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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장애인 폭행과 학대, 남원 평화의 집 가보니

묵인, 방조한 이들이 버젓이 근무,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 수두룩...폭력이 지나간 자리에 장애인들 살아가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6.06.20 06:15

한국기독교장로회가 만든 재단인 ‘한기장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지적장애인 생활시설 남원 ‘평화의 집’에서 장애인 폭행 및 가혹행위가 확인되고 한 달이 지났다. 사건이 알려지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한기장복재단과 관리·감독에 실패한 남원시청은 피해자 심리치료, 피해자 전원조치 등 향후 대책을 각각 내놨다.


한 달이 지나고 그 대책들은 제대로 이행되고 있을까? 참소리는 16일 평화의 집 전국대책위, 피해자 부모들과 함께 남원 ‘평화의 집’을 방문하여 상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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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장복지재단이 운영한 남원 평화의 집은 수 년동안 사회복지사들이 장애인들을 폭행하고 학대했다. JTBC 시사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의 한 장면


남원 평화의 집 폭행 사건이란?


지난 5월 16일 전북 남원경찰서는 ‘평화의 집’ 전·현직 생활재활교사들이 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들을 수년 동안 상습 폭행한 사실을 공개했다. 폭행에 가담한 생활재활교사와 이를 알고도 묵인한 원장 등 18명은 입건했다. 그 중 2명은 구속됐다.


남원경찰서가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CCTV 자료 등을 분석한 결과, 확인된 폭행 및 가혹행위 등의 학대는 총 127회였다. JTBC는 최근 시사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를 통해 경찰이 공개한 CCTV 외에도 추가 자료를 확보하여 공개했는데, 약 80차례의 학대 행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약 5년 동안 벌어진 일로 남원경찰서가 공개한 CCTV 영상을 보면 교사들이 저지른 학대 행위는 참혹했다.


가장 심각하고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한 A(28)씨는 휴게실에 있는 탁자에 반복적으로 올라가는 특이 행동을 한다. 이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교사들은 이를 제지하기 위해 A씨의 머리채를 잡고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치고, 넘어져 있는 피해자의 등에 올라타 발목을 꺾고 폭행했다. 또한, 100원짜리 동전을 이용하여 장애인의 손등과 발등에 던져 맞추는 등의 폭행을 했다. 


한 재활교사는 한 지적장애인의 성기를 만져 고통을 주는 등의 성폭행도 확인됐다.


“가벼운 접촉이 있었다고 들었는데...”


16일 남원 평화의 집에 전국대책위와 피해자 부모들이 모였다. 탁자에 올라간다고 생활교사들로부터 여러 차례 폭행을 당한 지적장애인 A씨의 부모는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탁자 위에 올라가서 고성을 지르거나 하지 않아요. 어렸을 때부터 탁자에 올라가 박수 치는 것을 좋아했어요. 입소할 때도 탁자가 부서지면 모두 부담을 할테니 잘 봐달라고 당부를 했지요. 평화의 집에서 한 달 동안 지켜보고 결정을 하겠다고 했고, 입소를 허락받고 맡겼는데...”


이들에 대한 폭행은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줬다. 탁자에 올라가는 A씨 외에도 잘 걷지 못하는 지적장애인은 들었다 놨다하는 방식으로 학대를 가했다. A씨 부모의 원망이 이어졌다.


“5월 16일 남원경찰서 발표가 있기 이틀 전에 사무국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아이들의 훈육하는 과정에서 가벼운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어요. 우리는 별 일 아닌데 연락까지 줬다고 고맙다는 말을 했어요. 그런데 뉴스를 보니 들은 것과는 180도 다른 내용이었어요. 누가 봐도 구타였어요.”


5분 만에 찾은 문제들...발견 못한 남원시청


평화의 집은 입소 비용을 사용자가 부담하는 ‘실비 시설’이다. 입소를 위해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60만원까지 지불해야 한다. 입소자들의 부모들은 맞벌이 등 가정 형편과 동네 주민들의 항의 등으로 함께 살 수 없어 이곳에 위탁했다. 멀리 인천에서 경남 등 입소자들의 본적은 다양했다.


평화의 집에 들어서자 기자의 눈에 먼저 띈 것은 1층 복도 알림판에 게시된 공문 한 장이었다.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가 회원 시설들에게 보낸 것으로 인권침해 방지를 위해 회원시설들의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이었다. 이 공문은 2014년 2월에 작성된 것으로 그때부터 1층 사무실 복도 앞에 게시된 것으로 보인다.


‘심각한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에 법인 취소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이 강조가 되었다. 자신들에게 해당 사항이 있는 조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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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평화의 집 1층 알림판에 게시된 공문.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내용의 이 공문은 그저 휴지에 불과했다.


평화의 집을 방문한 가족들과 대책위는 먼저 식당과 창고를 찾았다. 여러 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샤워시설을 갖춘 1층 샤워실은 창고로 쓰이고 있었다. 이 창고에는 유통기한이 수 개월을 이미 넘긴 식품이 쌓여 있었다. 메밀라면과 미숫가루, 고추장 비빔밥 등으로 유통기한이 2015년인 것도 발견됐다.


시설 측은 “모두 기부를 받은 물품으로 버리기 위해 창고에 쌓아 둔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통기한이 지난 물품들 중에는 1월에 받은 것도 있었다. 그렇다면 그때부터 이렇게 쌓여둔 것일까? 시설 측은 이들 제품을 피해자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를 믿는 부모는 없었다.


이날 방문에는 남원시청 공무원들도 동석했다. 피해자 부모들로부터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 했다. 무엇보다 시설 점검은 지난 3월 두 차례와 보건소에서 한 차례 진행을 했다는 답변이 나오자 부모들은 허탈해했다.


“이곳에 들어서고 5분도 안 돼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을 발견했는데, 남원시청은 와서 도대체 무엇을 본 건가요?”


남원시청 담당 공무원들은 유통기한 지난 식품들을 처음 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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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평화의 집 창고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들이 다수 발견됐다. 단 5분 만에 발견한 이 식품들을 남원시청은 몇 차례 점검에서 적발하지 못했다.


폭행이 있던 곳에서 시간만 보내는 피해자들


2층을 올라가봤다. 2층 거실은 가해 교사들이 피해자들을 폭행한 것이 CCTV를 통해 녹화된 곳이다. 가해 교사들은 피해자들을 한 차례 폭행하고 거실을 지나 CCTV가 없는 방으로 데려갔다.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 있는 방법들은 없다. 이번에 입건되지 않은 교사 D씨. JTBC 시사프로그램 <스포트라이트>에서 인터뷰를 한 피해자들은 모두 D 교사를 가장 나쁜 사람으로 지목했다. 그는 피해자들을 방으로 자주 데려간 인물 중 하나다.


이날 부모들은 입건되지 않은 교사 D씨를 비롯하여 폭행을 사실상 묵인한 교사들이 현재까지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그러나 시설 측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구체적인 확인을 해주지 않았다.


2층에 올라가자 몇몇 피해자들이 거실에 모여 있었다. 복도 안내판에는 하루 일과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오전, 오후에 프로그램을 하고 건강체조 등의 시간도 잡혀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시간표는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거실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떼우고 있었다.


현재 평화의 집은 11명의 생활재활교사 중 7명이 사건에 연루되어 휴직 처리가 된 상태다. 이 빈 자리는 한기장복지재단 내 다른 시설 및 복지관 종사자들이 교대로 메꾸고 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로 자기를 소개했다. 지적장애인들을 이해하는 이들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날 2층에는 옷을 모두 벗고 불안에 떠는 피해자 한 명이 있었다. 등에는 욕창이 진행되고 있었다. 약 175Cm의 이 남성은 계속 성기에 손을 대고 불안에 떨었다. 옷을 입히려고 했지만 도저히 입지를 않았다. B씨의 아버지는 1주일 휴가를 내고 15일부터 평화의 집에서 기숙하며 아들을 돌봤다.


“도저히 옷을 입지를 않아요. 밥도 제대로 먹지를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왔습니다.”


B씨의 욕창은 겉으로 보기에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특히 뇌와 관련된 수술을 하고 척추를 따라 관이 있는데 욕창이 난 부위가 그 위치였다. B씨의 식사 기록을 봤다. 6월 3일과 4일 이틀을 굶은 것으로 기록됐다. 영양 상태와 욕창 상황 등 신체와 정신적 상태가 심각한 상황. 그러나 시설 측에서 조치한 것은 아버지에게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의견만 전달한 것이 전부인 것 같았다.


대책위와 부모들의 요청으로 119가 출동했다. 구급구조대원들이 오자 B씨는 ‘싫다’는 표현을 하며 병원에 가는 것을 거부했다. 구급구조대원도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장을 찾은 남원시청 공무원들도, 시설 관계자들도 그 상황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옷을 벗고 이렇게 다니는 것을 처음 봐요. 욕창도 그렇고요. 제발 심리 치료라도 해줬으면 좋겠어요.”


B씨의 아버지는 지금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아들을 잘 봐 줄거라는 믿음에 멀리 인천에서부터 수소문을 하여 이곳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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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에서 생활하는 지적장애인 B씨는 최근의 변화에 무슨 반응을 하는 듯 옷을 벗은 채 생활을 했다. 그의 등에는 욕창이 생기는 등 심각한 상황. 시설 종사자와 한기장복지재단, 남원시청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가해자들이 있는 곳에 피해자 전원 조치가 말이 됩니까?”


남원시청과 평화의 집을 책임지는 한기장복지재단은 사건이 있고 난 후, 생활인 심리치료를 비롯해 탈시설 정책 수립 등을 약속했다. 특히 남원시청은 피해자들에 대한 전원조치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곳에서 재직했던 사회복지사들이(입건되지는 않았으나 폭행이 확인된 지난 5년 안에 근무했던 이들로 대책위와 부모들은 이들이 최소한 폭행을 묵인했다고 주장했다.) 근무하고 있는 남원의 한 장애인시설에 두 명의 피해자를 입소시켰습니다. 이것이 말이 되는 일입니까?”


한 부모가 이 문제를 지적하자, 남원시청 공무원들은 전혀 파악하지 못했다는 눈치였다. 현재까지 기자가 확인한 바로 남원시청은 피해자들에 대한 전원조치를 한기장복지재단과 평화의집 측에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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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평화의 집의 하루 일과!!! 과연 이렇게 운영이 됐을까?


한편, 현재 시설 내에 살고 있는 생활인들에 대한 심리치료는 1주일에 1~2회 정도 인근 대학에서 진행하고 있다. 남원시청에 주선한 것으로 대략 1~2시간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치유에 도움이 될까? 평화의 집을 방문한 대책위 관계자들과 피해자 부모들은 이 말을 듣고 한숨만 내쉬었다.


평화의 집 사건이 알려지고 한 달이 지났다. 피해자들은 주로 폭력을 당했던 자리에서 사실상 ‘방치’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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