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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이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의해 장악되어 시민의 신뢰를 잃어버린 10년의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공범자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방송의 미래를 망치지마.”

다큐 속 한 주인공이 <공범자들> 감독인 최승호 PD에게 영화 속에서 던진 말이다. MBC와 KBS를 망쳐온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 말은 공범자 중 한 명이 내뱉은 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적폐 1호로 지목되고 있는 MBC와 KBS는 여전히 공범자들이 장악하고 있다.

자신이 MBC 해고자이기도 한 최승호 PD는 “한 달 안에 이 영화를 100만 이상이 보게 된다면 분명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10일 저녁 전북 전주시 고사동의 메가박스에서는 <공범자들> 시사회가 열렸다. 약 200석의 자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공범자들>을 보며 언론 적폐 청산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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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전북 전주 시사회

다큐영화 <공범자들>은 지난 10년, 정권의 방송 장악에 부역한 KBS와 MBC 경영진들과 내부 투쟁을 기록한 영화다. 그리고 방송 장악의 끝판왕이라고 볼 수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등장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최 PD의 질문을 회피한다. 회피하는 과정은 코믹하기도 하다. 최 PD가 이들에게 던진 질문은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이라는 것에 어떻게 생각하냐?”와 같은 질문이다.

전원 구조라는 희대의 오보를 낸 세월호 참사. 시사 프로그램을 폐지하고 과거 땡전뉴스를 연상케 하는 뉴스 및 프로를 제작하기 시작한 공영방송들은 정권의 한 마디에 인사가 교체되고 방송이 중단되기도 한다. 정권에 찍힌 사장을 자르기 위해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문화진흥위원회, 검찰, 감사원 등이 동원된다. 이 과정에서 공범자들은 “우리는 공정하다”, “틀렸다면 나른 한강 다리에 매달아라”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공범자들>의 또 다른 주인공, 해직 언론인들”

이런 이들을 쫓는 최 PD는 감독이기에 앞서 주인공이기도 하다. 지난 2016년 초 공개된 MBC 백종문 현 부사장이 한 보수매체 기자와 나눈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최승호 PD는 박성제 기자와 함께 증거 없이 2012년 해고가 됐다. 이처럼 질문을 회피하기 바쁜 공범자들이 영화 속에서 주요하게 등장하는 것과 함께 이용마 기자, 김민식 PD, 이근행 PD, 정연주 전 KBS사장 등이 또 한 축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공범자들과 달리 담담하게 인터뷰에 응한다.

이날 시사회에서는 공범자들의 답변 회피를 보여주는 것이 일종의 ‘망신주기’가 아니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최 PD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기본적으로 (공범자들은) 오랫동안 기자로서 늘 다른 사람에게 답변을 요구해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도 답변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날카롭게 대했다. 그런데 막상 자기가 나쁜 일을 저지르고 질문을 받았을 때는 제대로 답변하지 않는다. 출세한 언론인들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가 질문을 던질 때 그들이 보여주는 태도, 그 자체가 진실이다.”

공범자 중 한 사람이 최 PD에게 “방송의 미래를 망치려는 것이냐?”는 말을 던졌을 때, 관객들은 모두 허탈한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방송 장악과 불공정, 편파가 아니라는 항변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회피는 권력 추구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이와 다르게 이용마 기자 등 언론 장악에 저항한 이들은 진지하게 현 상황을 성찰하고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오랜 패배감에 관성에 젖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하는 이들은 공범자들처럼 숨지 않는다. 최 PD가 말한 언론인, 공직자의 자세다. 그러나 현재, 질문에 회피하지 않았던 이들은 언론 현장에서 밀려나 있다.

약 300여 명의 언론인들이 지난 10년 간 현장을 떠나야 했다. MBC는 이들의 자부심을 짓밟았다. 아나운서와 기자들을 스케이트장 관리 현장으로 보내고, ‘너희가 없어도 MBC는 잘 돌아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최승호 PD는 “전작 자백과 다르게 (나의 문제이기도 하고)파업 등의 현장에서의 기뻤던 연대의 순간(2012년 파업 당시 시민들과 함께한 프리허그 등)의 결과가 패배였다는 것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지금은 알고 그 영상들을 보며 편집하는 것이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현재는 암 투병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 이용마 기자 등 동료들의 영상을 보는 것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최 PD는 “그래도 내가 가진 기술로 어떤 의제를 다뤄 사회 변화의 가능성을 만들 것인가 그 생각을 늘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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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한 장면, 영화 속 공범자들은 모두 최 PD를 피하기 바쁘다.

“세월호 전원 구조와 같은 대참사 막기 위해서라도 공범자들을 쫓아내야”

그 변화의 가능성은 바로 공영방송의 정상화다. 지난 2012년 공영방송사 파업의 비참한 패배는 곧 언론의 심각한 위기로 시민들에게 돌아왔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오보’ 사태다. <공범자들>은 그 과정을 다룬다.

세월호 전원구조 오보는 목포MBC 기자들의 취재로 아직 배 안에 수백명의 사람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서울 MBC가 무시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명박 정권의 언론 구조를 박근혜 정권이 이어받았고 긴 세월의 언론 장악으로 청와대의 기침에도 알아서 기는 이들이 보도국을 장악했을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어쩌면 대참사의 시작일지 모른다는 목포 MBC 기자들의 이야기를 왜 서울 MBC는 무시했을까?”

당시 김장겸 보도국장, 본부장은 이진숙씨, 박상후씨가 전국부장으로 MBC 보도국을 장악하고 있었다. 이들은 현재 MBC 사장, 대전MBC 사장이다.   

“정부의 발표가 틀렸다는 가정을 두고 취재한 마음이 전혀 없었던 것이 문제의 진실이다. 정부의 발표대로 취재하면 자신들의 안위가 보장이 되는데, 만약 목포 MBC 입장대로 발표하고 그 발표가 틀렸을 경우 청와대 등으로부터 받게 될 후속 조치들이 두려웠던 것이다.”

시민의 안전보다 자신의 안전에 더 무게를 둔 공범자들은 희대의 오보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권 아래 승승장구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지금은 퇴직한 한 목포 MBC 언론인은 “만약 그때 제대로 보도했다면 정부가 한 명이라도 더 적극적으로 구조하고자 하지 않았을까?”라며 눈물을 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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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범자들> 전주 시사회에는 언론노조와 전주MBC 노조가 참여했다.

“<자백>의 주인공처럼 <공범자들> 주인공도 감옥에 가지 않을까?”

최승호 PD는 농담처럼 “한 달안에 100만이 봤으면 좋겠다”고 관객들에게 말했지만, 그 말에는 빠른 시간 안에 공범자들이 쫓겨나고 공영방송이 자기 자리를 찾기 바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병아리가 안에서 알을 깨는 힘이 부족하니 바깥에서 어미가 도움을 준다. 안과 밖이 힘을 합친다면 머지않아 공범자들이 모두 잘리는 모습을 보지 않을까 싶다. 공영방송 언론인들이 파업을 하게 되면 응원도 해달라.”

이날 시사회에서는 한 관객이 의미심장한 말을 최 PD에게 던지기도 했다. 이 관객은 “영화 <자백>에서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고 최 PD가 질문을 던진 분(김기춘)은 현재 감옥에 있다. 왠지 펠레의 저주처럼 최승호의 저주가 있어서 <공범자들>의 끝판왕이자 주인공이며 최 PD가 질문을 던진 그 분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 PD는 “벌써 실현되는 느낌이 든다. 사실 주인공을 이 자리에 불러서 관객과의 대화를 나눠야 하는데, 국정원 댓글 사건 등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면서 요즘 바깥 출입을 제대로 못 한다고 들었다. 조만간 원하는 소식이 들리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다큐 영화 <공범자들>의 주인공은 공식 포스터에 등장한다.

한편, <공범자들>에 대해 MBC 전 사장 김재철, 안광한씨와 현 사장 김장겸씨, 부사장 백정문, 시사제작국 부국장 박상후 등 전⦁현직 임원 5명이 법원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오는 11일 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기각이 되지 않는다면, 본래 17일 개봉은 힘들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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