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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아픔과 삶, 희망이 글과 그림으로"

[현장] 성매매 경험 여성 자활이야기, 전주 전시회

문주현( jbchamsori@gmail.com) 2015.12.11 21:36

지겹고 괴로웠던 나의 과거들...
아빠의 바람, 폭력, 그리고 부모의 이혼...
갈피를 못 잡고 가출을 하였고
첫발을 디딘 다방 종업원이란 직업
그때 내 나이 열다섯이었다.
돈을 번다는 것 만으로도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하지만 다방이라는 곳의 말도 안되는 규칙에 얽매여갔다.
점점 불어나는 빚은 어린 나를 어둠에 더욱 갇히게 했다.
그렇게 빚더미에 여기저기 팔려다녔다.
업주들의 횡포에 쌓인 빚더미... 십년 만에 벗어날 수 있었다
                                             <애이불비 –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 ‘너른마당’ 황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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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이불비 – 대전여성자활지원센터 ‘너른마당’ 황수진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이 그동안 살아온 삶을 글과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을 소개하는 특별한 전시회가 지난 10일부터 11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열렸다. 전주 디지털독립영화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자활, 이야기 숲에서 나는 숨을 쉰다”라는 이름으로 열렸다.


이 전시회를 기획한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는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자활을 지원하는 전국의 여성자활지원센터들이 2009년부터 ‘국회의원과 함께하는 자활 전시회’를 개최했다”면서 “이번 전시회는 지난 2015년 9월에 진행한 국회 전시회 작품들을 전주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갖고자 개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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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경험 여성 자활이야기', 전주 전시회 작품들로 만든 엽서(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전국의 여성자활지원센터는 모두 10곳이 있다. 성매매방지법이 2004년 제정되고 성매매 경험 여성들을 위한 현장상담센터와 주거지원을 위한 쉼터와 그룹홈, 성매매가 아닌 대안적 삶을 지원하는 자활지원센터 등 지원 시스템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 김미선 전북 여성자활지원센터장(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부설 기관)은 “자활지원센터는 성매매를 하지 않으면서 살 수 있는 역량 강화를 돕는 곳”이라면서 “상담과 직업 훈련 지원, 학력 지원 등을 하며 자활 상담과 진로 교육도 동시에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작품은 총 31편. 성매매에서 벗어난 후 자활지원센터를 이용한 여성들과 그런 경험을 가진 여성들 중 반성매매 운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도 참여했다.


16년 동안 전세아파트 한 채 값의 선불금을 짊어지고 전국의 45곳에서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던 한 여성의 시 <영이의 발자취>는 왜 성매매가 성노동이 될 수 없는지를 당사자의 시선에서 드러낸다. 


고교 입학 당시 수석으로 입학했지만, 가족이 해체되면서 홀로 가족을 책임지며 성매매까지 유입된 한 여성의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그녀, 역사>는 성매매 경험 여성들을 마치 ‘사치’와 ‘된장녀’로 바라보는 왜곡된 시선에 나름의 경종을 올린다.


이처럼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가슴 아픔 삶의 기록들은 그림책으로도 제작됐다. 성매매 경험 여성들과 동화작가가 공동으로 기획한 그림 동화 8편이 그것. 이 작품들은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 읽을 수 있도록 주최 측은 의자를 준비했다. 남자친구와 동거 중 생긴 아기를 보기 위해 성매매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내 삶의 전부>라는 그림책을 보면 성매매 여성들의 따뜻한 인간미와 사랑을 느낄 수 있다.
 
또한, 10대 시절 ‘조건 만남’ 등의 성매매를 경험한 여성들이 당시 남성들로부터 받았던 멸시와 폭언을 도발적으로 폭로하는 <우리의 성을 구매한 남성들에게>도 눈에 띄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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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경험 여성 자활이야기', 전주 전시회 (전북여성인권지원센터)


김미선 센터장은 “사람들이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기 어렵다. 누구나 성매매 현장에 대해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경험 당사자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분명 다른 의미를 가진다”면서 “이들을 통해 듣는 탈성매매 과정에서의 어려움과 성매매 현장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인권 유린 등의 이야기는 언론의 사건·사고 보도를 통해 접하는 것과는 분명 다른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회를 보고 간 사람들로부터 ‘성매매 현장이 이런 줄 몰랐다’, ‘성매매 여성들에 대해 영화나 드라마는 사치스럽고 명품을 좋을 좋아하는 것으로만 그려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등의 소감을 들었다”면서 “아픔과 상처의 시간들을 통과한 성매매 경험 여성들의 자활의 여정을 시민들이 공감하는 연대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번 전시회는 뜻 깊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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