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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과 함께 칠산바다에 속하는 소이도와 칠산도에 서식하는 조류 관찰과 마을주민들의 생활모습을 담은 것으로 하나의 탐방문을 3편으로 나눠서 실었습니다.<편집자주>

지난달 27일 2박 3일 일정으로 전남 영광군 법성포 앞바다에 위치한 내월면 소이도를 다녀왔다. 며칠 전 ‘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으로부터 소이도와 칠산도에 서식하는 조류에 대해 조사하고 현장에서 설명해 달라는 요청을 받아 찾게 된 것이다. 3월 중순이 넘어서야 조류들이 번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말을 전했지만 방송제작팀은 방송 예정일(3월 21일)에 맞추려면 지금 촬영할 수밖에 없다고 해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다녀 온 것이다.

더욱이 자주 찾는 부안군 위도에서도 남쪽으로 30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새만금사업으로 인한 영향이 이 지역까지 얼마나 미치는지, 그리고 칠산도와 소이도가 칠산 바다에 속해 있어 어업과 주민생계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를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다녀오게 되었다.

27일, 새볔 5시 35분경 집에서 택시를 타고 전주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한 후 6시5분경 정읍-흥덕-고창을 거쳐 영광에 도착하는 직행버스(7,100원)를 탔다. 전날 청탁받은 원고와 태안기름 유출피해 관련 글을 쓰느라 밤을 꼬박 지세우고 이동해서 인지 버스 안에서는 주로 잠을 잤다. 고창터미널에 도착할 즈음부터는 잠을 깬 후 차창 너머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고창시내를 벗어나자 아침 날씨가 차가웠는지 하얀 서리가 논경지에 내렸다.

대산면 간이터미널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여섯 분이 타셨다. 서로 오가는 말소리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목소리가 컸다. 영광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는 모양이다. 사는 곳이 고창인데도 생활권이 영광인가 보다. 오전 8시15분경 영광터미널에 도착했다. 전주 인후동에서 출발한지 2시간 40분이 걸린 것이다. 승용차로 왔다면 아마도 1시간반이면(전주 인후동-전주IC호남고속도로-정읍IC-흥덕-선운사 방향-고창군 상하면-홍농-개마항) 도착했을 것이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홍농행 버스 대기소를 찾았다. 막 터나려고 직행버스가 돌아나가고 있었다. 기사님께 기다려 달라고 하고 손짓을 하고 매표소에서 표를 구입(1,500원)한 후 급하게 버스를 탔다. 버스 안에는 3명이 앉아있었다. 버스 기사님에게 물으니, “홍농터미널까지 25분 걸린다”고 말한다. 개마항에서 아침 9시에 소이도행 여객선을 타야 하는데 이 버스를 놓쳤다면, 택시를 타고 영광에서 개마항까지 가야한다. 그러면 2만원 넘는 비용이 들었을 것이다.

버스는 법성포를 지나 홍농터미널에 도착하니 8시35분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후 작은 PT병 물을 하나를 구입한 다음, 다시 택시를 타고 개마항에 도착(7천원)하니 8시55분이었다. 여객선이 곧 떠나려고 준비를 다 마친 상태였다. 승용차와 트럭 6대가 실려 있었다. 객실로 들어가니, 마을 주민으로 보이는 분들 5명과 2명의 애들을 데리고 온 젊은 부부, 그리고 공사장에 일하러 가는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들 7명이 앉거나 누어있었다. 배안에서 8,200원의 여객선 비용을 지불했다. 개마항에서 소이도로 가는 배는 매일 한번만 왕복할 뿐이며, 매일 물때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아침 9시가 되자 여객선이 서서히 출발했다. 객실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개마항에 어선들이 30여척 정박해 있었다. 어민들은 별로 나와 있지 않았다. 이곳 개마항과 바로 옆 가마미 해수욕장은 영광핵발전소에서 나오는 온배수로 인한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곳이다. 부안 반핵투쟁 때 부안군민들과 함께 영광핵발전소 정문 앞에 위치한 마을과 이곳 2군데를 다녀갔던 적이 있었다. 핵발전소가 들어선 후 이곳들은 사람조차 찾아보기 힘든 지역으로 변해 버렸다. 가마미 해수욕장은 핵발전소가 들어오기 이전엔 전남지역에서도 세 번째 안에 드는 해수욕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은 옛 명성을 잃은지 오래다.

개마항을 벗어나자, 영광 핵발전소 내 둥그런 돔 6개가 잘 보였다. 제법 파도가 많이 치는지 배가 좌우로 많이 흔들렸다. 바람이 많이 불고 큰 파도가 많이 쳐서 이틀간 배가 다니지 못했다고 한다. 30분 정도 지나자 위도가 멀리 흐릿하게 보이더니, 잠시 후 몇 개의 섬들이 점점이 늘어져 있었다. 지도를 확인해 보니 칠산도인 것 같았다. 1시간쯤 지나자 무인도 옆을 지나고 있었다. 혹시 새나 수달이 보이는지 쌍안경으로 확인해 보았으나, 보이지는 않았다. 다시 10여분이 지나자, 좌우로 길게 뻗은 소이도가 보였다. 높은 산은 없지만 길게 늘어진 섬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도착을 알리려는지 배에서는 뽕작이 울려 퍼졌다. 선착장에 벌써 10여명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마중 나온 사람들인 모양이다.

‘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 과 함께....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EBS 하나뿐인 지구 제작팀’ 두 명과 인사를 나누었다. 촬영감독과 담당 PD다. 선착장 왼쪽엔 어선 6척이, 오른쪽 해변엔 몽돌이 가득 쌓여있었다. 숙소로 이동하려는데 마을 입구 언덕배기엔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오른손을 앞으로 내려 뻗은 커다란 동상이 우뚝 서 있었다. 마지막 날 동상을 둘러보았는데, 몇 년 전에 국회의원을 지냈다고 하는 사람이었다. 어느 한 주민은 이곳 마을 태생이고, 몇 년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마을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 일을 해 주어 마을주민들이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동상 바로 밑에는 ‘아름다운 섬 송이도’라고 써진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비석의 내용을 보면, “이곳은 낙월면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으며 두 번째 큰 섬(360km2)이고, 소나무가 많고 섬 형상이 귀처럼 생겼다고 해서 송이도(松耳도)라 칭하며 마을 앞 해안은 전국 유일의 흰 조약돌 해수욕장으로 맨발로 다녀도 전혀 아프지 않을 정도로 몽돌로만 이루어져 있고 주변에 팽나무 군락과 숲이 많아 야영이 편리하고, 또한 전국 최대 규모로 알려진 왕소사나무 군락지와 모든 해안 주변은 해식(海蝕)으로 생긴 동굴 및 절리층이 발달되어 경관이 수려하고 돔, 농어, 숭어 등이 잘 잡혀 외래 낚시꾼들이 많이 찾아오며 특히 바닷물과 민물로 해수욕을 할 수 있는 풀장시설이 되어 있다. 본섬의 부속도서인 칠산도는 천연기념물 제361호인 노랑부리백로와 괭이갈매기가 함께 서식하고 지난 1999년도 환경부 공모로 괭이갈매기 소리가 생물체 중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선정되었으며, 또한 2003년도 해양수산부로부터 아름다운 섬으로 선정되는 등 본 섬은 낙월면에서 볼거리 관광자원이 풍부한 아름다운 섬이다”고 적혀 있었다.
▲송이도 마을앞 해안가


EBS팀의 안내를 받아 마을내 집들 사이를 가로질러 숙소가 있는 민박집으로 향했다. 논도 있고, 꽤 큰 우물도 보였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내려놓은 다음, 카메라를 목에 걸고 스코프와 쌍안경, 캠코더,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먼저 새를 찾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직박구리들이 떼를 지어 오고 갔다. 개똥쥐빠귀, 딱새, 박새, 뿔밭종다리도 보였다. 산고개로 올라갔다. 멀리 말똥가리 4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다음날엔 황조롱이도 보였다. 길가에선 꿩들이 날아서 도망가기도 했다. 20년전에 주민들이 꿩을 사육하기 위해 100마리를 풀어놓았다고 한다.

고개 정상에는 마을 식수원을 위해 정수장이 설치되어 있고, 고개 넘어 갯벌로 내려가는 골짜기엔 식수원 댐이 만들어져 있었다. 이 댐 입구에는 하루 100톤 규모의 식수를 생산할 수 있다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댐 아래에는 과거에 농사짓던 논을 방치해서 그런지 얕은 물이 고여 있는 습지대가 조성되어 있었다. 그곳으로 내려가자 새소리가 가득했다. 박새, 딱새가 이곳저곳을 날아 다녔다.

글 이어집니다

· <칠산바다 탐방②>섬과 마을주민들의 삶




기자소개
- 주용기 생태문화연구소장, 환경운동가
- ‘새와 생명의 터’ 자문위원, 새만금생명평화전북연대 공동집행위원장
- 전북대학교 새만금생활사연구단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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