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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유실 없는 세월호 온전한 인양 위해 함께 해 주세요"

전주 세월호 남문농성장에서 열린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과의 간담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11.12 00:22

“내일(12일)이 수능이에요. 오늘(11일)은 ‘빼빼로 데이’였어요. (세월호 참사가 없었다면) 아마 딸이 받아온 초코렛을 정리하고, 수능 잘 보라고 엿하고, 포크를 샀겠죠. 혹시 우리 딸이 내일 놓치는 문제가 있을까 걱정하는 평범한 엄마였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 우리 딸은 세월호 속에 있어요”


아직 세월호 속에서 나오지 못한 단원고 2학년 1반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복 받쳐 오르는 감정에 나오는 눈물을 참지 못하며 말을 했다.


세월호 참사 575일(11월 11일 현재). 최소한 당시 언론과 정부의 발표대로 ‘전원 구조’가 사실이었다면, 이렇게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겪지 않았을 미수습자 부모들이 전북 전주를 찾았다. 11일 저녁 전주 세월호 남문농성장에서는 시민들과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미수습자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 아버지 조남성씨,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씨와 고 김승환 학생의 유가족 김종성씨)들이 모여 간담회를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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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남문농성장은 서울 광화문과 안산의 분향소가 있는 곳을 제외하면 전국 유일의 세월호 관련 농성장이다. 작년 8월 22일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시작한 전주 남문농성장은 “광화문과 함께 합니다”는 현수막을 걸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 학생의 아버지 조남성씨는 “시간이 많이 지나 광화문 등을 찾는 사람들은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지역마다 세월호를 잊지 않고 묵묵히 피켓을 들고 알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며 “이제 추워지면 더 활동하기 힘들 텐데 미수습자 9명 모두 찾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감사의 마음과 당부의 말을 전했다.


간담회는 저녁 7시에 시작했다. 시작하고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이날 농성장을 찾은 미수습자 가족들은 “국민들이 많이 아파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


“세월호 인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실 방지입니다”


단원고 2학년 2반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씨는 “세월호 안에 사랑하는 딸 다윤이가 있습니다. 570일 넘게 가족들은 단 한 가지 사랑하는 가족을 찾아 달라고 거리에서 외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미수습자 가족들과 유가족들은 서울 홍대와 청와대가 바라다 보이는 청운동에서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 피켓에는 “세월호 속에 아직 가족이 있습니다. 조속하고 온전한 선체인양”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또한 전남 진도 팽목항을 오가며 세월호가 온전히 인양될 수 있도록 살피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세월호 인양이 결정되고 유실 없이 온전하게 인양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미수습자 가족들의 마음이다. 세월호 온전한 인양의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다. 혹여나 아이들을 찾는 일에 빈틈이 있을까 싶어 정부에게 그 어떤 하소연과 쓴소리도 하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7~8개월 동안 정부를 상대로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많이도 싸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단 하나 우리 아이들을 찾아달라는 말 말고는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것이 미수습자 가족들입니다” (허다윤 학생의 어머니 박은미씨)


박은미씨는 “철저한 유실 방지로 온전하게 뭍으로 올라와 우리 아이들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 주세요”라며 “우리도 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저희들은 세월호 인양에 있어서 설치된 유실 방지망이 온전한 지 여부와 같은 것들에 모든 신경을 기울이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조은화 학생의 아버지 조남성씨는 “세월호 인양에 있어서 유실방지가 가장 중요합니다”면서 “세월호가 언제 인양될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기술적인 것도 중요하지만 찾겠다는 의욕이 먼저입니다. 그리고 온전히 뭍으로 옮겨질 때까지 계속 정부와 논의할 것입니다”고 말했다.


세월호 인양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고 한다. 진도 앞 바다의 조류는 강하고, 세월호 선체는 오랫동안 바다 속에 잠겨 부식되어 있다. 지난해 11월 11일 수색작업을 종료하면서 세월호 곳곳의 창문과 출입구에 설치한 밧줄이 끊어진 것이 최근 알려져 미수습자 가족들의 가슴을 애태우기도 했다.


정부는 세월호 인양의 최우선 목표가 미수습자 9명의 온전한 수습이라는 점을 거듭 밝히고 있지만, 이런 소식들이 들릴 때면 아이들을 찾지 못할까 걱정에 휩싸인다.


“유실 방지망이 어떻게 잘못될까 무섭고, 인양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을까 무섭고, 인양되었는데 우리 아이들이 없을까 무섭고, 못 찾는 가족들이 생기면 어떡하나 매일 두려움 속에 살고 있어요”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


이금희씨는 걱정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조남성씨는 “우리에게 인양은 마지막 1명도 유실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면서 정부가 인양 과정에서 유실 방지망을 온전하게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세월호를 잊지 말고 지켜봐달라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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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이날 가족들은 ‘실종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2개월 전부터 이들은 ‘미수습자’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리고 해수부를 비롯한 정부에도 ‘미수습자’라는 표현을 쓰도록 요청했다. 미수습자라는 표현은 온전하게 세월호가 인양되고 그 안에 시신이 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실종이라는 표현은 (시신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 없을 때 쓰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세월호에 타고 있고, 사고 전에 전화 통화를 하면서 몇 호실에 있었는지도 알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세월호에 있으니 실종된 것이 아닙니다” (조은화 학생의 아버지 조남성씨)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지금까지 농성장을 지키고 세월호를 알리는 전주시민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도 미수습자 9명을 모두 찾을 때까지 함께 해달라는 부탁의 말도 전했다.


이금희씨는 “항상 저희를 걱정해주시는 분들은 미안한 마음에 다가가기 힘들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저희를 보면 항상 미안하다고 하세요”며 “(그런 마음으로 저희에게 다가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디 이야기 할 곳도 없게 됩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오전 8시 40분께부터 배가 기울었어요. 제가 9시 12분에 아이와 통화를 했고 어떤 어머니는 9시 58분에도 통화를 했어요. 살아있는 아이들을 죽였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순간 아이들이 얼마나 무서웠을까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수습된 아이들의 시신을 보면 어떤 아이는 손톱이 빠지고 온 몸에 상처가 난 경우도 있었어요. 570일 이상 배안에 있을 우리 아이는 어떨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생각을 하는 부모(자신)는 잠도 자고 밥도 먹으며 지냅니다. 무릎을 꿇고 우리 아이가 볼모가 아닌 볼모가 되어 찾아달라고 사정을 합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가족들의 일상은 모두 다 엉망이 되었어요”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 이금희씨)


이런 고통의 날을 보내면서도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자식들을 찾겠다는 마음과 함께 시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였다. 


이날 간담회에 참가한 전주 시민 기희진씨는 “그동안 세월호 진상규명 투쟁을 하면서 미수습자 가족들을 이해한다고 하면서도 진상규명에 무게를 뒀어요”라면서 “이 자리에서 이분들의 마음을 들으니 우리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더 큰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로 있는 문병현씨는 “지금도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 제자들을 많이 봐요”라면서 “아이들과 세월호 이야기를 하게 되면 대한민국의 야만과 무능을 느껴요. 앞으로도 계속 이 분들과 함께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약 30여 명의 농성장 지킴이와 시민들이 함께했다. 모두가 비슷한 마음을 갖고 있었다. 이들은 “농성장을 처음 꾸릴 때 ‘세월호 안에 아직 사람이 있다’는 구호를 외쳤어요”라면서 끝까지 미수습자 가족들과 함께하겠다는 다짐을 했다.


간담회는 세월호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을 부르며 꼭 돌아오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끝이 났다.

현재 세월호 미수습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양승진, 고창석, 조은화, 허다윤, 박영인, 남현철, 권재근, 권혁규, 이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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