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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2일 토요일, 서울과 대전에서 온 명분의 방문객들과 함께 전주 문화답사를 했다. 오후 12시5분경, 약속 장소인 전주시청 민원실 앞에 도착해 잠시 기다렸다. 바로 화단에서 하얀색 꽃망울이 올라오는 목련과 붉은색 꽃망울이 피고 있는 동백꽃을 보았다.

전주시내에도 본격적으로 봄이 오는 모양이다. 잠시 후 방문객 일행이 타고 온 승용차가 도착했다. 오늘 방문한 분들은 지난 2006년 11월에 쿠바 기행을 같이 했던 20명의 일행 중 중년 여성분 3명이 있었는데, 그때 반갑게 대화도 나누고 이후 전주 방문 때 서로 연락하기로 했던 분들이다.

이번 방문은 세분 중 정양순 선생님이 국립전주박물관에서 제20회 한국매듭연구회가 주관한 ‘전통매듭의 아름다움’이라는 주제의 전시회에 출품작을 내놓아서 박물관을 방문할 겸 전주 문화답사를 하겠다고 온 것이다. 4명의 친구분들도 같이 오셨다.

동문 네거리...전주콩나물국밥집들

우선 함께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고 동문네거리에 있는 풍전식당으로 이동을 했다. 식당 옆의 건물이 사라진 채 주차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식당 건물 벽에 해바라기 꽃을 그린 커다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동문거리 활성화와 공공미술의 일환으로 공동 작업한 작품인 모양이다. 그림을 보니, 건물 벽 밖으로 노출된 가스파이프 라인을 그대로 꽃대로 표현했고, 그 끝지점에 해바라기꽃을 그려 넣었다.

▲풍전식당 바깥 벽면에서 그려진 그림
잠시 동문거리의 역사와 몇 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는 동문거리 활성화 방안으로 추진되는 노력들에 대해 설명을 했다. 이곳 동문거리에 들어서 있는 콩나물국밥집들은 2007년 IMF가 닥치자마자 많이 들어섰다. 왱이집을 비롯해 다래식당, 두래박, 이곳 풍전식당이 대표적인 곳이다. 각 식당마다 콩나물을 이용한 음식 종류가 다양해 기호에 따라 음식 종류를 바꿔가며 먹을 수 있다. 내가 이곳 동문네거리에 있었던 사무실에 근무했을때 이 주변 콩나물국밥집을 자주 이용했었다.

식당을 들어가니 주인이 오랜만이다면서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나도 그동안 안녕하셨냐면서 반가운 인사로 화답했다. 모두가 ‘콩나물국밥’을 주문했다. 이전에 전주를 방문한 적이 있다는 어떤 분은 꽤 오래된 식당에서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국밥을 들고 오신 식당 아주머니가 “먼저 반숙 계란탕에 국물을 몇 수저 넣은 다음 수저로 저어서 수프로 만들어 먹은 다음 국밥을 먹는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사실 나는 콩나물국밥을 먹을 때 반숙계란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먹지 않고 그대로 내 놓거나 국밥에 넣어 완전히 익혀 버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모주’ 한잔도 주문해 먹었다. 음식 값을 보니, 한 그릇에 4천500원이다. 처음 식당이 만들어 질 때만 하더라도 3천원이었다. 물가가 상승하면서 그동안 조금씩 오른 모양이다.

국립전주박물관, 경기전, 한옥마을을 둘러보며

식당을 나와서 국립전주박물관으로 이동을 했다. 구 도청 앞을 지날때는 도청 이전 후 이곳 구도심권의 경기가 침체되어 거리가 한산하다고 설명을 했다. 그리고 1994년엔 환경운동을 통해 구도심권과 공원주변에 고층건물 층수 제한이 이루어졌다는 점, 최근엔 규제대상 주민들이 완화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하지만 무분별한 도시개발로 인해 여름철엔 가장 더운 도시가 되어 있다는 점 등을 설명했다.

국립전주박물관내 전시실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매듭’ 작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정양순 선생님이 ‘매듭’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시물들의 특이사항 등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다. 전시장 가운데에서는 어린이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매듭’ 만들기 체험도 있었다. 한쪽 볔면에는 직접 ‘매듭’ 만드는 작업을 보여주는 영상이 비쳐지고 있었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가느다란 줄을 꼬아가며 만드는 과정은 정말 도를 닦는 모습 그대로 였다. 참을성이 없거나 성격이 급한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이다. 나이드신 분들이 치매예방에 아주 좋은 일일 것으로 생각되었다. 박물관내 다른 전시물도 둘러 본 다음, 전주한옥마을로 이동을 했다.

▲경기전안에 걸려있는 모사본 이성계 영정
먼저 들른 곳은 경기전이다. 정문은 보수 공사중이라 옆문을 통해 들어갔다. 봄 나들이 차 경기전에 들른 사람들이 꽤 많았다.

일행 중 ‘전주 이씨’라는 분이 집에 이성계 영정사진이 있었는데 언젠가 사라지고 없다면서 영정사진을 촬영해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촬영이 금지돼 있다고 하자, 안내실에 직접 가시더니 허가를 받아냈다. 그동안 이곳을 가끔은 찾아온 적이 있었으나, 사진촬영을 못했는데 이렇게 촬영하게 되었다. 전주사고 앞 매화꽃 앞에서도 사진촬영을 해 드렸다. 벌써 매화나무가 꽃을 피우고 있었다. 한옥 마을안 골목을 돌아볼 때 산수유꽃도 볼 수 있었다.

다시 우리 일행은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전통술박물관,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주한방문화센터를 방문했다. 특히 전주전통한지원도 방문해서 직접 한지를 만드는 제작과정을 보았고, 일행 중의 한분은 5만원 상당의 한지 한 묶음을 구입하셨다. 한옥마을 골목 골목을 걸으면서 정취를 느끼니 나름대로 좋았다고 일행들이 말했다.

'한옥지구' 은행로는 온통 파헤쳐진 상태

대전과 서울까지 올라가야 해서 오후6시에 저녘식사를 하기로 식사를 예약한 ‘다문’으로 향했다. 걸어서 이동하는데 은행로는 온통 파헤쳐진 상태였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일본식 조경을 본 따서 말 그대로 국적 불명의 조경사업을 도로에 펼치고 있었다. 막대한 돈을 들여서 말이다. 그런 돈이 있으면 골목 골목을 잘 살리면서 차라리 허물어져 가는 한옥집이나 보수가 필요한 한옥집에 더 많은 지원을 하는 것이 더 낳지 않나 생각됐다.

▲한옥마을 공사 중

▲한옥마을내 은행로에 수로를 만들고 국적 불명의 조경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 전통조경은 구역전체를 대상으로 자연공간과 인공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속에 인간이 들어가는 방식으로 한다. 그런데 한옥마을 전체에 대한 고민 보다는 도로변에 작은 조경시설물을 설치하고 도로위에 작은 수로를 만들어 물길을 조성한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시설물이라 하겠다. 더욱이 수작업을 통해 만든 돌들이 아니라, 기계로 매끈하게 깍아 만든 너무나 정감 없는 모양이다. 바닦도 평평한 판석을 깔아 오랫동안 걷기에 불편하게 만들어 버렸다.

‘전주한옥마을 활성화 관련 특별법’까지 만들어 많은 국가예산을 투입해 여러 가지 사업을 한다는데 어떤 사업을 펼칠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국가예산만 낭비하고 한옥마을의 모습을 오히려 훼손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 런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자신들의 정치적인 치적으로 내세우면서 얄팍한 지식으로 앞장서 추진해 온 정치인들과 전주시장의 그릇된 정책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라도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를 바란다. 성의 있는 마음으로 말이다.

씁쓸한 표정으로 ‘다문’에 도착했다. 일행 중 한 분이 “마당이 흙으로 되어 있어 좋다”면서 반가워했다. ‘다문’은 원래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시설이었다가, 현재의 집주인인 박시도, 정한량씨 부부(나는 형님과 형수님이라고 부름)가 전세로 들어와 현재와 같은 찻집과 식당으로 만들어 운영해 오고 있다. 마당 한 켠에는 커다란 우물이 있어 예전엔 두래박으로 우물물을 퍼 올려 보기도 하는 등 많은 손님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곤 했다. 지금은 전기모터로 물을 품어 올리고 있었다. 조금은 정감이 떨어진 느낌이다. 방에서 유리 창문을 내다보니 집 지붕에 비닐이 덮여 있었다. 비가 세는 모양이다. 보수를 해야 하는데 돈이 많이 들어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말을 주인으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다. 잠시 후 비가 한두 방울 내리기 시작했다.

입안에서 도는 국화향이 좋았다

4년 전만 하더라도 이곳 ‘다문’에서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했었다. 산조축제, 마임축제를 비롯해 매월 한번씩 우리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민요나 판소리도 부르고, 악기연주를 청해 듣기도 했었다. 지금은 모두들 여의치가 않아 중단된 상태다. 집주인은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차를 직접 제배하고 만들어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차에 대한 애정이 대단하며, 두 부부가 각각 대학원과 숲 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식사비는 한상에 4만원이니까, 1인당 1만원이다. 음식 값이 4-5년 전과 마찬가지가로 그대로 였다. 얼마전 형수님을 만났을 때 음식값을 올려할 지, 아니면 반찬가지수를 줄여야 할지를 고민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반찬이 하나 둘 차례로 들어오자, 일하는 종업원에게 반찬 양을 조금씩만 달라고 말했다. 계란찜과 된장찌개가 마지막으로 상에 얼려졌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모두들 맛있게 먹으면서 그릇을 거의 다 비웠다. 일부 남은 음식은 개에게 먹인다며 비닐봉투에 담아 가셨다. 마지막으로 나온 국화차를 한잔씩 마셨다. 입안에서 도는 국화향이 좋았다. 조금씩 내리는 봄 빗속을 걸어서 주차돼 있던 전주공예품전시관 앞에 도착했다. 오늘 하루 같이 한 전주 문화답사가 정말 뜻 깊은 시간이 되었기를 바라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대전에서 한번 만나자고 정양순 선생님께서 말해 주셨다. 오랜만에 한옥마을을 둘러보면서 한옥마을이 본래의 모습을 상실한 채 오히려 자꾸 파괴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많은 아쉬움을 더해 주었다.

오랜만에 마이크 없이 직접 소리를 들으니 좋았다

▲전주전통한지원에서 직접 한지를 만드는 모습
▲전주한옥생활체험관에서 판소리 공연을 하고 있는 모습과 이를 지켜보는 청중들

작별인사를 나눈 후 나는 전주한옥생활체험관으로 들어사 국악 공원을 보았다. 주제는 ‘봄처녀들의 소리바람’이라는 무료 공연이었다. 마당에서 공연을 하려 했으나, 비가 내리는 바람에 소리청에서 열렸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안산에서 온 초등학생들이 앞자리에 줄지어 앉아 있었다. 점심식사때도 식당에서 만난 학생들이다. 소리는 김윤선씨가, 고수는 김환씨가 맡았다. 단가 사찰가를 시작으로 흥보가 중 ‘흥보 매맞는 대목’과 춘향가 중 ‘어사출도 후 춘향과 재회’하는 대목을 했고, 진도아리랑 등 민요를 끝으로 마무리했다. 막간엔 대금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청중들도 추임새로 화답해 주었다. 오랜만에 음향시설 없이 직접 소리를 들으니 아주 좋았다.

오랜만에 전주 문화답사를 마무리 하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문화는 삶이 녹아있어야 한다. 사람들의 진정한 삶을 담아 낼 수 있는 문화여야 한다. 특히 자연생태의 지속가능을 근간으로 하지 않는다면 인류가 만들어 놓은 어떤 문화도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점도 꼭 인식해야 하겠다. 그렇지 않는다면 표피적이고 낭비적인 문화만이 형성될 것이고, 결국 자본의 극대화를 양산하는 죽음의 문화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기자소개
-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 환경운동가
- ‘새와 생명의 터’ 자문위원,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공동집행위원장
- 전북대학교 새만금생활사연구단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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