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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나의 인터넷 통신 가입기

유기만( 1) 2008.12.03 10:51

우리 집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채널이 라디오였다. TV, 인터넷도 안 되지만 그다지 불편한 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속한 안티 이명박 까페 전북모임에서 인터넷 라디오 방송을 시작했고 방송 시간이 저녁 늦은 시간이어서 한 번도 듣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이래 저래 고민하다가 같이 사는 친구와 함께 여러 차례 이야기를 한 후 인터넷을 개통하기로 결정을 하고 인터넷 업체에 가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가입은 그리 만만치 않은 문제였다. 가입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업체마다 주민번호는 물론 계좌번호까지 요구했다. 나는 “설치하시는 분이 오면 청약서를 보고 주민번호와 계좌번호를 쓰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유선 상으로 확인을 한 후에 설치 기사를 보내줄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납득이 안 된다. 계좌번호와 주민번호를 조회한 후에 기사를 보낸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나는 업체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상식적으로 신상에 대한 조회 후에 기사를 보내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설명을 부탁했다. 하지만 업체측은 규정상의 이유를 이야기 할 뿐 납득할 만한 설명은 하지 못했다.

결국 인터넷 업체는 “그럼 다른 곳에 가입하세요”라며 전화를 끊었다. 기분이 나빴다. 물론 일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란 명분이지만 가입자가 청구서에 싸인을 하기도 전에 계좌번호와 주민번호를 먼저 공개하라는 것은 지나친 개인정보의 요구이다.

결국, 인터넷 가입은 지인을 통해 해결했지만 그래도 찜찜하다. 이런 일들이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기막힐 노릇이다.

인터넷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혈안이 돼 요즘 신규가입자에게도 현금을 준다. 서비스 기사에게는 친절을 강요하며 만족도 조사를 하면서 정작 업체의 규정은 효율성과 이윤에만 눈이 멀어있지 않은가?

현금까지 주면서 고객을 유치하지만 인터넷 요금은 들 쑥 날 쑥이다. 이것조차 사회적으로는 낭비가 아닌가?

지금 인터넷을 통해 집에서도 세상과 소통을 하고 있어 편리하지만 내 편리를 위해 뭔가를 버린 것 같은 기분은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서 나를 불편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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