘을 부정하는 것”이라면서 “사실상 기성 주류매체와 자본이 있고, 규모가 되는 매체에 고용된 기자들만 기사를 쓰라는 것이다. 87년 항쟁을 통해 민주화를 이루고 헌법을 개정하여 직선제를 통해 대통령을 선출하도록 한 것은 주권자로서 시민들의 활동을 보장하자는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이를 위한 원칙 중 하나다. 그런데 이번 시행령은 지역에서 혹은 자기 부문에서 참여하는 시민들이 인터넷 언론을 통해 기고를 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서 개선시키는 것을 차단한다”고 말했다.


이준희 부회장은 “인터넷신문을 규제하고 나면 1인 미디어에 대한 규제가 시작될 것”이라면서 “시행령 개정안을 막아내는 것은 깨어 있는 시민들의 참여로 운영되는 미디어를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사이비 언론 폐단, 사회적 담론 형성을 통한 공적 규제 등 다른 접근법 필요”


한편, 유사언론행위, 어뷰징 기사의 폐단 등 소위 언론의 사이비 행위에 대해서는 문체부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안 추진이 아닌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손주화 전북 민언련 사무국장은 “일부 미디어들이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는 등의 문제는 별도의 법을 통한 규제가 필요하다. 민언련이 전북지역 지자체의 광고 집행 기준을 조사하니 따로 기준이 없었다. 그리고 많은 언론들은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기준을 만드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며 “홍보 예산 집행 뿐만 아니라 유사언론행위에 대해서는 공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 국장은 ‘공적 규제’라는 것이 행정 일방의 규제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심의위원회 구성과 같은 사회적 합의를 전제하는 규제라고 설명했다. 손 국장은 “(사회적 합의를 통한 기준 마련이) 정상적인 언론행위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임형택 익산시의원은 “지자체의 언론 홍보비 지출형태가 지자체장의 입맛에 따라 제각각인 경우가 많고, 일부 인터넷언론들이 이를 이용하여 운영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피해가 발생하는데, 이는 언론에 들어가는 예산과 관련하여 별도의 조례를 통해 일부 개선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국적으로 조례를 통해 예산을 운용하는 곳이 많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상훈 호남언론학회장은 디지털시대에 저널리즘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지만,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은 이런 다양한 저널리즘을 수용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상훈 학회장은 “인터넷방송과 인터넷언론, 1인 미디어와 풀뿌리 언론 등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들이 보다 발전할 수 있는 저널리즘에 대한 교육을 고민할 시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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