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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방문이 '풍문 피해 해소 프로젝트'?

[후쿠시마 방문 논란 ②] "일본 내 논란되고 있는 부흥 계획과 관련 있어 보여"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08.04 17:03

풍문 피해 해소 프로젝트


일본의 마이니치신문이 지난 7월 27일 보도한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 기념 청소년 문화교류’ 행사를 소개한 기사의 제목이다.  <http://mainichi.jp/select/news/20150727k0000e040182000c.html>


<관련 기사 - 한국 청소년 170여 명, 핵발전소 사고 인근 후쿠시마 시 방문 논란, [현장 취재] 한국 청소년 후쿠시마 가던 날>


이 행사를 기획한 재일 민간단체 후쿠칸네트 정현실 이사장을 소개한 이날 보도에서는 한국의 전주에 사는 주부들의 발언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나는 매년 후쿠시마에서 다녀오고 있다. 모두 보통으로 살고 있다’고 소문으로 권유하는 전략을 전개하였다. 결국 모집 목표의 2배가 응모를 했다”


또한, 이 기사는 “한국 정부가 원전 사고를 이유로 후쿠시마 현지 수산물 등의 수입 금지를 계속하고 있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에 대해 ‘일본의 수산물 중독?’, ‘일본 정치인에게 이용되고 있다’등 근거 없는 비판도 뿌리가 깊다고 한다”며 “정씨는 ‘어려운 반응도 있지만, 오히려 후쿠시마의 실정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고 끝을 맺는다.


최근 논란이 된 한국 청소년과 대학생 150여 명의 후쿠시마 방문이 단순히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로 볼 수 없는 대목이다.


일본의 후쿠칸네트 블로그에는 이런 내용의 글이 지난 7월 18일 게재됐다.


“한국의 미디어가 흘리는 잘못된 정보에 의해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이 행사에) 참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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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여 명의 참가자들을 마치 ‘후쿠시마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로 표현한 것이 눈에 띈다. 지난 달 29일, 전북 전주지역 참가자들이 인천국제공항으로 가기 위해 모였던 전주 종합운동장 앞에서 만난 학부모들과 참가자들은 ‘편견을 가졌다’기 보다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대해 제대로 모른다’는 쪽에 가까웠다. 그리고 ‘후쿠시마는 안전하다’는 소문을 통해 모집했다는 마이니치신문의 보도처럼 많은 학부모들이 지인의 권유로 신청했다.


한 학부모는 후쿠시마 쪽 출장을 자주 가는 지인의 ‘안전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자녀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주최 측의 ‘안전하다’는 말을 믿고 보내려는 상황에서 후쿠시마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자 참가자와 학부모들의 마음 한 구석에는 ‘불안’이 자리했다.


언론이 제기한 내용들의 진위를 묻는 질문들이 출발 당일이었던 지난 달 29일, 현장에서 나왔다. 언론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과 같은 내용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정보 중 하나였다.  


후쿠칸네트의 전주 설명회 참가자, “제대로 듣지 못해서 기억이 안 나요”


후쿠칸네트는 지난 18일 전주의 한 교회에서 설명회를 가진 바 있다. 학부모들과 참가자들이 모인 설명회에는 정현실 이사장이 참석했으나, ‘후쿠시마는 안전하다’, ‘방사능 측정기를 사용하여 방문 지역을 측정할 예정이다’ 등의 간단한 정보만 제공했다.


참가자 중 한 명인 전주에 사는 대학생 A씨는 “제대로 듣지 않아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이야기했는지 잘 기억도 안 나요”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 단체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와 관련된 자료집을 준비한 것도 아니었다. A씨는 “팜플렛을 받았는데, 후쿠칸네트 소개와 문화 교류 소개가 전부였어요”라고 말했다. 방문단이 후쿠시마로 떠난 29일, 한국 측 준비위원회 관계자에게 이 자료를 요구했지만, 가지고 있지 않다는 답변을 받았다.


전북교육청이 탈핵교재의 내용 중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개요와 방사능 안전 수칙이 담긴 자료를 받아 보고 일부 학부모들이 항의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학부모들도 제대로 정보를 듣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이유는 알고 있지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가는 곳에 방사능 수치가 어떻게 나오고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모르니 불안하잖아요”라고 말했다. 이런 불만에도 불구하고 주최 측 관계자는 “안전합니다”는 내용의 설명만을 할 뿐이었다.


한 관계자는 한국에서 검출되는 방사선량보다 적게 검출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탈핵신문 간사를 맡고 있는 일본인 오하라씨는 한국보다 안전하다고 참가자들에게 설명한 것에 대해 “한국이 일본보다 지반 등의 영향으로 자연방사선량이 높게 나오는 것은 맞습니다”며 “그러나 일본에서 검출되는 것은 자연방사선이 아니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에 의한 것이에요. 이것을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됩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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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칸네트는 한국 청소년들의 방일 행사 중 비가 내리자 다음과 같이 방사능 측정 검사를 했다. 이 단체 이사장은 측정 결과 한국보다 방사능 수치가 낮게 나와 모두 놀랐다는 당시 분위기를 자신의 SNS를 통해 전했다. 방사능 수치가 한국보다 낮게 나온다는 말은 이 단체의 한국 측 준비위원회가 참가자 모집 당시 했던 말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한국에서 검출되는 자연방사능과 달리 일본 후쿠시마에서 검출되는 방사능은 핵발전소 사고 이후의 인공방사능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있다. 그리고 이 두 방사능은 성격이 다르다. 자연방사능은 체내 피폭 등의 위험성이 적은 반면, 인공방사능은  체내 피폭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후쿠칸네트 이사장 정현실씨의 페이스북>


그렇다면 일본의 마이니치신문 기사 제목과 같이 후쿠시마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풍문일까?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후쿠칸네트의 주장을 반박할 만한 내용들이 일본 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 5월 18일 후쿠시마현은 2011년 사고 당시 18세 이하인 청소년들에게서 새로 16건의 갑상선암을 진단 받은 이들이 생겼다고 발표했다. 사고 이후 현재까지 모두 127명의 어린이, 청소년이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지난 1986년 체르노빌 사고 이후 인근 지역 유아들에게서 갑상선암이 많이 보고된 바 있다.


후쿠시마현은 방사능 노출과 급성 갑상선암과의 연관 관계에 대해 특별한 코멘트를 하고 있지 않지만, 지역에서 우려감은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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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2월, 후쿠시마 현의 도로 가장자리와 중앙에 따라서 방사능 검출량이 다르게 측정되었다. 민간단체들은 후쿠시마 어린이들에게 작은 도로의 경우 도로 중앙으로 걷도록 교육하고 있다. 후쿠시마에서는 일본 정부의 신뢰할 수 없는 정보 제공에 반발하고,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시민들의 모임이 존재한다. 이 사진은 지난 2013년 11월 전주를 방문한 이 단체 관계자의 발표 사진이다. 특정 지역에서 방사능이 높게 검출되는 마이크로 핫스팟 등 여러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방사능으로부터 아이를 지키기 위한 후쿠시마 네트워크'의 히로유키 요시노 대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부흥 계획, 논란 많아”


그리고 지난 6월 15일 후쿠시마현은 핵발전소 사고로 인하여 피난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던 주택을 2017년 3월부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피난자에 대한 주택 지원은 일본의 ‘재해구조법’에 따라 2년을 기한으로 두고 1년마다 연장하여 지속된 정책이었다.


무상 주택제공은 특히 스스로 후쿠시마를 떠나기로 결정한 이들에게 제공되는 유일한 지원이었다. 이들은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로 발생한 피난자 중 약 25%를 차지하며 그 수는 3만6,000여 명에 이른다.


 “현재 후쿠시마가 피난구역이 되면서 다른 지역에 살고 있는 이들이 약 12만 명정도 됩니다. 자발적 피난자는 피난구역 밖에 있는 이들로 일본 정부가 피난의 권리를 광범위하게 주지 않아서 위험성이 있더라도 거기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사람도 있어요. 직장이 후쿠시마현에 있다던가, 집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도 그렇죠. 이들은 스스로 조심스럽게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죠. 그런데 최근 자발적 피난자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면서 이들이 다시 후쿠시마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한 것이죠” <탈핵신문 오하라 간사>


이 뿐만 아니다. 현재 일본은 피난지시구역(후쿠시마 핵발전소에서 반경 20Km를 중심으로 최대 50~60km 지역까지 연간 20밀리시버트를 넘는 지역을 피난 지시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중에서 정말 문제가 심각한 ‘귀한 곤란 구역’을 제외한 모든 피난구역을 2017년 3월까지 해제하겠다는 방침도 정했다. 최근 일본 정부가 피난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귀환에 관한 조사에서 ‘돌아가지 않겠다’는 답변을 한 응답자가 50%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실상 많은 주민들이 후쿠시마로의 귀환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염지역 정화를 위한 작업인 ‘제염 사업’도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오하라 간사는 “제염이 완료된 지역이 일시적으로 방사선량이 내려가더라도 주변 산림에 쌓인 방사선 물질이 비바람을 타고 날아오면 국지적 핫스팟 지점이 생기기도 합니다”면서 “그리고 후쿠시마현 내에 약 7만 6,000곳에서 제염작업을 통해 모아둔 방사선 폐기물이 개별 보관되어 있는데, 폐기물을 담은 포대가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는 등 문제를 발생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이어 “제염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장기적인 건강 관리도 의문인 상황입니다. 방사능 피폭에 취약한 16세 청소년을 현장에 투입했다가 적발된 경우도 있습니다”고 말했다.


제염작업과 이를 보관하는 중간 저장 시설을 마련하는 비용이 약 3조 5천400엔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하라 간사는 “애초 효과가 불확실한 제염사업에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보다 오히려 주민들의 피난의 권리를 인정하고 보상을 확대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제염을 통한 후쿠시마의 부흥에 더 많은 힘을 기울이고, 이를 통해 피폭을 피할 수 있다고 홍보하면서 오히려 위험한 지역으로부터 주민들이 벗어나기 위해 피난 가는 선택의 폭을 좁혔습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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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에 방문한 한국의 청소년과 대학생들은 현지에서 문화 교류 행사를 펼치고 있다. 기자가 현지 행사 관련 사진들을 살펴본 결과, 참가자들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문화 교류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후쿠시마 핵발전소에 대한 제대로 된 정보 제공과 논의 없이 추진되는 이 행사를 환영해야 할까는 논란의 여지가 될 전망이다. 특히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정부의 부실 대처는 많은 우려와 논란을 자국 내에서 부르고 있다. 그리고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커지고 있는 핵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일본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제염사업과 피난 지역 해제 추진은 ‘후쿠시마 부흥’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후쿠칸네트가 추진한 일명 ‘풍문 해소 프로젝트’에 일본 외무성이 적극 지원을 했다는 것은 이런 일본 내 정책적 기조와 흐름이 같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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