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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리산 케이블카, 산으로 간 4대강 사업이죠. 재앙입니다"

[인터뷰]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10.22 17:29

“내년(2015년)부터 시범 사업지역(설악산, 지리산) 친환경 케이블카 설치 추진을 잘 설계하여 문제없이 추진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함”


지난 9월 2일 정의당 심상정 의원실에서 공개한 ‘친환경 케이블카 확충 T/F 3차 회의 결과록’의 일부이다. 이 회의는 2014년 11월 10일 열렸으며, 문화체육관광부 관광레저정책관이 주재하고 환경부도 참석했다.


2012년 6월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부결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정부는 스스로 ‘친환경’이라고 이름 붙여 다시 추진하려던 것이 확인된 것이다. 국립공원위원회는 환경부와 국토부를 비롯한 10개 기관과 조계종과 시민단체 등 민간위원들로 구성되어 국립공원 개발사안을 최종 심의하는 역할을 한다.


의원실에 따르면 국립공원위원회의 심의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리산과 설악산 케이블카 추진을 논의했던 이 회의에 국립공위원회 참가 기관 중 5개 기관이 참여했다.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은 사회적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지만, 정부는 이 합의를 무시한 것이다.


정부의 이런 태도에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경남 함양, 산청, 전남 구례, 전북 남원)들은 즉각적인 개발 구상을 발표했다. 장터목과 바래봉 등 산지에 호텔을 짓고, 의료시설을 갖춘 관광지구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각 지자체들은 밝혔다. 이것이 ‘친환경 케이블카’의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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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이 내놓은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추진 지역 <사진 출처 -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홈페이지>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처장을 지난 17일 지리산 노고단 정상 부근에서 만났다. 이날은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 발족식’이 열렸다. 지난 2012년 초 오랫동안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을 펼쳐온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만들었던 연대체는 부결 소식과 함께 사실상 해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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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7일, 지리산권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지리산 노고단에서 문화제와 반대 홍보를 했다.


그러나 부결 직후 지리산권 지방자치단체들의 재추진 움직임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승인으로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되면서 단체들이 다시 모였다. 사실상 ‘재결성’이었지만, 이번에는 사생결단의 마음으로 막겠다는 점에서 ‘시작’으로 봐도 좋을 것 같다.


윤주옥 처장은 기자와의 대화에서 “지금 정부도 다 개발사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집단인데, 더 개발할 곳이 없으니까 산을 노리는 것 같다”며 “강도 다 파헤쳤고 이제 산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산마저 무너지면 한국사회는 자연에 대한 파괴로 파국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윤 처장의 생각이다.


윤 처장은 “적어도 국가에서 보존을 하겠다고 법으로 지정한 국립공원은 법대로 보존을 했으면 좋겠다”며 “성장과 1등, 경쟁만 인정하는 시대에서 자연은 그렇지 않고 모든 것을 품어준다. 경쟁과 이기는 것이 아닌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연, 이것마저 사라지면 정말 사람은 경쟁하고 전쟁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겠나”며 지리산 케이블카 반대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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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모임 사무처장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Q. 2012년 6월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 부결 결정이 나고 한 시름 놓았을 것 같은데, 지금 마음이 어떤가?


윤주옥 사무처장 : 많은 사람들이 아마 눈물을 흘렸을거다. 기쁨의 눈물이기도 하고 다시는 지리산이 개발사업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거에요. 지리산에 있는 사람들이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 운동에 적극적이었어요. 세종시에서 1인 시위도 함께하고, 그랬던 것이 설악산이 잘못되면 지리산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었죠.


결국, 설악산이 여러 문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결되면서 바로 지리산으로 화살이 오고 있어요. 또 암담한 싸움을 시작해야하니 안타깝네요. 구례를 비롯해 지리산권에 사는 사람들은 다 그런 마음이에요.


Q. 지난 시기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계획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요?


구례와 남원은 부결 노선을 약간 줄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대상지를 바꿨다면, 경남 함양과 산청은 오히려 부결된 노선을 연장해서 이었어요. 1 더하기 1은 2인데 3이 되었다고 할까요? 환경부가 지난번에 안 된다고 했는데 더 연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지난번의 결정을 무시한 것일 수 있게죠. 그리고 더 질러서 작은 것이라도 따낼려고 하나라는 생각도 들어요.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Q.  4대강 사업이 산으로 갔다는 표현이 눈에 띕니다.


지금 정부다 다 개발 사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인데, 할 곳이 이제 더 이상 없겠죠. 강도 다 파헤쳤고 이제 산을 말아먹으려고 하는 것이라고 봐요. 그래서 산으로 간 4대강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죠. 결국 산마저 무너지면 한국사회는 자연에 대한 파괴로 파국을 맞이할 수 있어요. 


4대강 사업도 강 주변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제기가 됐듯이 케이블카도 여러 곳에서 문제제기를 했어요. 환경도 문제지만, 경제적으로 이익이 없다는 것을 이미 보여줬잖아요. 그런데 안 되는 것을 또 놓겠다는 것이니까 이것은 분명 개발을 통해서 이익이 있는 사람들이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죠. 우리도 마찬가지로 끝까지 막을 준비를 하고 있어요.


Q.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으면 마음의 안정, 힐링이 된다고 해요. 케이블카가 그런 것에 방해가 될까요?


저희가 자연의 입장에서는 생태계도 파괴하고 경관도 파괴하고 여기 사는 동·식물들에게도 좋지 않은 영향을 주니까 반대하는 거에요. 그런데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편히 산에 갈 수 있으니까 케이블카가 좋을 수 있겠죠. 하지만 그만큼 자연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는 없어요. 내가 무엇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긴 시간 투여하면 감동은 크죠. 쉽게 얻은 감동은 쉽게 잊기 마련입니다.


자연만큼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우리 안에서 잘 간직해야 하지 않을까요. 자기 체력에 맞게 천천히 걸어가며 느끼고 그것을 통해 자연과 교감을 이루는 것이요. 결국, 인간도 그 안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성장, 1등, 경쟁과 같은 것들만 인정을 하잖아요. 자연은 그렇지 않아요. 모든 것을 품어주죠. 적어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뤄내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이것마저 사라진다면 정말 인간은 경쟁하고 전쟁하는 기계에 지나지 않을까요? 지리산은 우리를 위해서 간직하는 것이 옳아요. 이미 많은 것들을 파괴하고 있잖아요. 적어도 국립공원만큼은 국가가 법으로 보존하겠다고 약속한 것이잖아요. 그래서 법대로 하자는 것에요. 자꾸 손대서 훼손하지 말고 법처럼 보존하고 그 노력을 하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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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케이블카를 짓고자 하는 지리산의 가을


Q. 경제성을 이야기했는데, 지리산권 지자체 4곳 모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도 한 말씀 부탁드려요.


사실 단체장들은 주민들이 뽑았으니까 그런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이죠. 그럼 왜 주민들은 케이블카를 선택할까요? 돌아오는 이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본인이 직접 타고 지리산에 오르려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실은 이런 케이블카를 통해서 이익이 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사례를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자연공원 9곳의 케이블카가 설치되어 있지만, 흔자는 단 한 곳에 불과합니다. 케이블카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흑자는 더 줄게 되어 있어요. 너도 나도 시민 세금으로 지어놓고 적자가 나면 그 적자 폭을 다시 세금으로 메우려고 할 것 아니겠어요.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고 주민들에게 의사를 물으면 반대하지 않겠어요? 부풀린 정보가 언론에서 이야기가 되니 케이블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미련을 버려야 합니다. 용역한다고 돈 들어가고 부결되면 또 돈 들어가고...그렇게 돈을 들이는 것이 미련 때문인 것 같아요. 그게 너무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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