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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집보다 길거리가 안전한 탈가정 청소년

탈가정 청소년에게 드리운 금지의 굴레

박중엽(대구 뉴스민)( jbchamsori@gmail.com) 2015.10.30 13:17

※ 취재원 보호를 위해 가명을 사용하고 취재 장소를 생략했습니다.

  15일 대구 시내 밤거리를 탈가정 청소년이 걷고 있다. [출처: 뉴스민]


금지된 삶 또 튕겼다. 노래방 문을 두드리길 네 번째, 이번에는 뚫을 뻔했는데. “여기는 민증 검사도 안 하나 보죠?” 노래방을 나서던 20대 손님이 주인에게 타박을 줬다. 월요일 자정 무렵, 손님이 없었던 주인은 짐짓 모른체 하려다가 입맛을 다신다. “에이 쌍X이...” 밤과 새벽 사이, 번화가에서 유령도시로 변한 대구시내, 거리로 쫓겨난 이들이 허공에 욕을 퍼붓는다. 유령처럼 도시를 떠도는 이들은 집 나온 청소년들. 거리에서 서로 사귄 여자 2명 남자 3명의 일행이다.

면전에서 문이 닫힐 때마다 미간에 주름이 잡힌다. 위조 신분증을 하나씩 갖고 있지만, 앳된 얼굴은 가릴 수 없다. 의견이 갈라졌다. 1. 근처 초등학교로 가자 2. 마지막 한 번만 더 뚫어보자. 평소 의견을 내세우지 않던 채린(16)이 이날은 노래방으로 앞장섰다. 초등학교로 가자던 윤도(18)는 미간에 주름을 하나 더 잡으며 뒤를 따랐다. 새벽 1시, 주인이 눈도 안 마주치고 방을 내준다. 손님이 없어 타박 주는 사람도 없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호주머니와 무릎담요에 숨겨뒀던 소주를 푼다. 채린도 주머니에서 청포도 맛 소주를 꺼낸다. 곧이어 방이 담배 연기로 가득 찬다. “왜 이 좋은 걸 안 피워요?” 채린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윤도는 담배 링을 몇 개 뿜더니 드디어 숨통이 트인다는 듯 마이크를 잡는다. 예약곡이 재떨이처럼 가득 찼다. 안주는 술 게임이다. 벌칙은 옷 벗기. 공!공!칠!빵! 으악!!

  채린(왼쪽)은 오랫만에 온 노래방에서 흥이 돋았다 [출처: 뉴스민]

외줄 타듯 경계에 선 청소년
화목한 집은 드라마에서나
‘우리 집’에선 살 수 없다
극심한 가정폭력·성폭행 노출


12일 처음 만날 당시 이들은 모두 경계심으로 가득했다. 윤도와 다른 남자 청소년들은 포켓볼이나 3구를 치는데 몰두하며 기자를 못 본 체했고, 채린과 다른 여자 청소년들은 전화하거나 페이스북을 했다. 한 시간이 흐른 저녁 10시 무렵, 어디서 술을 마시고 온 성훈(18)이 다가온다. 알코올 냄새를 화악 풍기면서도 눈은 부릅떴다. “은혜 이야기는 묻지 마세요. 다른 건 다 말해드릴 테니 오사마리 짓죠” 당시 누군지 몰랐던 은혜(18)는 14일 알게 됐다. 최근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은혜를 취재하려고 했었는데, 성훈은 기자는 믿을 것이 못 된다며 거절하라고 했단다.

“우리요? 뭐 있나요. 술 먹고, 담배 피우고, 노래방 가고. 집에는 안 들어가고. 알바하고, 정 없으면 오토바이 털고 또 이것도 하고”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주먹을 손바닥으로 두드린다. 혀가 꼬여 알아듣기가 힘든 차, 당구를 치던 윤도 등 5명이 이제 그만 노래방에 가자고 성훈을 잡아끈다. 경계심 가득한 성훈은 기자를 떼어내려다 자릴 비웠다. 밖에서 찾아보니 영화관 화장실에서 나오는 길에 곯아떨어져 있다. “걔는 술만 마시면 그래요”. 성훈 덕분에 이들이 경계를 누그러트렸다.

이들 중에는 며칠씩 집을 나오는 생활을 반복하는 이도 있고, 채린 처럼 다시는 집에 안 들어갈 작정으로 나온 이도 있다. 14일, 채린은 집을 나온 지 9일째다.

반복되는 탈출...지옥같은 집 채린이 처음 집을 나온 것은 15살 때다. 친엄마가 채린을 때리면서 집을 나가라고 했다. 지금은 횟수로 10번을 넘었다. 집과 거리를 드나들길 2년, 엄마는 채린이 집을 나갈 때마다 대문 비밀번호를 바꾼다. 돈이나 입을 옷을 마련할 방법이 없다.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에게 기대야 했다. 남자친구가 위조 민증을 파줬고, 잘 곳도 마련해 줬다. 찜질방이나 피시방을 진전하다 보니 건강은 조금 나빠졌다.

이혼할 때 엄마를 따라나선 것이 잘못이었다. 성형수술을 해 준다는 사탕발림에 넘어갔다. 동생 둘은 친아빠를 따라가서 연락도 하지 않는다. 새아빠는 나이트에서 일한다. 새아빠를 생각하면 맞아서 발바닥에 피가 나던 기억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파우더를 발라 하얀 얼굴이 일그러진다. 학교에는 친한 친구도 없다. 이혼 이후 전학을 갔는데, “이미지가 안 좋게 찍혀서 애들이 배신하고 갔다”고. 급식실에서도 말없이 밥만 먹었다. 하지만 남자친구를 생각하면 얼굴이 활짝 펴진다. 채린에게는 남자친구와 그냥 강변에 앉아있는 것이 좋다. 그다음으로는 거리에서 사귄 친구들이다.

“다른 남자들은 다 변태 같은데 얘는 안 그러거든요. 변태 오빠들은 며칠 만에 뽀뽀하려고 하고 안고 막. 그런데 얘는 장난으로 모텔 가자고 해도 정색하고. 순수해요. 얘랑 결혼할 거예요. 걔가 헤어지자고 하면 난 죽을 거예요. 처음 한 번 깨졌을 때 죽으려고 했다니까요.”

아빠 이야기가 나오니 옆에 있던 은혜도 끼어든다. 은혜에게 가족은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아름다운 것”과는 다르다. 기억도 안 나는 2살, 사는 게 힘들어 우울증에 걸린 엄마가 보육원에 맡겼다고 들었다. 어린이일 때는 보육원에서 예쁨 받고 자랐지만, 한 차례 다른 보육원으로 옮기자 옮긴 보육원 언니들에게 종종 구타를 당했다. 다툼을 이어가다, 16살이 된 2013년 혼자 살던 이복언니와 연락이 닿아 보육원을 나왔다.

심각한 가정 폭행 이복언니는 보육원 언니들보다도 은혜를 못살게 굴었다. 언니한테 맞아 피멍 든 얼굴로 학교에 다니고, 입이 찢어졌는데도 병원에 보내주지 않았다. 결국, 언니 집도 나왔다.

“차라리 밖에서 춥고 배고픈 게 나을 것 같아서 무작정 집을 나왔어요. 집 자체가 생 날라리 집이니까. 16살에 첫 가출이었는데 2주 정도... 아는 언니나 동생 집에서 자거나 미안해서 당구장이나 피시방 계단에서 자기도 했어요.”

어느 날 은혜의 남자친구가 라면을 사 준다는 말에 편의점에 갔다. 남자친구가 계산을 안 하고 시간을 끄는데, 갑자기 누가 뒤에서 머리를 홱 잡아챘다. 이복언니였다. 짧았던 첫 가출도 잡아챈 듯 끝났다.

이후 은혜는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탈가정 청소년을 위한 보호쉼터에서 생활하게 됐다. 그럭저럭 삶을 꾸려나가던 차, 7년간의 교도소 복역을 마친 아빠가 출소했다. 출소한 아빠는 은혜가 1년 정도 받아 모았던 기초생활수급비 100여만 원을 가로챘다. 그리고 여행을 가자며 은혜를 데려갔다. 그 여행에서 아빠는 은혜에게 폭행을 가했고, 그 일로 다시 경찰서에 입감됐다.

“너무하다 아니에요? 누구 때문에 내가 이렇게 사는데... 나도 잘살아 보고 싶어서 아빠 그림도 그려주고 기다렸는데. 경찰서에서 나오면 또 맞을 것 같아요”

서클렌즈로도 흔들리는 눈빛은 가려지지 않는다. 흉터가 남은 입은 앙다물었다. 수환(16)과 성훈이 쉼터 통금 지났다며 데려다준다고 야단이다. “그냥 여기서 사귄 친구들이랑 술 먹고 담배 피우는 게 좋아요. 아, 같이 노래방 가는 게 제일 재미있고. 그걸로 끝이에요. 살기 어려워도 아껴쓰고 화장품은 돌려쓰고, 수급비도 쉼터랑 중복수급이라고 안 나와서 힘들지만, 웨딩 알바도 하고 초밥집 알바도 하고 있어요”

은혜나 채린의 사례처럼, 청소년 탈가정의 주된 원인은 가족 폭력이다. ‘가출 여자청소년 공간 이용 및 폭력 피해 실태’(가출여자청소년실태자료)에 따르면 이들의 첫 가출 연령은 13.8세이며, 주로 가족 폭력이나 폭언(63.8%) 때문에 집을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여자청소년실태자료는 서울시가 이화여대·한국개발연구원 등에 의뢰했고, 현재 서울시·수도권에 거주하는 10대 여자청소년 218명을 대상으로 심층조사 했다.

[출처: 뉴스민]


가정 폭력에 시달리던 청소년들의 경우, 집을 나온 이후 오히려 폭력에 적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출로 청소년이 성매매나 범죄 등 폭력에 노출된다”는 우려와 다르다. 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청소년들은 가출 전 폭력 경험에 2.8점(매우그렇다:5점, 전혀아니다:1점)으로 응답했으나 가출 후 폭력 경험으로는 1.8점으로 응답했다. 성폭행 경험의 경우는 가정에서(1.6점)와 거리에서(1.6점)의 경우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가출 이후 범죄에 노출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정도 그에 못지않게 폭력적인 공간이 될 수 있는 것. 가정에서 나왔기 때문에 ‘위기 청소년’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위기 청소년’이 가정을 나오는 셈이다.

[출처: 뉴스민]

[출처: 뉴스민]

폭력에서 못 벗어나는 청소년
기본적 의식주 해결도 어려워
‘미성년자’라 임금노동도 어렵다
일용직·단기 아르바이트 진전
범죄에 내몰리는 게 현실이나
언론은 ‘자극 보도’ 일관
정부지자체 지원은 ‘부족’
청소년 유형별 지원 안 돼
“담배값이나 올리지 말지”


[출처: 뉴스민]

사람들의 아우성으로 물결치는 대구시내, 조금 더 파헤쳐보면 탈가정 청소년들의 ‘금지된’ 생활이 구석진 곳에 물때처럼 끼어있다. 수많은 ‘금지’에도 이들은 시내 번화가를 중심으로 술집·노래방·담배 ‘뚫리는 곳’을 꿰고 있다. 친한 이들끼리 무리를 이루고, 주머니 형편만큼 돈을 모아 그들만의 문화를 이어간다. 독특하나 지속하기 힘든 소비적 생활이다. 이들은 생활을 위한 안정적인 노동이 불가능하기에 기본적인 의식주 해결을 위한 비용을 마련할 수가 없다. 나이와 신분을 속이거나, 근로계약서가 필요 없는 ‘하루·단기 알바’에 몰린다. 가진 게 몸뿐인 이들은 범죄나 성매매에 노출되기도 쉽다.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어요. 근로계약서 쓰는 곳은 못하니까 보통 하루 일당받는 알바나 단기 알바. 노가다도 하고, 웨딩 알바(서빙)나 배달 알바도 하고. 어떤 애가 그러는데 웨딩 알바하고 밥 얻어먹었다고 좋아하던데 ㅋㅋ 일당을 밥값에서 빼고 받았더라고요. 그래놓고 개이득이라고 ㅋㅋ”(윤도, 18)

“민증 파면 웬만한 건 다 되죠. 번호 하나 파 드릴까요?ㅋㅋ 우린 온갖 나쁜 짓은 다 해요. 차 타고 오토바이 타고 술 먹고 담배피우고 따먹고. 차는 형들 통해서 렌트하면 되고요. 경찰? 어차피 우리 못 잡아요. 일은 배달 알바나 서빙, 주유소 알바도 하고. 재미는 없죠. 그래서 놀다 보면 또 돈 없고, 다시 돈 벌고 그런 거죠.”(수환, 16)


탈가정 청소년에게는 단지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기본적 인권인 노동권을 비롯해 의료, 교육, 생활, 법률 등 서비스가 제한된다. 기본적 의식주 해결이 어려운 상황에서 범죄에 유입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갖춰진다. 대구시는 탈가정 청소년의 특성상 정확한 수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2015년 학교밖 청소년의 경우 8천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신고돼 접수된 가출 청소년(9~18세) 현황만 봐도 2014년의 경우 전국 23,605명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강요 심각 특히 여자 청소년의 경우 성매매가 유효한 생계 수단이 된다. 가출여자청소년실태자료를 보면, 응답자의 18.3%가 성매매 경험이 있으며, 첫 성매매 경험 연령은 평균 14.9세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조건만남(85.0%)을 통해 생활비를 마련한다. 성매매하는 이유로 응답자들은 ‘돈이 필요해서’(66.7%), ‘잘 곳이 없어서’(46.2%), 배고파서(28.2%) 순으로 복수응답 했다. 생활비 마련을 위해서 나이 제한 등의 금지로 불안정한 임금노동보다 위험하더라도 벌이가 나은 성매매를 선택하는 것이다.

실제 소득 출처별 평균소득을 보면 한 주당 가장 높은 평균소득을 기록한 것은 단란주점·룸살롱(1백만 원)이며, 이어 조건만남(60만5천 원)이 뒤를 이었다. 다만 이들은 단란주점보다는 조건만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조건만남 동안 신체에 위협을 가하는 등 범죄가 일어나도 보호 받을 곳이 없게 된다.

[출처: 뉴스민]


“한 날은 당직을 서고 있는데 밤중에 한 청소년이 찾아와서 말없이 우는 거예요. 성폭행을 당하고 온 거였는데... 해줄 수 있는 말은 없고 그냥 안아 주고 같이 울었죠. 가출한 청소년들은 팸을 이루는 경우가 있는데, 가출팸 안에서나 바깥에서나 성매매가 강요되는 게 현실이에요. 자기도 가진 게 없으니 할 수밖에 없죠.”(전지열 24시간청소년WeeCafe친구랑 센터장)

청소년 쉼터 지원 부족 청소년 보호 쉼터의 경우 탈가정 청소년의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일부 지원하고 있지만, 시설이 부족해 정원을 초과한 입소자를 받는 경우도 있다. 또한 청소년의 진로나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에는 여력에 부친 실정이다.

대구는 고정형 일시쉼터(1), 단기쉼터(2), 중장기쉼터(2)가 운영되는데, 이들 시설을 이용한 인원은 2014년 9,220명(1일 평균 26명)에서 2015년 1~9월 8,817명(1일 평균 33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고정형 일시쉼터인 위카페의 경우 2015년 2억여 원의 예산이, 단기나 중장기 쉼터의 경우 연간 1억~2억의 예산이 지원되고 있다. 이 지원금으로 인건비·운영비·사업비 모두를 충당하기에는 어렵고 청소년 유형별 지원도 힘든 상황이다. 각 기관 근무자들도 노동 강도에 비해 작은 급여 때문에 이직도 잦다.

쉼터 자체의 한계도 있다. 부모나 법률상 보호자가 쉼터 입소에 동의하지 않으면 입소가 불가능한 점과 자체 규율도 있어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도 있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런데도 쉼터는 탈가정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보호공간이다. 대구의 한 청소년보호쉼터에 입소 중인 김소영(17)은 아버지에게 가정폭력에 시달렸는데, 그가 바라는 진로대로 따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육상선수였던 그는 소영에게도 운동 관련 진학을 강요했다. 오디션을 봐서 가수가 되고 싶은 소영은 집을 나와 쉼터에 입소했다.

  대구의 한 청소년 보호 쉼터 [출처: 뉴스민]


“아빠랑 얘기가 안 통해요. 가족 모두 덤벼도 못 이겨요. 가정폭력도 있고, 아빠도 운동 안 할 거면 나가라고 했어요. 부모가 동의해서 쉼터에는 일단 들어와서 다행이죠. 여기와서 정말 좋아요. 용돈은 아예 못 받으니 내가 벌어야 하는데, 쉽지 않아요. 알바도 하루 만에 잘렸어요. 다른 알바를 구하는데 요즘 어디 청소년 받아 주나요... 학교도 다녀야 하고 쉼터 통금도 있고. 시간이 되면 나이가 걸리고 나이가 되면 시간이 걸리네요. 기획사 오디션에 합격하는 게 목표인데 노래연습 하기가 어려워요. 노래방은 돈 들고, 길에서 할 수도 없고. 일단 스무 살 돼서 서울로 뜨려고요. 거기서 돈 벌어야죠. 그 전에 아빠를 설득하거나. 아 빡쳐”

피상적 대안 내놓는 정부 쉼터 부족 문제 해결이 어려운 점 이외에도 정부·지자체의 역할은 아쉬움을 남기는 실정이다. 경찰은 청소년 성매매 단속을 청소년 단속 위주로 펼치며, 단속에 걸린 청소년이나 신고된 탈가정 청소년을 발견하면 가정 복귀를 시키거나 관련 단체에 인계하는 것에 그친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채팅앱 등을 이용한 단속을 통해 ‘가출청소년 성매매 사범 집중 단속’ 중이다. 이 단속으로 10월 현재 단속된 건수는 30여 건에 그쳤는데, 성 구매자보다는 탈가정 청소년 위주로 단속이었다.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스마트폰 앱, 채팅 등을 활용해 가출 청소년을 파악하고, 집으로 돌려보내거나 청소년 기관에 연계하는 방식으로 단속 중이다”고 설명했다
정부·지자체는 “받던 기초생활수급비도 뺏어가는 곳”(은혜), “담뱃값 올려서 밥 굶기는 곳”(채린)이다. 그나마 시민 단체에서 의료·생활 지원 등을 노력하고 있지만,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문제다. 이들을 둘러싼 문제를 환기해야 할 언론도 단발성·자극적 보도를 하는 것에 그친다.

자극적 보도와 피상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경향은 가출팸 문화에 대한 관심을 시작으로 청소년 가출 문제가 제기되던 2,000년대 초반부터 별달리 바뀌지 않았다. 2001년 발표된 논문 ‘소녀들의 가출문화에 관한 현장기술지적 연구’(민가영)에는 “가출팸 문제가 단순히 몸 버리는 경험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부여되고 성 산업으로의 유입이나 성폭력 등과 같은 결과적 위험만이 강조되어 왔다”며 “기존 시각이 한시적인 대안으로 이어지면서 소녀들의 가출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했다”고 나와 있다.

청소년 보호 쉼터에서 청소년들과 상대하는 관계자들은 쉼터 확충이 필요한 것도 맞지만, 단지 일시·단기·중장기 등 가출 시기별 쉼터가 아닌 청소년 유형별 보호 쉼터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혜령 대구중장기청소년쉼터 상담원은 “단순히 쉼터를 많이 운영하는 것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유형별 쉼터가 필요하다”며 “청소년도 부류와 개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관리와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 일자리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학업에 치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지금은 센터에서 다양한 케이스에 맞춰 최대한 교육이나 등록금 등 지원을 하고 있지만, 인력도, 운영비도 모두 부족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시는 이동형 쉼터 1개소 확충 이외에는 쉼터 확충이나 예산 추가 편성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전지열 센터장은 “학교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없으니 유급이나 자퇴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가출팸 생활을 하거나 습관적 가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하루살이 같은 삶”이라며 “따돌림이나 폭력에 노출돼 자살할 우려가 있거나 분노조절 장애, 정신분열 증상 등을 겪는 청소년도 있다. 아주 위험한 상태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출한 청소년의 경우 기본적인 의식주가 해결되어야 하고 검정고시, 대안학교 등 학업지원도 필요하다”며 “청소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소비적 문화가 정착된 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 있다. 경제 교육이나 상담, 필요한 기관 연계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채린은 어디에 있나요? 취재를 종료한 10월 중순, 페이스북 채린의 아이디로 사라진 채린을 찾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채린은 공기계를 쓰기 때문에 연락이 어렵다. 죽고 못사는 남자친구를 만나러 구미시에 갔을 수도 있고. 집에 들어갔을 수도 있고.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수도 있다. 채린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어설픈 대답과 관심없는 관심은 채린에게 여지껏 도움이 된 적 없었다.

[출처: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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