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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 발족식이 있던 날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10.18 19:58

“경치도 좋고 색채도 다양하고 여기 오니 마음이 무척 편해져요.”


전남 나주시의 한 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슬기(가명)씨는 이곳에 온 마음을 이렇게 전했다. 전날 중간고사를 보고 온 터라 그 마음은 더 했을 것 같다. 슬기씨의 부담감을 덜어준 곳은 바로 지리산 노고단이다. 17일 오전 지리산 성삼대 휴게소에서 노고단 대피소까지 가는 약 5Km의 등산로는 사람으로 붐볐다. ‘단풍놀이’, 가을이 빚어내는 천연색의 아름다움을 느끼려고 등산객과 산악회 회원, 남녀노소가 찾았다.


1500고지의 지리산 노고단(1507m로 천왕봉, 반야봉과 더불어 3대 주봉)은 성삼재 휴게소까지 차가 갈 수 있어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는 봉우리이다.


이날 오전, 노고단 대피소에 모인 한 무리의 일행들이 눈에 띄었다. 모두들 지리산이 주는 천연색의 아름다움에 취해있는 그곳에 그들은 한 가지 목적을 가지고 모였다. 이들의 목적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반대’였다. 17일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이 발족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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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부결' 판정을 받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최근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을 발표했다.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17일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 출범식을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에서 가졌다. <사진 출처 - 진주환경운동연합 페이스북>


호텔까지? “지리산 케이블카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


경남을 비롯해 전북과 전남에서도 다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들고 나왔다. 10여 년 전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했던 지리산권 지자체들의 움직임은 지난 2012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에서 부결 결정을 내리면서 한 차례 중단된 바 있다.


당시 국립공원위원회는 보호가치가 높은 식생 등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는 점과 함께 경제성, 기술성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지리산에 케이블카는 부적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전북 남원, 전남 구례, 경남 산청과 함양까지 지리산의 모두 4곳의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던 이 사업은 작년부터 다시 고개를 들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신호탄을 쐈다. 지난해 초부터 경남 서부권 개발을 담당하는 ‘서부권개발본부’를 출범시키고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경남의 두 노선을 한 노선으로 단일화하고 그 길이도 기존 8.7km에서 10.6km로 늘려 잡았다. 전북 남원과 전남 구례도 나섰다. 남원은 바래봉 인근에 호텔까지 짓겠다고 선언했다.


결론적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당초 4곳에서 3곳으로 줄었지만, 노선은 길어지고 부가 시설이 추가되었다. 다시 말해 환경성 등으로 부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더욱 ‘괴물’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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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추진하고 있는 지리산 케이블카 예정 노선도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은 “4대강 사업이 산으로 간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케이블카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바라보는 현 정부 들어서 본격화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은 이와 같다. 수많은 반대 목소리를 누르고 진행된 4대강 사업처럼 강행되고 있다. 4대강 사업이 재앙이 될 것이라는 어쩌면 뻔한 결과가 산에서 재현될까 두려운 마음도 담겨있다.


“산으로 간 4대강 사업, 케이블카 막기 위해 다시 모였다”


17일,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출범했다. 아니 재출범이었다. 2012년 3월 26일, ‘지리산 케이블카 백지화 공동행동’이라는 이름으로 케이블카 없는 지리산을 위해 발 벗고 뛰어온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것이 시초였다. 당시 6월 국립공원위원회의 결정을 앞두고 마지막 힘을 모아보자는 뜻에서 시작했고, 그 성과는 ‘부결’로 끝났다.


윤주옥 처장은 “부결 이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개발에 지리산이 휘둘리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졌는데, 암담한 싸움을 다시 시작해야 하니 마음이 아프다. 지리산권 사람들의 마음이다”며 심정을 전했다.


지리산 공동행동은 이날 발족식을 앞두고 “우리에겐 그리움의 대상이며, 늘 감동을 주는 삶터이며, 뭇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바로 지리산이다”며 “이곳으로 향하는 케이블카에 반대하며 떳떳한 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 행동에 나선다”고 밝혔다.


그리고 이날 발족식에서는 인간의 개발 의지로 상처받을 지리산들의 혼을 달래는 퍼포먼스, 시낭송, 1인 시위와 선전전을 진행했다.


지난 2012년 3월 처음 발족식을 하던 날 외쳤던 “모두가 다 사는 것이 함께 사는 것이다. 개발과 파괴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는 길을 우리가 모색해보자”는 결의가 다시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이날은 설악산 국립공원 지키기 국민행동과 케이블카 공화국 저지 전국 행동단도 동참했다. 전국적으로 모두 32곳에서 케이블카 사업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 윤 처장 말대로 4대강 사업이 산으로 간 형국이다. 그래서 두 단체는 전국을 돌며 반대 운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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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노고단 입구에서 케이블카 반대 캠페인을 벌였다. 싱어송라이터 '여유'씨의 노래공연과 함께 진행된 캠페인은 많은 등산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발족식이 끝나고 지리산 노고단 대피소에서 약 1Km 떨어진 노고단 입구에서 캠페인이 이어졌다. 이 캠페인에서는 싱어송라이터 ‘여유’씨의 노래가 더 해져 많은 등반객들의 관심을 얻었다.


‘여유’씨는 “케이블카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 문제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며 “케이블카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보다 만들지 말아야 하는 이유들이 더 합리적이다”고 이날 캠페인에 함께한 이유를 밝혔다.


케이블카를 만들지 말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공동행동은 “우리나라 첫 번째 국립공원이며, 반달가슴곰을 포함해 수많은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다. 그리고 노고단, 세석, 제석봉 등은 아고산대(식물대의 수직 분포에서 산지대와 고산대 사이의 지대) 생태계가 남아있는 세계적인 보물 같은 곳”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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